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개근' 2023년 원태인의 모든 것

박재웅 menaldo@mbc.co.kr 2024. 1. 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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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원태인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투수였을지도 모릅니다. 3월 WBC를 시작으로 10월 아시안게임, 11월 APBC까지 나서며 대표팀 투수 중 유일하게 모든 국제 대회에서 공을 뿌렸습니다. 소속팀 삼성에서도 국내 투수 중 유일하게 규정 이닝을 채울 정도로 강철 체력을 자랑했습니다.

한국 야구의 차세대 핵심 투수로 거듭나고 있는 2000년생 용띠 원태인. 어느덧 프로 6년차 시즌을 앞둔 원태인을 지난달 27일 대구의 개인 훈련장에서 만났습니다.

Q. 2023년이 본인에게 유독 길었다. 시즌 후 어떻게 지내나. A.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하고 2~3주 전부터 개인 훈련에 들어갔다. 여행도 다녀오고 집에서 원 없이 쉬어보기도 했다.

Q. WBC, 아시안게임, 그리고 APBC까지 2023년에 치른 국제대회만 3개였다. 거기에 리그까지 풀타임 소화했는데. A. APBC 끝났을 때는 체력이 정말 0까지 갔던 것 같다. 내가 3번째 경기 대만전 등판이었는데, 첫 경기에 나섰던 (문)동주랑 두 번째 경기에 나섰던 (이)의리가 그러더라. 한 번 던져보라고. 던지고 나면 느낄 거라고. 우리는 가을 야구에 못 간 선수들이어서 오랜 기간 쉰 뒤 던지다 보니까 체력이 0까지 떨어졌다.

Q. APBC 앞서 치른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체력이 어땠나. A. 금메달을 따고 체력은 100으로 올라갔다. 사실 중국전 등판 이후에는 다음 날 몸을 잘 못 움직일 정도로 힘들었다. 한 경기에 정규 시즌 거의 한 10~20경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Q. APBC 결승전이 한일전으로 예상됐는데, 원태인의 등판은 3차전 대만전에 이뤄졌다. (당시 결승전에는 곽빈이 선발 등판했다). A. APBC 하기 전부터 류중일 감독님이 계산을 다 하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대회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만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Q. 3개 대회 중 가장 힘들었던 대회는? A. 아무래도 WBC가 아니었을까. 일단 중간 계투는 내 보직이 아니기도 했고 연투하는 걸 오랜만에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걸 떠나서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힘들었다.

Q. 당시 일본 투수들을 보고 많은 걸 느꼈다고 들었다. A. 이건 WBC 때도, APBC 때도 모두 느낀 점인데, 일본 투수들은 똑같은 시속 150km의 공을 던지더라도 직구의 힘이나 제구가 달랐다. 변화구의 완성도와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 자신감 등 모든 게 우리보다 한 수, 두 수, 세 수 위라고 느꼈다. 그래서 WBC가 끝난 뒤 일본 투수 동영상을 좀 많이 찾아봤다. 당장 큰 변화를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동영상을 보고 있다.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방법으로 변화를 줘볼까 생각은 하고 있다.

Q. 반대로 가장 만족하는 대회는. A. 아시안게임이다. 솔직히 대만한테 첫 경기 지고 '와~ 정말 잘한다' 생각이 들었다. 대만은 우리보다 나이 많은 선수도 있었고 베스트 멤버가 나왔지만 우리는 나이도 어리고 1.5군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래서 첫 경기를 지고 나서 '큰일 났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중국, 일본 이기고 또 중국 이기고 결승에서 대만을 다시 붙으면 할 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 투수 공을 한 번 봤고, 우리에게는 문동주라는 좋은 투수가 있지 않았나. 그리고 불펜 투수들도 워낙 좋았기에 선취점만 뽑으면 정말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결승전에 임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내렸던 비도 우리를 도와줬던 것 같다. 그 기세가 우리한테 왔다. 대만 선수들이 그런 환경에서 많이 야구를 안 해봤던 것 같은데 우리가 그런 쪽에서 좀 유리했던 것 같다.

