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은퇴 선수 프로젝트 기획한 바이슨즈 김한성 대표의 도전

서호민 2024. 1. 3. 15: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프볼=서호민 기자] 농구인들이 은퇴 후 접한 사회생활이란 것은 기업 및 사회인들과 공생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어느 누구든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춰야하고 그런 자립과 공존하는 삶을 영위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중에서는 농구선수로서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그만뒀던 선수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은퇴선수들 중심으로 한 사회적 기업이 등장하고 각종 컨설팅 전문기관도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20대 젊은 축에 속하는 김한성(28) 바이슨즈 대표 역시 일찌감치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은퇴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수년 간 여러 방면으로 방안을 모색했고 마침내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 자신의 꿈을 펼치는 생각은 한 번쯤 해봤을 듯하다. 하지만,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5명의 선수들을 이끌고 이역만리 떨어진 태국에 건너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김한성 대표. 그는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에 그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Q__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네 안녕하세요! 바이슨 프로젝트 대표자로서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김한성입니다. 선수단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대학교 때까지 엘리트 선수 생활을 했고 은퇴 이후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사 활동을 했고 또 얼마 전까지는 고등학교 체육 교사로 재직했습니다. 현재는 은퇴 선수의 진로와 관련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Q__우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부상으로 은퇴를 선택하게 되거나 다양한 이유로 프로에 도전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선수로서 삶을 조기에 마감하는 선, 후배들을 보며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부상을 당한 선수는 긴 시간의 재활을 통해 완치되고 좋은 컨디션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지만, 소속 팀에서는 기다려주지 않잖아요. 한번 도태되기 시작해 그 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대부분의 선수는 은퇴를 선택하게 돼요.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들로 현재 은퇴를 했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선, 후배들에게 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일찍이 선수 생활을 그만둬도 다른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루트가 있다는 걸 모르는 선수들이 태반이고 영어만 익혀놓아도 충분히 해외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길은 많은데 그런 걸 모르고 일찍 그만두는 선수들이 굉장히 안타까웠죠. 더욱이 한국 농구는 아직 에이전트 제도가 자리잡지 않아 쉽지 않았아요. 그런 선수들을 위해 이런 루트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실현시켜주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__한국 팬들에게는 태국 리그가 많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왜 태국이었나요?

우선 지난 여름, 에이전트 자격증 취득 차 태국을 방문해 우연히 기회가 닿아 현지 프로 팀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고 연습 경기를 할 수 있었어요. 태국 프로 리그는 2, 3개의 리그로 나뉘어 있는데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알마니아 등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뛰고 있어요. 이종현, 문성곤, 강상재, 이동엽, 최성모, 김낙현, 최성원 등 역대 최강의 멤버로 군림했던 고려대에서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제가 직접 함께 몸을 맞대며 훈련을 해본다면 어느 정도의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 선수들과 같이 훈련을 해보니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라면 충분히 이 리그에 도전해볼 법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프로 팀 외국 선수들과 훈련을 한 뒤 곧바로 한 팀에서 저한테 입단 제의가 왔어요. 하지만 그 당시 저는 교사로 재직 중이었고 제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을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어서 결국 그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어요. 이후 8월 경에 이번 프로젝트의 첫 번째 목표로 잡았던 태국에서 에이전트 자격 취득에 성공했고 리그 수준 파악과 한국 선수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태국 리그 측과 접촉을 시도했어요. 그 결과 1월부터 3월까지 태국 현지에서 열리는 2개 대회 출전권을 따냈고, 그 외에도 태국 프로 팀과 함께 훈련하고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어요.

Q__프로젝트가 성사되기까지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들려줄 수 있을까요?

태국 리그에서 뛰는 외국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바로는 한국과 시스템적인 부분의 차이는 있지만 연봉도 넉넉하게 받는 데다 생활적인 면에서도 만족도가 크다고 해요. 한국처럼 아시아의 다른 리그를 봤을 때, 외국 선수가 1명 만이 뛰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아요. 대부분의 나라에선 외국 선수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어요. 이 때문에 무조건 장신 빅맨만 외국 선수로 선발하지 않아요. 자신의 기량이 출중하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거죠. 우리 선수들도 이 리그에서 뛰게 된다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선수로서 가치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태국의 FIBA 인증 프로 리그를 창설한 협회장과 컨택을 시도했고, 협회장께 여러 제안을 하며 한국 선수들이 태국 리그에서 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어요. 그중 한 가지로, 매년 열리는 ‘워리어스 리그’라는 국제 리그에 참가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1월부터 두 달간 개최되는 이 국제 대회에 한국 팀의 출전권을 따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Q__팀명은 왜 ‘바이슨즈’로 정하게 됐나요?
대회 참가가 확정된 뒤 어떤 이름으로 할지 고민했는데 이왕이면 의미 있는 걸로 짓고 싶었어요. 은퇴한 친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강인함, 성실함 등을 녹여내고자 힘과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동물로 정하게 됐어요. 바이슨즈는 버팔로 종으로 굉장히 강인하고 불굴의 의지와 끈기가 뛰어난 야생동물이에요. 선수들에게도 도전 의식을 부각시키고자 바이슨즈라고 팀명을 짓게 됐어요.

Q__팀 구성도 궁금합니다.

