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냐” ‘미니’ 티라노 두고 고생물학계는 논쟁 중

이병철 기자 2024. 1.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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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티라노사우루스 외형에 왜소 몸집 가진 화석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vs. “전혀 새로운 종” 논쟁
성장 패턴 분석해보니 새로운 종에 가까워

1942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은 고생물 학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피티’라는 이름이 붙은 화석의 주인공은 마치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지만, 크기는 말 수준에 불과했다. 폭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육식 동물의 대명사였던 티라노사우루스라고 보기에는 다소 왜소한 체구로 인해 고생물학계에서는 그 정체를 두고 오랜 시간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고생물학계에서는 피티가 왜소증에 걸렸거나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주장과 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다른 별개의 종이라는 주장이 첨예한 대립을 펼치고 있다. 화석 발굴 초기에는 피티를 새로운 종으로 분류하면서 ‘나노티라누스(Nanotyrannus)’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최근 화석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어린 티라노사우루스가 맞는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피티를 다시 새로운 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생물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 배스대 밀너진화연구소와 미국 시카고대 공동 연구진은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화석 연구’에 “피티의 화석을 바탕으로 재분석한 결과,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작은 턱, 긴 다리, 큰 팔을 가진 새로운 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간 잠잠했던 ‘나노 티라노사우루스’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는 연구 결과다.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오른쪽)을 사냥하는 나노티라누스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영국과 미국 공동 연구진은 그간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로 여겨지던 화석 '피티'를 새로운 종인 나노티라누스 분류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안드레이 아투친

◇성체돼도 티라노사우루스보다 한참 작은 공룡

동물 뼈는 나무테와 비슷하게 매년 성장한 기록을 남긴다. 뼈에 남은 나이테를 분석하면 화석 속 공룡의 나이를 손쉽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피티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주장이 힘을 얻은 이유도 지난 2020년 뼈 나이테 분석으로 아직 성체가 되기 전인 15살에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던 탓이다.

연구진은 뼈 나이테와 함께 뼈의 성장 패턴을 분석하는 모델을 결합해 이와 반대되는 결론을 내놨다. 피티가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은 것은 맞지만, 앞으로 성장하면서 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뼈의 형태와 성장판의 남은 정도를 고려해 피티가 성체가 됐을 때 형태를 재현했다. 그 결과 피티의 최대 몸무게는 900~1500㎏으로, 티라노사우루스의 추정 몸무게인 800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키는 9m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피티의 최대 키도 5m 정도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닉 롱리치 배스대 연구원은 “이는 피티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는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라며 “수차례 모델링 분석을 반복했으나 피티의 성장률도 티라노사우루스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피티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고 생각하는 고생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15년 이후 급격한 성장을 거쳐 성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일반적으로 티라노사우루스가 성체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0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15살인 피티의 몸집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티 뼈에 남은 성장판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급격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티라노사우루스(위) 두개골과 나노티라누스의 두개골 모습. 턱뼈 크기를 비롯해 형태적으로 차이가 나타난다./닉 롱리치

◇미지의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화석도 발견

연구진은 피티를 대신할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화석도 발견했다. 그간 피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던 점도 피티가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에반 사이타 시카고대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공룡 화석을 다시 분석해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고 결론 내렸다. 이 화석은 몸길이가 5m, 두개골 길이는 45㎝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가 가진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롱리치 연구원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은 매우 특별한 형태를 가져 어떤 공룡과도 완벽히 구분될 정도”라며 “두개골만으로도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와 피티 화석을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가장 큰 특징은 큰 몸체만큼이나 거대한 머리, 그리고 짧은 팔이다. 반면 피티는 긴 팔과 긴 다리를 갖고 있었다. 심지어 먹잇감을 사냥할 때 팔을 사용했을 정도로 피티의 팔은 발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피티는 일반적인 공룡보다 몸무게가 가볍고 팔다리가 길어 사냥에도 빠른 속도를 강점으로 삼았을 것”이라며 “티라노사우루스와 달리 작고 민첩한 새로운 공룡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생물학계에서는 여전히 피티가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2020년 피티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연구를 발표한 홀리 우드워드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가 우리의 연구보다 더 정확한 해석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며 “이 화석의 정체를 정확히 알려면 나노티라누스 성체의 흔적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퍼슨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대 교수는 “이번 논문이 논쟁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연구로 학계가 논란에 다시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Fossil Study(2024), DOI: https://doi.org/10.3390/fossils10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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