공정위, 넥슨에 역대 최다 과징금…"법적의무 없던 시기인데…"
"현재 서비스와 무관"…한국게임산업 위축 우려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코리아의 온라인 PC 게임 '메이플스토리', '버블파이터'에서 팔리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변경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한 과징금 규모 가운데 역대 최대치다.
넥슨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용자 대상으로 사과를 하면서도 "이번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이라며 이의신청을 예고했다. 더 나아가 공정위의 이같은 소급처분은 "한국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정위 "넥슨, 확률 변경을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
공정위는 3일 넥슨코리아가 메이플스토리, 버블파이터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누락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으므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와 관련 2010년 5월, 단기간에 게임 내 자신의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고자 하는 유저의 심리를 이용해 '돈으로 살 수 있는 결정적 한방'으로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높이고자 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그런데 넥슨은 2010년 9월과 2011년 8월부턴 큐브 판매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잠재옵션이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큐브의 확률 구조를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를 이용자들이 '모험을 하며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라거나, 이용자의 확률 관련 문의에 대해서도 '빠른 답변 진행은 고객의 재문의 접수 시점만 당기므로 적절한 시점까지 답변 진행을 홀드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는 것이다.
2013년 7월부터는 장비의 최상위 등급(레전드리)을 만들고 해당 등급으로의 상승이 가능한 블랙큐브를 출시하면서 처음에는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그 확률을 그해 7월부터 12월까지 1.4%까지 매일 조금씩 낮추고 2016년 1월에는 다시 1%로 낮추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큐브 확률변경 히스토리 노출 범위를 최대한 숨기겠다'는 넥슨의 방침은 2021년 3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한 이후에도 지속됐다는 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공정위는 "'드드드'(아이템 드랍률 증가 3중복 옵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95%의 확률로 알려면 4억5000만원가량의 큐브를 구매해 장신구에 돌려보아야 한다"며 넥슨의 법 위반 기간은 2010년 9월15일부터 2021년 3월4일까지라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넥슨의 행위가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과징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나온 배경에 대해선 "위반 기간이 길고 '큐브'가 핵심 상품이라는 점, 2018년 '서든어택'의 확률형 아이템 기만 사건으로 제재된 이후 두번째 위반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오는 3월 게임사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돼 문화체육관광부가 추가 검증 등 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게임 사업자의 이용자 기만행위에 역대 최다 과징금을 부과해 관련 사업자들로 하여금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넥슨 "현재의 서비스와 무관한 사안"
넥슨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용자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우선 밝혔다. 그러면서도 "넥슨은 공정위 조사가 3년 전인 2021년 3월에 확률정보를 공개해 자발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완료했다"며 "이번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이므로 현재 서비스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특히 "공정위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2010~2016년은 전세계 게임 산업에서 게임 확률이 공개되지 않던 시기였다"며 "공정위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의무, 사례가 없었던 시기의 사안에 대해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넥슨은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기 이전인 2021년 3월 업계 최초로 큐브형(강화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이템 강화에 사용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는 국내외 선례가 없었다고 한다.
넥슨 관계자는 "확률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큐브 아이템을 통해 재설정할 수 있었던 잠재옵션의 일부 중복옵션을 제외했던 내용이 약 10년 만에 공식적으로 알려지면서 민원이 발생했다"며 "이에 공정위는 2021년 4월과 2022년 6월 두 차례 현장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넥슨은 당시 이용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투명한 정보공개와 신뢰회복을 회사의 대원칙으로 삼았다"며 "이에 따라 2021년 12월 전세계 최초로 게임 내 각종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쉽게 조회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넥슨은 2022년 12월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확률 데이터를 확인하고 스스로 확률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오픈 API(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도 도입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황성기 교수는 "법적으로나 자율규제상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던 시기에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업이 확률을 공개한 것"이라며 "그 이전의 과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위법행위로 처분을 내린 것은 행정적 제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원칙' 내지는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 역시 처벌될 수 있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올 3월부터 게임산업법에 따라 반드시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게임회사들에게는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넥슨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는 전세계 110개국가 누적 회원 약 1억9000만명이 20년간 즐긴 대표적 K-게임"이라며 "공정위의 소급처분은 한국의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고,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회사가 입을 피해는 예측하기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넥슨은 공정위 의결서를 면밀히 검토해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공정위는 넥슨이 '법적 의무가 없었던 시기'라고 반박하는 것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에서 거짓을 알리거나 기만적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부분과 관련한 판단 기준에 법적 의무가 있는지 여부는 기준이 아니다"라며 "이 법의 취지는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므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변경이 있다면 해당 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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