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에 범죄위험까지…목숨 걸고 남미 정글 건너는 미국행 이민자들
지난해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 거대한 열대우림 정글을 통과해 미국으로 향한 이민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목숨을 건 위험한 행렬에는 중남미 이민자들뿐 아니라 중국인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파나마 공공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자연 국경인 ‘다리엔 갭’을 건넌 이민자는 52만85명으로, 전년도 24만8000여 명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이 중 12만 명은 미성년자였다고 파나마 이민국은 밝혔다.
다리엔 갭은 중미 파나마와 남미 콜롬비아 사이에 있는 약 100㎞ 길이의 정글로, 가파른 산과 빽빽한 숲, 늪지대로 이뤄진 육상 통로다. 독거미와 독사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야생동물이 많고 지형이 험난해 위험천만한 곳으로 알려졌지만 북미로 걸어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점 때문에 최근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자들의 주요 이동 통로가 됐다.
진흙과 우림을 헤치고 최대 엿새에 걸쳐 다리엔 갭을 건넌 이민자들은 파나마를 통과해 코스타리카 국경으로 향하고 이어서 니카라과, 온두라스, 과테말라, 멕시코를 거쳐 미국 국경에 도달한다.
정글을 건너는 이민자들이 급증한 데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주요 원인이 됐다.
지난해 다리앤 갭을 건넌 이민자 중 베네수엘라 출신이 32만8667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장기간 이어진 경제난과 치안 불안, 사회적 붕괴를 피해 정글을 건넜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700만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조국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인에 이어 에콰도르인 5만7000명, 아이티인 4만6000명이 다리엔 갭을 통과했다. 특히 중남미 이민자들뿐 아니라 정글을 건너는 중국인 밀입국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2만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다리엔 갭을 건넌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2년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지난 2010~2021년 12년 동안 이 경로를 통과한 중국인은 376명이었다.
미국 비자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인들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남미 에콰도르에 입국한 뒤 정글을 건너 미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택하고 있다. 이 중에는 중국 당국의 가혹한 코로나 봉쇄 이후 위기에 처한 저소득층을 비롯해 경제적·정치적 자유를 찾아 미국행을 택한 사람들도 있다.
파나마 이민국에 따르면 인신매매 범죄 집단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급하는 중국인들을 다리엔 갭으로 통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글을 건너는 이민자들은 야생의 위험뿐 아니라 범죄 조직에 의한 납치, 구금, 성폭력과 질병의 위험에도 직면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콜롬비아 및 파나마 파견 책임자인 루이스 에길루즈는 “다리엔 갭 지역의 성폭력이 점점 더 잔인해지고 비인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베트남인, 아프가니스탄인, 아프리카 국가 출신까지 정글 국경으로 몰리자 파나마 정부는 국제기구와 함께 파나마 내 여러 지점에 이민자 보호 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불법 입국자에 대한 추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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