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청부민원 진상규명 방안’ 마련 안건 냈지만…여권 위원 불참으로 회의 불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야권 추천 위원들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전체회의를 소집했으나 여권 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시민단체들은 류 위원장에게 “과오를 인정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방심위는 이날 “회의 소집을 요청한 위원 이외 4인 위원이 예정된 일정이 있어 부득이 회의 참석이 어려움을 밝힘에 따라 전체회의가 개최되지 않는다”라고 알렸다. 방심위 회의는 재적 위원의 과반수 출석으로 열리고,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현재 방심위원은 류 위원장을 포함 총 7명이다. 여권 추천 방심위원은 이 중 4명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야권 추천 옥시찬, 윤성옥, 김유진 방심위원은 이달 3일 방심위 임시 전체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야권 위원들은 류 위원장이 위원장 개인에게 제기된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작성한 입장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위원들 간 논의 없이 서울남부지검에 수사의뢰서를 접수하는 등의 행위가 ‘위원회 사유화’라고 주장했다. 야권 위원들은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감사, 고발 등 모든 조치의 중단·철회’, ‘청부심의 내부 진상규명 기구 설치’, ‘청부심의 의혹에 대한 위원 전체의 대국민 사과’ 등을 안건으로 제안했다.
지난달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는 류 위원장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접수됐다. 익명 신고자는 지난해 9월 4~18일 뉴스타파 인용보도 관련 민원을 낸 60여 명 중 류 위원장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민원인이 40여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신고자는 류 위원장이 가족이 민원을 제기한 것을 알고도 안건 심의에 참여했다고도 밝혔다.
류 위원장은 신고자가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중대 범죄자’라고 주장하며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도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를 빙자해 민원인들을 보복 테러했다는 피해자들의 호소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민원인이야말로 ‘진정한’ 공익제보자”라며 “(권익위 신고는) 스스로 ‘공익제보자’라 참칭하는 자가 ‘진정한’ 공익제보자들의 보호돼야 할 개인 정보를 불법 유출해 국가 민원 기관의 신뢰를 뒤흔든 중대 범죄”라고 주장했다.
방심위는 내부에 감사실장을 포함한 5명으로 감사반을 꾸려 ‘제보자 색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지난달 29일 감사반원 5인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방심위 이해충돌방지 담당관인 감사실장에게 제출했다. 방심위 지부는 류 위원장이 감사를 통해 본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색출함으로 직접 이익을 받게 되는 직무관련자고, 감사반원의 ‘상급자’가 류 위원장이라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직자가 이해충돌 소지를 인지한 경우 신고, 회피를 해야 한다. 하지만 3일까지 감사실장 등의 감사 업무 회피는 없었다.
옥시찬, 김유진 방심위원은 3일 전체회의가 무산된 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은 “위원장은 가족· 지인이 특정 안건에 대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민원을 낸 것에 대해서 입장을 내야 한다”라며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로만 이 사건을 바라본다면 이후 방심위원들은 자신 관심 사안에 대해서 가족·지인·옛 동료에게 직간접적으로 부탁해서 민원을 넣고 심의해도 되는지도 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옥 위원은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다른 법이 충돌하면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우선 적용된다”라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을 이유로 (류 위원장이) 여러 행위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범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오는 8일 방심위 정기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다. 야권 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다시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관련 안건을 제안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언론단체는 3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공적 심의기구를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사유화한 것이자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위반한 범죄행위”라며 “류 위원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서 사명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스스로 사퇴하라”라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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