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1300원’ 원·달러 환율 “당분간 하단 뚫기 쉽지 않아”

최희진 기자 2024. 1. 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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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하락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새해 들어 반등해 130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데다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한동안 고금리가 불가피하고, 국내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신용위험이 불거지고 있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박스권을 뚫고 내려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4.4원 오른 130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2.4원 뛰며 13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틀째 상승세다.

간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화지수(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낸 지수)가 오른 것이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2주 사이 최고치인 4.0%를 한때 넘었다가, 전장보다 0.06%포인트 오른 3.94%에 마감했다. 이와 함께 달러화지수가 101.33에서 102.20으로 뛰었다.

최근 두 달여간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후반과 1300원대 초반을 오르내리는 박스권에 갇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달 28일 환율은 지난해 8월1일(1283.8원) 이후 가장 낮은 1288.0원까지 떨어졌지만 더 하락하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미 국채금리가 최근의 하락 폭을 되돌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6~7회 내릴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한 상황인데,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다면 국채금리가 다시 뛸 수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0.25%포인트씩 3회가량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시장은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다음달 초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지난달 29일 17.6%에서 이날 10.9%로 하락했다. 반면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같은 기간 82.4%에서 89.1%로 올랐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흐름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점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제한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달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11월 소매판매(7057억달러)는 전달 대비 0.3% 증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1%)와 달리 호조를 나타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도 꺾이지 않았다. 지난달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CPI는 전년 대비 3.1%, 전달 대비 0.1%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 5.2%, 전달 대비 0.4% 올랐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므로 미국 금리는 고용, 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국내 수출의 호조세는 원·달러 환율을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신청으로 가시화된 PF 부실 등 신용위험 가능성이 이를 상쇄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 심리가 확산하는 추세는 분명하지만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지표는 달러의 추가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이번 주 발표될 12월 고용지표 결과가 달러화의 추가 약세 여부를 결정할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달러화 약세와 국내 수출 호조 등은 환율의 추가 하락 요인이지만 부동산 PF 등 국내에 잠재된 신용 리스크 등이 추가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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