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미지에서 출발한 60개 풍경화…국제갤러리 이광호展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화가 이광호는 2017년 뉴질랜드를 여행하던 중 남섬의 한 습지를 우연히 방문했다. 이후 작가는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하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광호 개인전에 나온 풍경화들은 습지에서 찍은 수많은 사진 중 하나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하나의 사진을 크게 확대한 뒤 이를 60개의 화폭으로 나눠서 그리고 전시했다. 하나의 풍경에서 출발했지만 60개의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들 각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광호 국제갤러리 전시 전경[국제갤러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일반적으로 화가가 보이는 일부분을 구획해서 주제와 내용을 담는 것과는 다른 시도를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반적인 구획의 전형적인 의도를 배제하고 어떻게 하면 하나의 사진을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방법적 측면에서는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하고자 하는 의도를 배제하고 독립된 이미지로, 회화적으로 완성하려 노력했습니다."

국제갤러리 K1 전시장의 안쪽 전시 공간 한쪽 벽에는 가로 81cm, 세로 90cm 크기의 이미지 59개가 걸렸다. 작가는 캔버스 60개 중 하나를 일부러 떼어내고 그 자리를 빈 곳으로 남겨뒀다. 떼어낸 이미지는 맞은편 벽에 확대해서 새로운 그림처럼 걸었다. 프레임 밖의 공간을 연상하게 하고 공간의 확장성을 부각하기 위한 전시 구성이다.

이광호 'Untitled 4819-62', 2023 [국제갤러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화면 구획 외에도 캔버스 바탕 면에 대한 연구를 새로 시작했다고 했다. 사용하는 캔버스 천의 올 굵기에 따라 붓질할 때 물감의 흡수 정도가 달라지는 점에 주목해 다양한 바탕 면에 작업하며 그때그때 화면에 반응하며 다른 호흡으로 그림을 그렸다.

다양한 붓질도 연구했다. 밀랍에 안료를 섞은 뒤 불에 달궈 화면에 고착시키는 '엔코스틱'(encaustic) 기법 등을 활용했다. 엔코스틱 기법은 열에 밀랍이 녹으면서 물감이 서로 섞이며 윤곽이 흐려지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작가는 "나이가 들면서 저하된 시력 때문에 대상의 윤곽을 분명하게 하기가 힘들다 보니 자연스레 윤곽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하지만, 회화적 감성은 더 드러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8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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