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다잖아”···그래서 얼마인데? 이적료는 따지지도 않고, LG가 ‘수락’한 이유[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1. 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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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


고우석, 샌디에이고와 계약하러 3일 출국


고우석(26·LG)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 LG 구단이 포스팅 결과를 수용했다. 행선지는 샌디에이고다.

LG 구단은 3일 “고우석은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으며 LG 트윈스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이날 오전 LG 구단에 인사를 마치고 메디컬테스트를 위해 미국으로 이미 출국했다. 계약하러 출국한 것이다.

고우석이 계약할 구단은 샌디에이고다. 이날 오전 미국 언론에서 구단명이 공개됐다.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 기자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이 임박했다. 마무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일 밤 LG 구단에 전달→3일 낮 그룹이 수락


실제 LG는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협상 중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2일 밤 협상 조건에 대해 고우석의 에이전트를 통해 전달받았다. 선수의 계약 조건에 따라 원소속구단인 LG에게 건네질 이적료가 결정된다. 이에 고우석 측은 제시받은 계약조건을 LG 구단에 전달했다. LG 구단은 3일 오전 그룹에 보고, 구단주로부터 낮에 ‘수락’이라는 결론을 받아냈다.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미국 진출은 원소속 구단의 허가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포스팅 자체에 대해 먼저 허가가 필요하고, 그 뒤 계약할 때 한 번 더 원소속구단이 조건을 수락해야 한다. LG가 고우석의 계약 수락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그가 받아온 계약조건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포스팅을 통한 계약시 총액에 따라 원소속구단이 가져가는 포스팅 비용, 즉 이적료가 결정된다.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에는 그 20%가 원소속구단에 주어진다. LG 같은 ‘빅 구단’에게는 1000만달러 이하 계약일 경우 200만 달러 이하를 받고 마무리를 내주는 것은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당초에는 LG도 이에 따른 명분을 우선시 했다. LG가 고우석의 포스팅 도전 자체를 허용할 때 일종의 마지노선이 있었다.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양측 사이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계약이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한 상태였다. LG는 “터무니 없는 금액에는 보내줄 수 없다”고 했고 고우석 역시도 “헐값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터무니 없는 계약은 안 된다”던 LG, 이적료 계산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나누고 있는 계약조건은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는 고민 속에서도 의외로 쉽게 ‘수락’을 했다. LG 출신의 메이저리거 탄생이라는 대의와 선수의 미래를 위해 보내주기로 했다. 이적료 계산은 전혀 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한 것이다.

그동안 KBO리그 출신의 많은 메이저리거들이 나왔지만 많은 스타가 뛰었던 LG에서는 한 번도 메이저리거가 나오지 않았다. 1년 전 고우석이 해외 진출 희망을 드러냈을 때에도 LG 차명석 단장은 “그런 의미에서 그룹에서도 무조건 안 된다, 못 보낸다고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때가 되면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했었다. 실제 29년 만에 우승 염원을 이루자마자 ‘우승 마무리’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고 LG는 꿈을 이루고 싶다는 그 뜻을 존중해 허락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우리 마무리 투수고 당연히 같이 있으면 좋은 투수인데, 가고 싶다는 것을 붙잡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선수 의견을 존중했고, 결정은 (그룹) 위에서 하셨다”며 “아직 계약을 확실하게 한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계약하겠다는 것에 대해 우리 구단이 수용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잠하던 고우석의 반전, ML 매제 대결도 실현 눈앞


고우석의 포스팅 절차는 지난해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고우석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고우석이 LG 구단의 허락을 얻어 포스팅에 나섰고 지난 12월5일 포스팅이 시작돼 미국 30개 구단 전체와 협상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포스팅 협상 마감 시한은 30일이다. 이에 따라 고우석은 4일 오전 7시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미국 FA 시장이 아주 느린 속도로 진행되면서 A급 선수가 아닌 고우석의 계약은 뒤로 밀려난 상태였고 마감시한이 다가오면서도 특별한 소식은 들리지 않아 LG 잔류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었다. 그러나 계약 마감시한 하루 전 미국에서 먼저 샌디에이고와 계약설이 나왔고 LG가 바로 수락, 고우석은 사인하러 미국으로 떠났다.

아직 계약은 완전히 성사되지 않았다.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4일 오전 이후 드러난다. 메디컬테스트라는 새 구단 입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절차도 남아있다. 그러나 이변이 없는 한 고우석은 LG를 떠나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고우석과 계약을 앞둔 샌디에이고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하성이 소속돼 있는 팀이다.

샌디에이고가 소속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는 이정후가 입단한 샌프란시스코, 최근 일본인 선수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입단한 LA 다저스가 모두 포함돼 있다. 그 중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3월20~21일 서울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 시리즈에서 격돌한다. 고우석이 계약을 무사히 마치면 서울에서 예정된 한·일 선수들의 대결에 고우석도 합류하게 된다.

지난해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해 처남-매제 지간이 된 이정후와 고우석의 동반 메이저리그 진출 꿈도 이로써 현실로 이뤄지기 일보직전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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