Q. 3개 국제 대회 본인에게 점수를 내린다면? A. WBC는 50점. 아시안게임은 100점. APBC는 90점.

Q. APBC는 왜 90점인가. A. 홈런을 맞았고 6이닝을 못 채워서 아쉬움이 남는다.

Q. 이제 국제대회 중 프리미어12만 안 나가본 것 아닌가. A. 2019년 프리미어12 열릴 때는 내가 야구를 못 했었다. (웃음) 하지만 내가 정식 선발 투수로 발돋움하고 한 번도 개최되지 않은 대회이기도 하고, 프리미어12만 나가면 국제대회는 다 나가는 걸로 알기 때문에 한번 꼭 나가고 싶은 생각은 있다.

Q. 프리미어12에서 지난해 일본전 등판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싶은 마음도 있나. A. 프리미어12 선발 여부는 감독님의 선택이시겠지만 도쿄돔 만원 관중에서 던지는 건 정말 재밌다. 누구한테 맡겨줄지 모르겠지만 나가면 최선을 다해 던질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

Q. 새로 부임한 정민태 코치가 따로 몸상태를 체크해줬다고 들었다. A. 마무리 캠프 끝나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왔다. '나 정민태 코치인데'라고 하시길래 바로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때 최대한 너한테 맞춰줄 것이고 이번 시즌 많이 던진 걸 알기에 내년 시즌 무리시키지 않겠다'고 먼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솔직히 나는 관리받고 싶은 생각은 딱히 없고 선발 투수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매년 시즌에 들어가기 때문에 코치님이 배려해주신 거는 감사하지만, 시즌 들어가서는 늘 해왔던 대로 그렇게 시즌을 치를 생각이다.

Q. 이종열 단장과는 어떤 말을 나눴나. A. 사실 이종열 단장님이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에 코치님으로 갔었다. 그런데 계속 삼성에 대해서 물으셨다. 그리고 내게 다년 계약 생각은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뭔가 싶었는데 입국하는 날 기사가 떴다. <유력>. 그때 고개를 들어 코치님을 찾았다. 그런데 이미 안 보이시더라. (웃음) 그 뒤로 연락을 한 번도 못 했다. (김)지찬이랑 (김)성윤이 형한테는 크게 물어본 게 없다고 했는데 나한테는 대표팀 첫날부터 계속 물으셨다.

Q. 국내 투수 중 최근 5년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21세기로 놓고 봐도 만 23세 이하 기준으로 보면 류현진 다음이었는데. A. 주위에서 워낙 언급을 많이 해주셔서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만큼 류현진 선배님만큼 던졌던 투수가 없었고, 많은 공을 던졌던 투수들이 수술대에 오르고 부진을 겪지 않았나. 사실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 정말 많은 부상을 당했던 투수였다. 신기하게도 프로에 와서 큰 부상 없이 지금까지 5년 동안 던지고 있는데 '아픈 걸 미리 다 아프지 않았느냐'고 생각을 한다. 길게 빠지는 큰 부상이 없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한테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 같다.

Q. 지치지 않는 투구의 비결이 있나. A. 아무래도 제구, 볼넷 없는 피칭이 첫 번째인 것 같다. 그리고 구위가 받쳐줘야 긴 이닝을 끌고 간다고 생각한다. 뷰캐넌 덕분에 내 루틴을 정립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경기에서 좋은 구위를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안 좋았을 때도 버티는 그런 방법을 조금 조금씩 터득 중이다. 민호 형도 내게 '진짜 많이 컸다'고 말해주신다.

Q. 뷰캐넌이 어떤 말을 자주 해주나. A. 경기 중에 야수들이 안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 그리고 내 투구에 스스로 실망했을 때 상대팀한테 그걸 보여주지 말자고 서로 얘기를 했다. 본인도 처음에는 그런 게 좀 안 됐다고 하더라. 하지만 투수로서 감정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를 해준다. 그래서 서로 경기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당일은 절대 말하지 않고 그 다음 날 경기가 끝나고 나서 '어제 이런 부분이 좀 아쉬웠다'라고 서로 피드백해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됐다. 내게 좋은 멘토다.

