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예고' 추신수 "우승하고 떠나면 아름답지 않을까요"

김희준 기자 2024. 1. 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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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SSG랜더스필드서 기자간담회
2024시즌 뒤 선수생활 마무리 선언
"은퇴 뒤 계획은 아직 생각 안 해"
[서울=뉴시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는 추신수. (사진 = SSG 랜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4시즌을 마친 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한 추신수(42·SSG 랜더스)가 '우승'이라는 단어를 무척이나 힘줘 말했다.

추신수는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년 더 선수 생활을 한 뒤 은퇴하겠다고 밝힌 배경과 소회, 올해 계획에 대해 밝혔다.

추신수는 "KBO리그에서 처음 뛴 2021년에도 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고민했었다. 원래 계획은 1년만 뛰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고, 4~5개 팀으로부터 계약 제안도 받았다"며 "하지만 1년간 뛰면서 느낀 것이 많았다. 한국에서 야구하면서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바꿀 수 있는 기대가 있었고, 팀 동료들이 가족 같았다. 그래서 더 뛰겠다고 결정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2023시즌을 마친 뒤에도 은퇴와 현역 연장을 두고 고민했다. 반반이었다. 그런데 (김)강민이가 생각지도 않게 한화 이글스로 갔고, 두 기둥을 한꺼번에 잃으면 팀이 흔들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잡아줘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단과 상의 끝에 1년 더 뛰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마지막이 될 시즌에 연봉을 받지 않는다. 최저 연봉인 3000만원에 2024시즌 계약을 맺고, 이마저도 기부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숭용 감독의 요청에 따라 주장직도 맡는다.

추신수는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이 적용된 후 구단이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금전적인 문제로 한국에 온 것이 아니어서 연봉에 대해서는 조율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올해 연봉을 안 받고 뛰는 것을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큰 그림을 그린 것이고, 강팀이 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장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강팀이 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데 내가 첫 발걸음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추신수는 '소통'을 강조했다. "나이 차이 때문에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선수 입에서 정확한 답이 나올 수도 있다"며 "후배들이 두려움이나 거리낌이 없었으면 좋겠다. 편안한 분위기가 돼야 운동장에 나가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 보도자료를 통해 언제든 퓨처스(2군)팀에 가도 관계없다는 의사를 드러냈던 추신수는 "내가 팀이 가고자하는 방향성에 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SSG가 지속적인 강팀이 되길 바란다"며 "내가 퓨처스팀에 가서 할 일도 있다"고 전했다.

추신수가 그리는 마지막 모습은 우승 헹가래를 받고 떠나는 것이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강조한 추신수는 "이숭용 감독님과 대화를 하는데, 계획을 설명하시면서 3강 안에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러나 나는 2등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우승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땀을 흘릴 것"이라며 "우리 팀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지만 전망대로 될지, 안될지는 모른다. 큰 부상만 없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개인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2022년 우승했던 모습으로 은퇴하고 싶다. 마지막이 그런 모습이면 너무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또 부상 없이 팀을 잘 이끌고 싶다. 건강이 보장돼야 성적도 따라온다. 몸 관리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2024시즌 후 은퇴하겠다고 결정한 배경은.

"은퇴에 대한 생각은 2021시즌이 끝나고 했었다. 원래 계획은 1년만 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2년 동안 미국에서 4~5개 팀의 계약 제안도 받았다. 하지만 1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이 많았다. 한국에서 야구 하면서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또 팀 후배들이 피 한 방울 안 섞였는데도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있을 때 한국처럼) 늘 선수들과 한국말로 대화하고 웃고 떠드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1년만 뛰는 게 아쉬웠다. 또 구단의 방향성과 목표가 뚜렷하게 섰다. 그래서 2021시즌 후 한 번 더 해보자 생각했다. 2022년에 우승하고 나서 그만한다고 구단에 이야기했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1년을 더 뛰었다. 2023시즌 뒤에도 은퇴와 현역 연장에 대한 생각이 반반이었다. 그런데 김강민이 생각지도 않게 한화로 갔고, 저까지 떠나 팀이 두 기둥을 잃으면 흔들릴 것 같았다. 어려운 때일수록 잡아줘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연봉을 안 받는 것을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큰 그림을 그리고, 강팀이 되기 위해서 한 결정이다."

-구단이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는 것을 알고 있었나.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여유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작년에도 연봉을 10억원 깎았다. 금전적인 문제로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 연봉은 대화하고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 자리가 공석일 때 후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어서 보고 웃었다. 아무리 좋은 자리라도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서 잘하는 게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뛰었을 뿐이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한국에서 3년간 선수로서, 팀 동료로서 괜찮아서 그런 기사가 나온다 생각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은퇴 뒤 감독에 대한 생각이 있나.

"아직 계획이 없다. 생각해본 적도 없고, 준비도 안됐다. 지금은 아직 생각이 없다."

-은퇴 뒤 계획은 있나.

"시즌이 끝날 때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할 것 같다. 프런트나 코치에 생각이 서면 거기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야구만 했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준비를 하고 싶다. 제안이 왔을 때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

-한국에서 3년간 뛰며 변화를 만들었는데 만족스러운 점과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은.

"서울시에서 큰 결정을 해서 잠실구장 원정팀 라커룸이 바뀌었다. 상당히 감사하다. 경기장 시설에 변화가 있어서 좋다. 원정팀이 열악해야 한다는 것은 옛날 생각이다. 동등한 환경에서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원정에서도 홈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배려해줘야 한다. 한국은 경기하는 날 원정팀이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다. 충분한지 되묻고 싶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고 싶은 것이 모두의 마음이고 더 멀리 봤으면 좋겠다. 백업 선수들이 훈련 더 많이 하면 나아질 수 있고, 나중에 주전이 될 수 있다. 개선하고 바꿔가야 한다."

