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일본항공 여객기에서 전원 무사 탈출한 이유
조직 깊숙이 뿌리 내린 JAL '안전' 문화
모든 승객들 기내수하물 없이 곧장 탈출
첨단 항공기 내구성 덕에 탈출 시간 확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불타는 일본항공(JAL) 여객기에서 사망자 없이 전원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항공기의 최신 안전 기능과 항공사 승무원의 훌륭한 훈련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지난 2일 오후 5시 47분께 JAL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 직후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MA722편)와 충돌,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5명이 숨졌다. 두 항공기에서 커다란 화염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JAL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 등 탑승객 379명은 화재 직후 항공기에서 전원 탈출했다.
항공기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승객들이 대피하는 동안 연기가 가득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뉴스에 보도된 영상에서는 화염이 엔진을 집어삼키는 동안 승객들은 항공기에서 몸을 던져 미끄럼틀을 타고 탈출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소방관들이 투입돼 불길 진화에 나섰지만, 항공기는 화재로 전소됐다.
우선 브라이트웨이트 항공안전 전문가는 “충돌 후 공황상태가 발생하는 이번 사고와 같은 환경에서 승객을 대피시킨 승무원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며 “사망자는 단 1명도 없었고, 경미한 부상을 입은 승객은 17명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5년 JAL 여객기가 도쿄 인근 산에 추락해 520명이 사망한 사고를 언급하며, “세계 항공 역사상 단일 항공기 기준 최대 규모 사고를 겪은 JAL이 승객 안전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안전 개선에 대한 헌신은 조직에 깊이 뿌리 내렸고, 표준 운영 절차를 따르는 문화가 강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JAL 여객기에서 모든 탑승객이 무사히 대피한 것은 ‘기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항공보안 전문가인 제프리 프라이스 콜로라도주 덴버 메트로폴리탄 주립대 항공학과 교수는 “여객기가 완전히 화염에 휩싸이기 전에 그렇게 빨리, 많은 사람이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승무원뿐 아니라 승객들 스스로도 놀라운 행동을 보여준 것”이라며 “승객들이 더 큰 혼란과 인명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한 것이 더 큰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피 영상에서 승객들이 기내 반입 수하물 없이 침착하게 대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세계 항공 안전기관들은 수년간 기내 반입 수하물을 찾으려고 탈출을 멈추면 대피 중에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항공컨설팅 회사인 어센드 바이 시리움의 폴 헤이즈 항공안전 책임자는 “승무원들이 정말 잘한 것 같다”며 “기내 반입 수하물이 하나도 없이 모든 승객이 내린 것은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JAL에 따르면 충돌한 여객기가 정지한 직후부터 대피가 시작됐으며, 20분 이내 모든 탑승객이 안전하게 대피했다. 일본 교통부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항공사의 대피 절차가 적절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일부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승객들이 모두 하기한 후 10분 만에 기내에서 폭발이 있었다. 삿포로에서 휴가를 보내고 도쿄로 돌아오던 사와다 츠바사(28)씨는 로이터에 “조금만 늦었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며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공항에 항공기 구조대와 소방대가 상시 대기 중이지만,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최대 3분 이상 걸릴 수 있다. 프라이스 교수는 “화재로 인해 항공기 동체를 태우는 데는 약 90초가 걸린다”며 “승객과 승무원은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비상상황의 첫 1~2분 이상은 버텨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된 최첨단 항공기의 고성능도 한몫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브라이웨이트 항공안전 전문가는 “이번 사고에서 여객기 대피가 잘 이뤄진 사례”라며 “현대적인 항공기의 내구성과 항공기가 얼마나 잘 설계됐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충돌 사고가 난 JAL 항공기 기종은 에어버스 A350이다. 해당 기종은 화재가 빠르게 확산하고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소재로 설계돼 있어 탈출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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