Q. 영어 실력도 늘었을 것 같다. A. 그건 통역이 있기 때문에... (웃음). 그리고 나랑 대화를 하면 뷰캐넌이 영어를 쉽게 좀 풀어준다.

Q. 이제 어느덧 6년 차 투수가 된다. 미래에 메이저리그 대신 일본 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A. 맞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좋지만 일본 야구에 대한 생각이 좀 좋은 쪽으로 많이 있다. 일본에 가서 실패하든 성공을 하든 한번 겪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좀 하고 있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고, 내가 그럴 만한 능력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성장을 한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은 프로 입단하면서부터 갖고 있었다. 오치아이 코치님도 '네가 일본 무대에서 한번 뛰어볼 수 있도록 나도 노력을 할 거고 내가 이 팀에 없더라도 너는 꼭 이제 열심히 해서 일본 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투수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을 하셨다.

Q. 일본 리그에 진출하면 정말 오랜만인 케이스일 것 같다. A. 그래서 오승환 선배님한테도 궁금한 걸 계속 물어보고 있다. 일본 리그는 어떤지 투수들은 어떤지 타자들은 어떤지 궁금할 때마다 여쭤보고 있다. 선배님한테 '제가 어떻게 해야 일본 구단에 조금 더 어필이 될까요'라고 이렇게 여쭤봤는데 '일본 구단 관계자가 구장에 찾아오지 않더라도 그쪽에서는 항상 관심 리스트에 있는 투수들은 다 체크를 하고 있으니까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게 열심히 던져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FA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조금 더 성장을 해서 좋은 투수가 되면 알아서 제의가 나올 것이니, 지금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야구 열심히 해라'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Q. 가벼운 이야기로 넘어가자. 닮은꼴 가수 정용화 씨와 올해 처음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들었다. A. 11월에 아마 연락이 처음 됐는데 '서울에서 꼭 한번 밥 먹자'고 연락을 해주셨다. 요즘 콘서트도 자주 하시고 바쁘셔서 나도 운동 스케줄이 있다 보니까 어느 시간에 맞춰야 될지 모르겠다. 생각난 김에 오늘 연락을 해보겠다. (웃음)

Q. 닮은 걸 인정하나? A. 솔직히 저는 그렇게 닮은 줄 몰랐는데 요즘 들어서 한 번씩 사진을 보다 보면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 인스타그램도 서로 팔로우가 돼 있으니까 가수님께서 올리시는 걸 보다 보면 한 번씩 놀랄 때도 있다.

Q.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보니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부담감 혹은 책임감이 크지 않나. A. 프랜차이즈 스타라면 항상 따라붙는 것들이라고 생각을 한다. (구)자욱 형한테도 조언도 구하는 편이다. 경기장 안에서도, 경기장 밖에서도 나의 행동들에 대해 요즘 들어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야 되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감도 있고 책임감도 따르고 쉽지만은 않은 길인 것 같은데 항상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원태인에게 2023년이란. A. 잊지 못할 한 해였다. 내가 언제 야구하면서 태극마크를 1년에 세 번 달아볼까 싶은 생각이 APBC 대회 끝나고 한국 들어오면서 들었다. 정말 몸은 힘든데 기분은 정말 좋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APBC에서도 비록 준우승은 했지만, 일본에 지고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게 오랜만이라고 들었다. 큰 경험이 됐던, 잊지 못할 2023시즌인 것 같다.

Q. 2024년 원태인의 목표는? A. 솔직히 10승은 꼭 하고 싶다. 요즘 아무리 승리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10승을 하고 안 하고는 시즌이 끝나고 나서 스스로 느끼는 게 좀 크더라. 그리고 지난 시즌에 퀄리티 스타트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을 했는데 그거를 또 뛰어넘는 18개, 19개 할 수 있는 그런 투수가 되고 싶다.

Q. 2024년 팀 성적 목표는? A.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은 매년 해왔는데, 2021년에 이제 가을 야구라는 무대를 한번 맛을 보고 그리고 나서 또 2년 동안 못했었다. 그 무대는 정말 느끼는 게 다르다. 그라운드에 딱 들어서면 소름 끼칠 정도의 압박감도 느껴지지만 좋은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그런 무대이기도 하다. 그 무대를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를 남긴다면. A.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활약, 더 좋은 성적으로 가을 야구까지 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릴 테니까 야구장 많이 찾아와주셔서 응원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재웅 기자(menald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ports/article/6558959_364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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