-은퇴 시즌을 준비하는데 마음가짐이 다른가.

"시즌에 들어가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 어떤 겨울보다 훈련하면서 마음이 더 편한 것 같다.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더 긴장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다른 겨울을 돌아봤을 때 조금 더 편하고 홀가분한 느낌이다."

-KBO리그 최고령 기록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인데.

"이름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없다. 그 기록은 언젠가 깨질 것이다. 최형우(KIA 타이거즈)가 깰 것이다. 1살 어린 후배고 다른 팀이지만 아직도 잘한다. 대단하다. 그런 선수들이 잘해야 후배들이 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

-40대에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말해줄 수 있나.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38살 되니 훈련량을 많이 못 가져가겠더라. 하면 다음날 더 안 좋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몸에 회복할 시간을 주게 된다. 자기 몸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괜찮아지겠지'가 아니라 왜 안 좋아졌는지 생각해야 한다. 자기 몸을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주장을 맡게 됐는데.

"주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농담으로 주장에 대한 말을 하긴 했지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소통을 잘하는 주장이 되고 싶다. 나이 차이 때문에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린 선수 입에서 정확한 답이 나올 수도 있다. 바른 길로 가고 강팀이 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첫 발걸음을 해주고 싶다. 그래야 뒤에 오는 사람도 보고 따라하지 않을까 싶다."

-이숭용 감독과는 이야기를 나눴나.

"4시간 정도 식사하면서 대화했다. 첫 느낌은 굉장히 좋았다. 제가 생각하는 야구, 팀 문화에 대한 생각 등 일치하는 게 굉장히 많았다. 감독님이 나랑 생각이 똑같은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 돋는 상황이 굉장히 많았다."

-가족들은 어떻게 설득했나.

"사실상 통보였다. (웃음) 아내는 나를 잘 알아서 생각하고 하고자하면 해야 하는 사람인 걸 안다. 아내도 오랫동안 선수 생활 한 나를 그만두게 하는 걸 두려워했다. 그만두고 싶다고 할 때까지 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내가 미국에서 한 번 더 해보는 건 어떠냐고 하더라. 아내는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 고맙기도 하고 슬프더라. 메이저리그도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고, 제 또래 타자들이 없더라. 또 3년이나 메이저리그에 없었다. 경쟁해서 진다는 생각은 안하는데 굳이 해야 하나 싶었다. 야구에 대한 진심을 아내도 알고 있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제가 있으면 뒀다가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빨리빨리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어린 선수들도 그거는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좋다.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선수들의 관계, 코치와 선수간의 관계가 편안해야 운동장에 나가서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두려움 없고 거리낌이 없었으면 좋겠다."

-퓨처스팀 이야기를 한 이유는.

"1년 연장한 것은 우승이 가장 큰 이유다.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팀이 지속적인 강팀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계획에 도움이 되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1년 연장해서 기회를 받을 선수들이 못 받는 것은 안 된다. 내가 2군에 가서 할 일도 있다."

-지난해 퓨처스팀에 가서 깨달은 것이 있는 것인가.

"한유섬, 최정, 김광현이 평생 야구할게 아니다. 누가 대신해야 한다. 그런 선수들을 찾아주고 만들어주고 도와주는 게 선배들의 일이다. 내 자리 잃는다고 할 수 있지만, 더 잘하면 된다. 강팀이 되려면 베테랑 선수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뺏길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선배들의 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줘야한다."

-올해 SSG의 성적을 예상한다면.

"당연히 우승이다. 2등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위하려고 준비하는 게 아니다. 우승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으면 누구라도 이 팀에 있을 필요가 없다. 당연히 우승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땀을 흘릴 것이다. 스포츠는 전망대로 될지 안될 지 모른다. 야구는 변수가 다른 스포츠보다 많다. 나이가 있는 팀이라 초반에 몸 관리만 잘되면 1년을 무난하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간 이탈하는 선수만 없다면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전 경기 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출전은 감독님이 정하는 것이다."

­김강민 없는 2024년이 될 텐데.

"마음이 아프다. 팀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 결과가 나와서 많이 아쉽기도 하다. 결정이 됐으니 친구가 올 시즌 잘했으면 좋겠다. 한화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승했을 때 구상에 강민이가 늘 있었다. 올해 없어서 아쉽기는 하다. 그렇다고 그 기분에, 마음에 정체돼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가야 한다. 이제 저희만 생각하겠다."

-이정후는 어떨까.

"아무리 잘해도 정확한 답이 없다.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봤던 그 어떤 선수보다도 잘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잘할 거라고 단언은 못한다. 너무 어마어마한 선수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 본 이정후의 타석에서 행동, 침착함, 스타성, 인성 등을 보면 미국에 도전한 그 어떤 선수들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

-인천 야구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팬들이 오시면 동기부여가 된다. 지난해 우리 팀의 결정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은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앞으로 가야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해주셨던 것 같은 지지가 필요하다. 큰 힘이 된다. 미국에서 야구를 오래해 팬들과 생활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 올해 팬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이유다."

-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고 싶나.

"우리 팀이 2022년에 우승했던 그 모습으로 하고 싶다. 제 마지막이 우승하는 모습이면 너무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큰 부상 없이 팀을 잘 이끌어서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잘 가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인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건강이 보장돼야 성적도 따라오는 것이다. 몸 관리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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