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놓고 음모론 난무하는 이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호한 가해자의 정체와 피습 직후 발표된 이 대표의 상태, 그리고 이후 이 대표의 수술과 발표 등이 매끄럽게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 대표가 정치테러를 당한 사건인만큼 섣부른 음모론으로 불필요한 정치논쟁이 확대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3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 대표 병문안을 갔으나 만나지 못했고, 대신 중환자실 앞에 대기 중이던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등에게 이 대표의 수술 경과와 상태를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상태를 두고 커뮤니티 등에서는 각종 음모론이 돌고 있다. 우선 가해자의 정체를 두고 의혹이 제기됐다. 가해자가 평소 진보 지지성향이었다는 설과 국민의힘 당원이었다가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했다는 설 등이 시간차를 두고 불거졌다. '반대 진영의 테러'인지, '극단적 당내 계파 갈등의 표출'인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 부동산 카페에서는 이 대표가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으로 공격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장 영상에서 흉기를 든 것은 왼손이고, 가해자가 이 대표를 찔렀던 오른손에는 이재명 지지자들이 쓰는 나무젓가락 깃발을 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요지의 주장이다.
이는 경찰이 최초 피습 직후 이 대표의 상태를 '1cm 열상, 경상 추정'으로 밝혔고, 현장 영상에서도 대량출혈은 보이지 않으면서 '어느 쪽이 맞는 말이냐'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날 길이만 13cm인 칼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가해자가 이 대표가 밀려 쓰러질 정도로 급소를 강하게 충격한 것과 비교하면 상처가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과 맞물려 의혹이 증폭된 것이다. 여기에 현장에서는 목격자들 사이에서 "아까 확인했는데 칼에는 피가 안 묻었거든"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다만 경찰은 "등산용 흉기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으며, 압수한 흉기 감정을 한 결과 흉기 혈흔과 피해자의 혈흔이 같아 흉기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며 음모론을 일축한 상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언론에서 이 대표의 상처를 열상으로 표현해 보도한 곳이 있는데, (흉기에) 깊이 찔려서 난 상처이기 때문에 경정맥 봉합 수술을 했다"면서 "(열상이 아닌) 자상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정정을 요구했다. 이후 이 대표의 동선과 행적을 알리는 방식도 여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 대표는 사건 발생 20여 분 만인 오전 10시 47분에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한 뒤 11시 16분에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당시 민주당은 "경정맥이 손상된 것으로 추정돼 대량 출혈이나 추가 출혈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당초 '경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상태가 좋지 않아 시급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이 대표는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않고 서울대병원으로 움직였다. 결국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시점은 오후 3시 20분쯤으로, 5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은 셈이다.
의혹이 의혹을 부른 경우도 있다. 당초 서울대병원이 이 대표의 상태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로 했으나, 취소하고 민주당이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행위라는 무거운 사안인 만큼, 명명백백 밝히려면 서울대병원이 직접 발표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떠나 섣부른 음모론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가칭 개혁신당을 만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무사했으면 좋겠고 경찰은 빨리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된다'고 얘기했는데, 혹시라도 신당을 지지하는 분들 중에서는 음모론을 얘기하는 분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아니나 다를까 바로 무슨 유튜버 중에 보면 '이게 조작극이니'. 뭐 이렇게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음모론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정치 테러 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를 주시하고 이후 후속조치를 대비하기 위해 당내 관련 대책기구를 만들기로 했다"면서 "법적, 정치적 대응을 다 하겠다.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관련된 유튜브나 당사자들을 신속히 자기 발언 영상을 내리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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