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진으로 반도체 핵심시설 일시중단..."영향 제한적"

(와지마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2일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의 한 건물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폭삭 주저 앉았다. 소방과 구급 차량이 출동해 현장을 수습 중이다. 2024.01.0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일본 혼슈 서부 해안을 강타한 강진으로 실리콘 웨이퍼,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반도체 업체 등 현지 IT 관련 업체들의 생산시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혼선이 예상된다. 그러나 생산시설 대부분이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로 건설됐고, 상대적으로 높은 부품 재고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로 인한 생산차질은 '통제가능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발생한 이시카와 강진으로 반도체 관련 핵심 생산시설 여러 곳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를 제조하는 타이요 유덴의 생산시설은 이번 강진의 영향권에 들었다. 4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진 세계 1위 MLCC 기업 무라타제작소도 이시카와현 근처 후쿠이현에 공장이 있다.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들도 타격을 받았다. 신에쓰와 글로벌웨이퍼스는 지진 후 점검을 위해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반도체의 필수 구성요소인 실리콘 웨이퍼는 결함과 불순물이 없는 고순도 형태의 실리콘인 단결정 실리콘으로 만들어 지는데, 제조 공정은 고도의 정밀성과 제어가 필요하다. 특히 고순도 실리콘을 녹여 실리콘 잉곳(Ingot)으로 만드는 공정에서 진동은 치명적이다.

상당수 반도체 팹들도 지진 영향권에 들었다. 도시바는 이시카와현에서 전력용 반도체 자회사인 가가도시바를 통해 6인치, 8인치 팹을 운영 중이며, 올해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12인치 팹을 건설 중이다. 이들 공장 시설들은 생산을 중단하고 지진으로 인한 피해 등을 점검 중이다.

또 타워와 누보톤(옛 파나소닉)의 합작사인 TPSCo(타워파트너세미컨덕터)의 우오즈, 도나미, 아라이 소재 공장 3곳도 모두 검사를 위해 가동을 멈췄다.

트렌드포스는 이번 강진의 영향권에 다수의 반도체 관련 핵심시설들이 포함됐지만, 핵심 설비 등에 큰 손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전망했다. 진도 4~5등급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설계를 기반으로 설비가 마련된 만큼, 장기적 생산차질을 빚을 정도의 타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MLCC 제조업체 타이요 유덴의 생산시설은 진도7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갖췄고, 이번 강진에서 장비 손상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도 4 미만의 지진을 겪은 무라타와 TDK의 MLCC 공장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리콘 웨이퍼 업체인 숨코(SUMCO), 파운드리 업체 USJC 등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구체적인 피해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해 연휴를 갖는 일본 특성 상 정식 출근일인 4일 이후 구체적인 피해 상황 및 복구 계획 등이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