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겨울 공세’ 시작됐나...연일 우크라에 미사일 퍼부어
우크라는 “방공체계로 대부분 격추”
전문가 “우크라 방공무기 소진 노려”
“러, 비축 무기로 본격 공세” 관측도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 개시 후에도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근 격화되고 있다. 세밑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대규모 공격을 주고 받았고, 최전선 뿐만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연일 포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고성능 미사일을 대거 동원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연일 공격한 것을 두고 그간 비축했던 무기로 대대적인 ‘겨울 공세’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제2도시 하르키우에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최대 도시들을 겨냥한 이날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숨지고 13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밝혔다. 키이우와 그 주변 지역에선 25만 가구가 정전됐다.
우크라이나군도 이날 자국 국경과 접한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를 공격,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벨고로드는 지난달 30일에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대한 보복 공격을 단행한 곳이다. 연일 전황이 격화되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동부 일대에 F-16 전투기 4대를 추가 배치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드론 100여대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한 데 이어, 이날은 미사일 99기와 드론 35대를 동원했다. 특히 이번 공격에는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 킨잘 10기를 비롯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등도 동원됐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미국이 지원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으로 킨잘 10기를 포함해 이날 발사된 러시아 미사일 99기 중 72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기록”이라며 “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했다면 그 결과는 재앙적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아껴두던 값비싼 첨단 미사일인 킨잘까지 대거 동원한 것을 두고 러시아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지난 수개월간 비축해뒀던 고정밀 무기로 본격적인 ‘겨울 공세’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야간 연설에서 “러시아군은 지난달 29일부터 단 며칠간 약 300기의 미사일과 200대 이상의 드론을 공격에 투입했다”며 “최근 공격은 그들이 최대한의 파괴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해 가을부터 러시아군이 겨울철 대규모 공격에 돌입하기 위해 800기 이상의 고정밀 미사일을 비축하고 있다며 서방의 지원을 요청해 왔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는 우크라이나 주요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 공세의 시작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사 및 산업 역량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국방 예산을 두 배로 증액하고 무기 생산량을 늘리는 데 박차를 가해 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저스틴 브롱크 선임연구원은 가디언에 “러시아가 경제를 ‘전시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며 러시아의 장거리미사일 월 생산량이 40기에서 최근 100기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북한 역시 지난해 8월부터 10차례에 걸쳐 100만발 이상의 포탄을 러시아에 보낸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가디언은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최근 일련의 공격으로 볼 때 러시아의 목표는 패트리엇, 나삼스 등 우크라이나가 보유하고 있는 방공미사일을 소진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군사 지원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방공체계를 무력화시켜 우크라 공군의 방어 능력이 느슨해질 틈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추가적인 방공 시스템과 공격용 드론, 사거리 300㎞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 공급을 계속해 달라고 동맹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패트리엇 등 (서방이 지원한) 방공 시스템이 없었다면 매일 밤낮 이어지는 러시아의 테러 공격에서 수백여명의 생명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무기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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