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자작극? 꼬리무는 음모론 왜?…'사이버 렉카'의 이면
사람들의 관심이 곧 돈이 되는 '관심 경제'에 올라타 확산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한동훈 지지율이 오른 뒤 피습사건이다. 자작나무(자작극 의미) 사건일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제기된 음모론이다. 일부 보수 유튜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주장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특정 정치 세력 배후설, 피의자의 당적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테러'라는 사건의 본질보다 자극적인 내용이 이슈를 점령하는 모습이다.
큰 사건이 터지고 나면 언제부턴가 음모론이 꼬리를 물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관심이 곧 돈이 되는 '관심 경제'가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가짜 칼·자작극'…유튜브·SNS를 통해 음모론 무분별 확산
3일 정치 관련 커뮤니티나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 대표 피습 관련 음모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보수 성향 유튜버는 "현장 영상을 봤는데 출혈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누군가 잽싸게 거즈인지 수건인지로 급하게 막았는데 그게 어떻게 준비됐을까 이런 의혹도 있다"며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 대표의 재판 출석과 이번 사건을 연계해 이 대표가 장기 치료를 위한 병원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종이칼로 찔렀다" "칼이 아닌 휴대폰 케이스"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개조한 '등산용 칼'이라고 밝혔지만 이같은 주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피의자를 두고 '민주당 당적이다' '과거 국민의힘 당원이었는데 최근 민주당에 입당했다' 등 당적 논란까지 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진화하는 음모론…'사이버 렉카·관심 경제' 기반으로 더 확산
이처럼 음모론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일부 유튜버들이 혼란을 부추기며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각종 사건·사고 소식을 먼저 끌고 가기 위한 경쟁, 이른바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현상이 음모론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사이버 렉카'에 올라타면 이는 '돈'으로 연결된다. 관심이 돈이 되는 이른바 '관심 경제'도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유튜브에는 조작 영상,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조회수를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지난 2021년 서울 한강반포공원에서 실종돼 숨진 고 손정민씨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손씨의 죽음이 석연치 않은 점을 놓고 다양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유튜브를 중심으로 사실과 해석이 뒤엉킨 과도한 추측성 내용들이 퍼지면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유튜버들은 영상을 조작하거나 과잉 해석으로 조회수를 올렸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CCTV를 재가공해 의혹을 제기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가짜뉴스를 퍼트리면서 일부 유튜버들은 돈을 벌었다. 손씨 사건이 발생한 한 달 사이 일부 유튜버는 약 3800만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음모론은 과거에도 있었고, 오래된 인간 본성의 문제"라면서도 "최근 들어 유튜브나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모론이 더 크게 확산되고 있다.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행태로 허위 조작 정보가 퍼지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이 대표 피습 사건의 경우 피의자를 현장에서 잡았기 때문에 조사 결과 지켜보고 검증된 정보를 다뤄야 하는데 섣부르게 유튜브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다뤄지면서 마치 허위가 사실인 것처럼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계하는 국민적 의식을 갖춰야 하고,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사이버 렉카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유튜브 엔지니어 출신 기욤 샬로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통해 "추천 영역에서 내가 작업한 알고리즘이 사회의 분극화를 더 심하게 만들고 있다"며 "분극화는 사람들을 잡아 두는 데 매우 효과적이고,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것을 추천하는 게 우선이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음모론이 확산되자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라디오에서 출연해 "지지하는 정치색이 다르다고 해서 지켜야 되는 기본적인 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보수 유튜버들이나 이런 사람들 중심으로 음모론이 엄청 퍼지고 있다"며 "본인 가족이 만약에 어떤 묻지마 범행의 피해자가 됐다고 했을 때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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