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진 사망자 최소 73명…기시다 “구조 요청 130건, 시간과의 싸움”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73명으로 늘었다. 도로가 붕괴하거나 균열된 곳이 많아 접근이 쉽지 않은데다,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NHK방송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이날 오후 6시 기준 73명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는 이시카와현과 인접 지역을 포함해 총 370명으로 파악됐다. 지진 사망자가 50명을 넘은 것은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진 발생 후 40시간 이상 경과한 상황”이라며 “피해자 구조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는 분들이 아직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며 “피해자 구조 요청이 약 130건이라는 정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자위대 현장 지원 인력과 군과 경찰의 구조견을 2배로 늘리는 등 구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일부 해상 경로를 통한 수송도 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이 많고, 피해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붕괴하거나 금이 간 상태여서 피해 규모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날부터 4일까지 노토 반도 등 지진 피해 지역에 하루 최대 50㎜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온 상황이다. 폭우로 산사태까지 발생할 경우 건물 잔해 속에 갇힌 생존자 구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날 오전 6시쯤 호우 경보가 발령된 와지마시에 사는 한 남성은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집의 거주자에 대해 물었지만 누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지진으로 인해 곳곳에서 정전·단수가 발생했지만, 도로 사정 때문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이 역시도 복구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회에서 오전 11시 현재 이시카와현을 중심으로 3만4000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면서 “지반 상황이 좋지 않아 복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NHK는 이시카와현에서 최소 9만5000가구가 단수 피해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강진이 발생한 1일 오후 4시쯤부터 이날 오전 3시까지 노토반도에서는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448회 관측됐다. 이날 오전 10시54분에는 규모 5.5의 여진이 발생해 무언가를 붙잡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진도 5강의 흔들림이 와지마사에서 감지됐다. 일본 기상청은 다만 쓰나미(지진해일)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지역 인근에 밀집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이번 지진으로 노토 반도 서쪽 시카 원자력발전소 변압기에서 기름이 누출됐다고 보도했다. 시카 원전 2호기에서는 폭발음과 타는 냄새 때문에 소화 설비가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 원전 운영사인 호쿠리쿠전력은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폭발음은 변압기 내부에서 상승한 압력을 빼는 보호장치 작동음이고 냄새는 기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아사히는 또 노토 반도 동쪽 니가타현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 흘러넘쳤으며 시카 원전 1호기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냉각 펌프 가동이 약 40분간 정지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카 원전 운영사인 호쿠리쿠전력과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외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시카 원전과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은 현재 원자로 운전이 멈춘 상태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지진에서 가장 강한 진동이 나타난 이시카와현 시카 지역의 흔들림 정도가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필적한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지진은 관측 기록이 남아 있는 1885년 이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이라면서 2022년과 2023년 연이어 일어난 대규모 지진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특히 지난해 5월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보수하지 않은 가옥들이 잇따라 붕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와지마시에 거주하는 생존자 키다 미츠루(74세)는 로이터통신에 “평소처럼 삶을 되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다시 일어서기 위한 힘을 회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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