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안세영, 부상 딛고 정상 탈환 도전[올해를 빛낼 스포츠스타]
올해 전영오픈과 파리올림픽 정상 도전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한국 배드민턴 간판으로 떠오른 안세영(22·삼성생명)이 올해 부상을 딛고 정상 탈환을 시도한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안세영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었다. 마음먹은 대로 다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가는 대회마다 족족 결승에 올랐고 대부분 우승을 차지했다.
1월 '말레이시아오픈'에서는 당시 세계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에 져 준우승에 그쳤지만 1주일 뒤 열린 '인도오픈'에서는 야마구치에 설욕하며 정상에 올랐다. 바로 이어진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도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누르고 우승했다.
3월 '독일오픈' 결승에서 야마구치에 져 준우승했지만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에서 숙적 천위페이(중국)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4월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는 타이추잉(대만)에 졌지만 5월 '태국오픈' 결승에서는 허빙자오(중국)를 누르고 정상에 섰다. 6월 '싱가포르오픈'에서는 야마구치를 다시 꺾고 또 우승했다.
6월 '인도네시아오픈' 준결승에서 천위페이에 패했지만 7월 '코리아오픈'에서 우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진 '일본오픈'에서 또 정상에 올랐다.
이를 통해 안세영은 여자 단식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부터 1위를 지켜온 야마구치를 밀어내고 1위에 등극한 것이다. 한국 여자 단식 선수가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방수현 이후 27년 만이었다.
이후에도 기세는 이어졌다. 8월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천위페이와 카롤리나 마린을 차례로 누르고 우승했고 9월초 '중국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바로 뒤 중국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안세영의 기량은 절정에 달했다. 결승까지 순항한 안세영은 항저우가 고향인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위페이와 운명처럼 맞닥뜨렸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은 인간 승리 드라마의 축소판이었다. 1게임 중반 안세영이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자 경기장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다시 코트에 돌아온 그는 통증을 참으며 1게임을 따냈다.
2게임을 내준 안세영은 통증에도 불구하고 몸을 날리는 특유의 수비를 보여주며 앞서 나갔다. 얼음찜질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10점 차까지 앞서 나가며 승기를 잡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여자 단체전에서 제1경기 단식 주자를 도맡아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의 금메달을 딴 안세영은 1994년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이를 통해 배드민턴 전설 방수현과 같이 아시안게임 2관왕에 등극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부상 투혼은 안세영의 몸에 후유증을 남겼다. 오른쪽 무릎 힘줄 파열 진단을 받은 그는 이어진 '덴마크오픈'과 '프랑스오픈' 등 굵직한 대회에 결장했다. 그 사이에 천위페이가 두 대회를 석권하며 기세를 떨쳤다.
안세영은 11월 중순 '구마모토 마스터스'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지만 기량은 예전만 못했다. 4강에서 천위페이에 무릎을 꿇었다. 이어진 '중국 마스터스'에서도 16강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던 왕즈이(중국)에 일격을 당해 배드민턴계에 충격을 안겼다.
연말 왕중왕전인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는 준결승에서 타이추잉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한 게임씩 주고받고 마지막 3게임을 시작한 안세영은 상대를 압도하며 19-10까지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안세영이 2점만 더 내면 결승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타이추잉이 추격을 시작했다. 타이추잉이 공격적인 플레이로 점수를 쌓았지만 19-16에서 하이클리어가 밖으로 나가면서 안세영이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경기가 안세영의 승리로 끝날 듯 했지만 타이추잉의 스매시가 연이어 코트에 꽂히면서 20-20 듀스가 됐고 안세영이 연이어 범실을 하면서 20-22로 졌다.
대역전극을 연출한 타이추잉은 안세영의 몸놀림이 느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세영은 예전처럼 빠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며 꼬집었다.
안세영은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선정한 올해의 여자 선수상을 탔지만 한 해의 마무리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부상 후유증을 털고 반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올해는 안세영의 선수 생활에 중요한 해다. 전영오픈 2연패와 파리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가 연이어 찾아온다.
두 목표를 모두 이룰 경우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계에서 방수현에 필적하는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방수현은 명실상부한 한국 여자 배드민턴 전설이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자단식 은메달을 딴 데 이어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수현은 2019년 한국 배드민턴 단식 선수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세계배드민턴연맹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인물이다.
방수현이 해내지 못한 세계선수권 우승을 지난해 달성한 안세영은 이제 방수현을 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방수현은 1996년 전영오픈에서 우승했지만 1997년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2연패는 달성하지 못했다. 안세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 권위 전영오픈을 제패할지가 관심사다.
파리올림픽 금메달 역시 방수현을 넘기 위해 안세영이 정복해야 할 대상이다. 올해 22세인 안세영은 2028년 LA올림픽에도 출전이 가능하다. 이번에 금메달을 딸 경우 4년 뒤 LA올림픽에서 올림픽 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2연패는 중국 배드민턴 여왕 장닝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달성한 것이 유일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혜경 벌금형 선고에…이재명 "아쉽다" 민주 "검찰 비뚤어진 잣대"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김병만 전처, 사망보험 20개 들어…수익자도 본인과 입양딸" 뒤늦게 확인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성폭행범' 고영욱, 이상민 저격 "내 명의로 대출받고 연장 안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