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집권 3기 ‘호랑이 사냥’ 더 거세져…지난해 역대 최다 45명 조사

이종섭 기자 2024. 1. 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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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CCTV를 통해 2024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CCTV 방송 화면 캡처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3기 들어 고위 관료에 대한 부패 조사를 의미하는 ‘호랑이 사냥’이 더 거세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 주석 집권 이후 가장 많은 고위 관료가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올해는 호랑이 사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서 부패 혐의로 조사받은 고위 관료가 모두 4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보도했다. 이는 전년(32명)에 비해 40% 증가한 수치이며, 2012년 시 주석 집권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시 주석이 2013년 ‘부패와의 전쟁’을 본격화한 이후 직전까지 부패 조사를 받은 고위 관료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4년(38명)이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중국에서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낙마한 고위 관료는 모두 294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조사 대상자 수는 앞선 10년의 평균을 크게 추월한다. 시 주석이 2022년 10월 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에 성공한 이후 사정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견상 이는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관료들의 충성도를 높이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조사 대상에 퇴직 관료가 다수 포함된 점에도 주목한다. 지난해 조사를 받은 45명 가운데 27명은 조사 당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당교의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鄧聿文)은 “최근 부패 혐의 조사는 현직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10년, 20년 전에 발생한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이는 사정당국이 더 이상 퇴직자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면서 “시 주석이 깊이 파고들수록 지난 30년간 급속한 경제 발전과 느슨한 당 기강으로 누적된 문제들이 확인될 뿐이며, 시 주석은 그것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당국의 사정 드라이브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대의 한 연구원은 “2024년 중국의 호랑이 사냥이 더욱 확대될 것임을 시사하는 분명한 징후가 많다”면서 “지난해 외교부장과 국방부장이 해임된 데 이어 9명의 군 장성이 해임됐는데 이는 군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서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을 확인시켜주듯 사정당국은 새해 업무 첫날인 지난 2일 지질조사국 당서기 겸 국장을 지낸 중쯔란(鐘自然)을 심각한 규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새해 들어 처음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른 차관급 이상의 ‘호랑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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