한국 선수 5명, 미국 선수 1명, 키르기스스탄 선수 1명, 인도네시아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대부분 선수들이 대학까지 농구를 하다가 그만 둔 선수들이고 은퇴 후에는 3x3 무대에서 잠시 활동한 선수들도 있어요.

Q__선수를 뽑는 데 있어서 어떤 점을 가장 크게 고려했나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건, 무조건 ‘도전’만을 외치는 것이 답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태국에서 일주일 일과는 우선 토요일, 일요일에 대회에 참가하고 평일에는 프로 팀과 연습경기를 해요. 평일 훈련, 연습경기 외 남는 시간에는 공부를 하는데 공부 프로그램에는 영어부터 시작해서 컴퓨터, 영상 편집 등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교육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설령, 두달 간 진행되는 대회에서 프로 팀에 가지 못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선수들이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미래를 봤을 때 무언가 자신에게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그래서 선수들과도 한 가지 약속을 했어요. 수업에 불참하거나 성실하게 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가도 좋다고. 선수 선발할 때도 그런 기준 아래 뽑았어요.

Q__태국에서 출전하는 리그에 대해서도 설명해줄 수 있나요.

1월부터 3월까지 두 달간 두 개 대회에 참가해요. 우선 방콕에서 열리는 대회는 ‘워리어스리그’라는 명칭의 대회로 8년 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매년 전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팀들이 참가하고 있어요. 올해는 미국, 캐나다, 태국, 중국, 한국 등의 국가들이 이 리그에 참여합니다. 다양한 나라의 스카우터들이 모이는 만큼 여기서 경쟁력을 인정 받는다면 태국 프로 리그에 차출되거나 타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또 하나의 대회는 파타야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이 대회의 경우 이벤트 성격이 짙어요. 아 그리고 저희는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배울 점들이 많아 지원도 넉넉해 우리는 일단 내년, 내후년에도 리그에 참가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태국 리그 담당자 분께서도 농구에 대한 애정이 크신 분이에요. 그 분께서도 우리 선수들이 농구에 대한 애정과 간절함이 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프로 팀 연습 경기를 잡아주시는 등 중간에서 최대한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해주시고 있어요.
▲팀을 이끄는 대표이자 선수로 워리어스리그에 참가 예정인 김한성 씨

Q__대표자이자 선수로서 팀을 이끌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요.

가장 힘든 건 재정적인 부분이에요. 저 역시 은퇴 선수로서 고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에게 옷도 좋은 걸 사 입히고 먹는 것도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은데 재정적인 부분에서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태국에서 보내는 두달 만큼은 선수들이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자신이 있어요.

Q__연습이나 훈련은 주로 어떻게 하는지요.

선수 로스터가 확정된 이후 다행히 프로 출신 선배님들이 도움을 주셔서 주말마다 픽업 게임을 진행하고 있고 또 서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볼(Project Ball)’이라는 외국인 리그에 출전해서 외국 선수들과 몸 싸움, 실전 감각을 쌓고 있어요. 이 리그에는 NCAA 디비전 I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있고 브라질 청소년 대표팀 출신 선수들, 국제 학교에서 농구 코치를 하고 있는 선수들이 뛰고 있어요. 현재 저희 바이슨즈 팀이 결승에 진출해있고 1월 7일에 결승전이 열려요. 개인적으로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바이슨즈 선수단

Q__출국까지 일주일 안팎의 시간이 남았어요. 목표와 각오가 있다면요.

현재 한국에서 운동 선수가 은퇴 이후에 사회로 진출할 때, 많은 것들이 부족한 상태로 세상에 내던져진다고 생각합니다. 학업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기본 소양들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끼는데, 이 같은 문제점에 있어서 작은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국 선수들이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그만두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 제안이 오면 아시아 시장을 노리듯 한국의 운동 선수들도 더 나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팀들이 존재한다고 확신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 문제라는 걸림돌이 있고 농구의 경우 선수 개개인의 에이전트가 존재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의도는 선수들이 선수로서 뛸 수 있는 팀을 찾는 동시에 그 기간 동안 사회로 나갈 때 필요한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기간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저는 책임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__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저 포함 선수단 모두가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분위기도 좋고 두달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자고 얘기해요. 고맙게도 선수들도 이 프로젝트의 취지가 좋다고 먼저 얘기해줘요. 그런 말들에 더욱 힘을 받아 너무 바쁘지만 뿌듯함을 느끼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고 끝까지 저를 믿고 따라와줬으면 해요. 끝으로 무얼 해보지도 않고 꿈만 꾸면 바보라고 생각해요. 꿈을 꾸면서도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성실함을 잃지 않고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움의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바이슨즈 선수단+

*대표 김한성_안양고-고려대
고기창_제물포고-상명대
진승원_휘문고-한양대
서상현_여수화양고-중앙대
성용호_안양고-동국대

바이슨즈 김한성 대표는...
김한성 대표는 안양고-고려대를 졸업한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고교 시절에는 청소년국가대표상비군에 발탁될 정도로 촉망받은 농구 선수였다. 하지만 대학 진학 이후 동 포지션 경쟁 선수들에 비해 신장(180cm)이 작아 경쟁에서 밀렸고 여기에 고질적인 허리 부상까지 겹치면서 일찍이 선수 생활을 마쳤다.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이후 강사, 체육교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견문을 넓힌 그는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 바이슨즈라는 이름을 내걸고 은퇴선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_본인 제공, 서호민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