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원샷' 치료제, 비싼 값한다?…'투약' 소아 12명 중 11명 호전
투약 환자 12명 중 11명 증상 개선… 5년간 계속 평가
졸겐스마, 건보 적용으로 20억→598만… 12명 소아 치료에 약 238억원 지원
건보재정에 부담, 투약 실패 사례에는 제약사가 약값 부담
1회 투약 20억원의 초고가 신약을 희귀 유전병을 앓는 소아 12명에게 투약했는데 11명이 증상이 호전돼 91%의 투약성공률을 기록했다. SMA(척수성근위축증)라는 소아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졸겐스마'라는 치료제는 지난 2022년 부터 생후 2년 이하 환자 12명에 투여됐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증상이 호전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최근 '졸겐스마 환자 단위 성과평가' 3차 결과를 공개했다. 졸겐스마는 약이다. 심평원은 졸겐스마 투약 후 효과가 있었는지 환자별로 성과를 평가해 그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개한다.
3차 성과평가 결과에선 8명 환아 사례가 공개됐다. 8명 모두 졸겐스마 투약 이후 운동 기능 검사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다. 치료제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다. 8명 중 5명 환아는 앞선 성과평가에서 이미 '투약 성공' 판정을 받았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번에 한 번 더 성과평가가 이뤄진 것이다. 졸겐스마 투약 후 효과가 계속 유지된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1~3차 성과평가 결과를 종합하면 졸겐스마 투약 후 모니터링 대상이 된 환자 수는 총 12명이다. 남아가 5명, 여아 7명이다. 평균 투약 시점은 생후 13.4개월이다. 이 중에서 11명이 증상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다. 투약 성공률이 91.6%인 셈이다. 반면 생후 24개월에 졸겐스마를 투약한 여아 1명은 급성호흡부전 의증으로 사망했다. 원래부터 SMA로 인한 호흡기 문제가 있던 환자였다.
SMA는 정상적인 SMN1(생존운동뉴런1) 유전자 결핍 혹은 돌연변이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질환이다. 전신의 모든 근육이 약해져 나중에는 숨쉬기조차 힘들어진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SMA 1형 환자의 90%가 2세 이전에 사망하거나 영구적으로 호흡기를 달아야 한다. SMA 2형 환자는 약 30%가 25세 이전에 사망한다.
심평원이 투약 후 환자별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이유는 졸겐스마가 초고가 약이기 때문이다. 졸겐스마 1회 투여 약값은 19억8172만6933원이다. 평생 단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원샷' 유전자 치료제다. 2022년 8월 국내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기준을 충족한 환자는 최대 598만원만 내면 된다.
정부로선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12명 환아 투약에 지원된 건강보험 재정은 약 238억원이다. 이에 심평원은 졸겐스마 투약 후 환자의 치료 반응을 평가하기로 했다.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사용한 초고가 의약품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지켜보는 제도가 '고가의약품 성과 관리'다.
환자의 치료 반응이 좋으면 국가가 그대로 약값을 부담한다. 만약 효과가 떨어져 투약이 실패했다고 판단되면 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가 건강보험공단에 약값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 약값 환급 비율은 5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졸겐스마 투약 후 급성호흡부전 의증으로 사망한 여아가 투약 실패 사례에 해당한다.
졸겐스마 투약 환자는 5년간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6개월마다 증상 개선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환자가 영구적으로 호흡기를 사용하게 되거나 사망하면 투약 실패로 정의한다. 투약 전과 비교해 증상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실패로 간주한다.
고가의약품 성과 관리는 △가격이 높은데 비용·효과성이 불확실하거나 △1인당 소요되는 연간 약값이 비싼 경우 △건강보험 청구액이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치료제 등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이 제도를 적용받는 의약품은 졸겐스마를 포함해 4종류다. 1회 투약에 3억6000만원이 드는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SMA 치료제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는 지난해 10월부터 성과 평가의 대상이 됐다.
킴리아는 지난해 8월 기준 투약 환자의 75% 이상이 의미 있는 개선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데이터가 공개돼 논란을 사기도 했다. 이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치료 효과가 없을 시 제약사의 (약값) 환급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환자 본인 부담금도 높은 수준인 만큼 치료 효과가 없으면 환자도 일정 부분 환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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