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서 하마스 핵심 암살한 이스라엘, 가자전쟁 확전 노렸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 인사를 암살하기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까지 공습해,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 확전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 텔레비전은 살레 아루리(58)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다히예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을 받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아루리 암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의 고위 관리 2명은 이 공격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확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아루리 암살 전날인 지난 1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는 전력 재조정을 발표했는데, 이는 레바논에서 제2전선을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주요 일간 하레츠는 고위 관리를 인용해 가자 전쟁은 하마스가 타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일부 병력 철수는 헤즈볼라와의 제2전선을 위한 준비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베니 간츠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북부 국경 상황은 변화를 요구한다”며 “외교적 해결의 초시계가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세계와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 북부 주민에 대한 포격을 막지않고,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물러나기 위한 행동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방위군이 그것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지난 12월 초 레바논 접경 북부 국경을 방문해 병사들에게 헤즈볼라가 전면전을 시작한다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이스라엘은 “단독으로도 베이루트와 남레바논을 가자지구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레바논을 가자지구처럼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우선 인질 석방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아루리는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및 휴전 협상에서도 핵심 인물이라고 하레츠는 보도했다. 그의 암살은 휴전으로 가는 첫 길목인 이스라엘 인질 석방 협상을 기술적으로도 붕괴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과 국내에서 인질 석방 협상에 적극 나서라는 요구에 대해 이스라엘 사상 최악의 극우 내각으로 꼽히는 네타냐후 내각은 불만을 나타내 왔다.
내각의 극우 세력들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야 하며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자고 주장을 최근 강화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지난 31일 라디오와 회견에서 “가자지구에 필요한 것은 외부 이주를 독려하는 것”이라며 “가자지구에 200만명이 아니라 10만~20만명의 아랍인만 있다면 향후 논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치안장관도 1일 신년 행사에서 가자 전쟁은 “유대인들의 가자 귀환이 정확하고 정의로우며, 도덕적이고 인도적인 해결책”이라며 가자 전쟁은 그 기회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30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접경 회랑을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사실상 점령할 생각도 내비쳤다.
네타냐후 극우 내각의 이런 태도는 전쟁을 지속하는 편이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의 56%는 군사공세를 계속하는 것이 인질 석방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했지만, 전쟁 이후 네타냐후의 총리직 유지에 대한 찬성한 이는 15%에 지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을 저강도 장기전 쪽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는 휴전과 종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등과 접촉해 가자 전쟁 확전을 막는데 외교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 탓에 미국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전투를 끝내기 위한 외교적 중재 노력이 더욱 어려워졌다.
헤즈볼라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이스라엘군과 200여차례 무력 충돌을 벌여왔으나, 전면전은 피하는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제2전선이 열린다면 확전은 불가피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역시 견제를 받지 않게 된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가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을 레바논을 이스라엘과 “대립시키는 새로운 국면”으로 끌고가는 “이스라엘의 범죄”라고 비난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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