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잘 안 팔려도 100만원씩 턱턱 올린다…올해도 가격 인상, 왜

정인지 기자 2024. 1. 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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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미니 린디/사진제공=에르메스 홈페이지 캡쳐

명품 브랜드들이 올해도 가격 인상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 부진에 명품 시장 성장세도 둔화 됐지만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명품 안에서도 충성 고객이 많은 브랜드와 아닌 브랜드의 수요가 갈리면서 '값비싼' 브랜드력을 창출해야 한다.

3일 에르메스는 신발에 이어 일부 가방 가격을 10~15% 인상했다. 에르메스 입문백으로 유명한 피코탄18은 408만원에서 457만원으로12%, 에르백31은 382만원에서 422만원으로, 에블린16은 276만원에서 305만원으로 각각 10.5% 인상됐다. 미니 린디는 898만원에서 1009만원으로 12.4%, 13.7% 오르며 1000만원을 웃돌았다. 에르메스는 지난 1일 신발 가격을 올리면서 오란 리자드를 245만원에서 352만원으로 100만원 가량 올리기도 했다.

에르메스는 통상적으로 매년 연초에 가격 인상을 한다. 다른 명품 브랜드에 비해 인상폭이 낮은 편이었지만 라이벌 브랜드들이 가격을 대폭 올리자 에르메스도 지난해부터 인상폭을 키우고 있다. 샤넬도 다음주부터 일부 주얼리와 시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프라다, 티파니 등도 이달 중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다.

반면 코로나19(COVID-19) 이후 보복소비로 호황을 누렸던 명품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루이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LVMH는 지난해 3분기 매출 성장률이 9%로 시장예상치인 11%를 밑돌았다. LVMH는 지난해 2분기까지만해도 매출 성장률이 17%로 고공 행진하고 있었지만 미국, 중국 등 소비가 주춤하면서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구찌, 생로랑, 발렌시아가를 보유한 케링은 3분기 매출이 13% 줄어 시장 예상치인 11.4% 감소보다 낙폭이 컸다. 버버리도 3분기 매출이 1% 감소해 2분기 18% 증가에서 급락했다. 에르메스는 3분기 매출이 16% 증가하며 유일하게 시장 예상치를 충족시켰다. 제품 생산을 제한해 주문이 밀려있다보니 수요가 여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월별 백화점 명품 판매액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명품 가격 인상 효과를 고려하면 실수요는 더욱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명품 시장이 우울할 것으로 전망한다. JP모건과 모건스텐리는 최근 LVMH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렸고, HSBC는 명품 업계가 경기 침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관련 기업들의 목표 주가를 하항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지속하는 이유로는 상위 브랜드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는 위기감, 상대적으로 명품 수요가 높은 아시아국가들의 통화 약세 등이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는 올해 명품 시장 성장률이 4~6%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브랜드력이 강한 제품은 판매가 증가하는 데 반해 브랜드력이 충분하지 못한 브랜드들은 고전하는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브랜드 관리와 가격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 위해 케링은 홀세일을 축소하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 9월 중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 등에서 가격을 인상하면서 환율을 이유로 들었다. 샤넬은 글로벌 가격 조화를 위해 보통 3월, 9월에 가격 인상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소비가 주춤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명품 시장에서 25~30%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의 통화 약세는 가격 인상의 이유가 되고 있다.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 부문 대표는 또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가격 인상에 대해 인플레이션과 함께 한 "정상적인 진화"라며 올해는 낮은 인플레이션에 맞춰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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