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드론 공습”… ‘중동 벌집’ 발칵 (영상)

권윤희 2024. 1. 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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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서 하마스 2인자 피살
레바논 “이스라엘 드론 공격”
전후 베이루트 공격은 처음
이스라엘군, 알아루리 직접 언급 회피
레바논, 안보리에 ‘주권침해’ 항의
하마스·헤즈볼라·이란 보복 시사
중동전쟁 확전·보복 위기 고조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겨냥한 드론 공습으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사진은 공습 현장을 조사 중인 레바논 당국자들. 2024.1.2 AF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겨냥한 드론 공습으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2024.1.2 LBCI 영상 캡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뇌부가 이스라엘의 드론 공습에 피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 정세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끓고 있다.

새해 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로 하면서 전쟁 강도도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반(反)이스라엘 세력이 결집하면서 오히려 중동전쟁으로 사태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다.

유엔과 서방은 이번 사건에 우려를 표하고 자제를 촉구했으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예정된 이스라엘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 하마스 2인자로 알카삼 여단 창설한 알아우리, 레바논서 사망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겨냥한 드론 공습으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2024.1.2 A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겨냥한 드론 공습으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사진은 공습 목표가 된 다층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2024.1.2 A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레바논 LBCI 방송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이 드론 공습과 함께 폭발했다.

하마스 사무실이 있던 다층 건물은 일부 층이 무너졌고, 인근 도로에서는 폭발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알아루리는 하마스 정치국장인 이스마엘 하니예의 부관이다.

그는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 창설 초기 멤버 중 1명으로, 서안지구에서 하마스 조직을 이끄는 동시에 레바논 내 친이란 무정정파 헤즈볼라와의 연락책 역할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전쟁 발발 전부터 알아루리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알아루리는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거물급 인사기도 하다.

레바논 국영 매체들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 드론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고, AP 통신 역시 이스라엘에 의한 공격이 명백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역이 아닌,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지역에 대한 공격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가 아닌 타국에서 활동 중인 하마스 수뇌부를 제거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관련 질의에 “우리는 하마스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으며,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 레바논 “새로운 국면 끌어들이려는 의도”…이스라엘 저항세력 결집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겨냥한 드론 공습으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사진은 공습 목표가 된 다층 건물에서 생존자를 찾는 레바논 당국자들 모습. 2024.1.2 A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겨냥한 드론 공습으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사진은 공습 목표가 된 다층 건물에서 생존자를 수색하는 레바논 당국자들 모습. 2024.1.2 AP 연합뉴스

사건 직후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는 “레바논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주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는 내용의 공식 항의서를 제출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하마스는 이집트와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 중이던 휴전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마스 정치국장 하니예는 이번 공격을 “테러 행위, 레바논 주권 침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행위 확대”라며 “반드시 보복하고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스라엘과 진행 중이던 휴전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은 하마스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사망한 알아루리가 지난해 11월 말 성사된 일시 휴전 당시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었다고 짚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은 묵과할 문제가 아니다.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해 여름 연설에서 “레바논이 암살의 장이 되는 것을 막겠다”면서 “레바논 영토에 대한 어떤 공격이든 강력한 대응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겨냥한 드론 공습으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2024.1.2 엑스 캡쳐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지원하는 이란은 이번 사건을 레바논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한 ‘암살’로 규정하면서서,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 테러와 범죄에 기반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교자의 피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온주의 점령자들에 맞서 싸우려는 저항의 동기를 다시 불붙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무함마드 시타예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총리도 “뒤따를 수 있는 위험과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이 이끄는 파타당의 라말라 지부는 알아우리를 살해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3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다.

총파업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하마스의 인기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짚었다. 서안지구에서는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거리로 나와 복수를 외치기도 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날 예정된 전시 내각 회의를 취소했다. 이스라엘은 종전까지 가자지구 전후 구상 논의를 꺼려왔으나, 전쟁 국면 전환을 앞두고 마련된 이번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었다.

● 유엔·프랑스 등 자제 촉구, “블링컨 이스라엘 방문 연기”

2018년 8월 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오른쪽)와 악수하는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왼쪽). 알아루리는 2024년 1월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 고층 건물의 하마스 사무실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 드론 공습으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동 긴장이 고조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가 극도로 자제하고 역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또한 계속된 전쟁에 따라 여러 주체들이 큰 오판을 할 위험이 있다면서 확전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시 내각에 참여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와 통화에서 “긴장을 고조할 어떤 행위도 피해야만 한다. 특히 레바논에선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오는 5일쯤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던 블링컨 장관의 방문 일정을 다음 주로 연기했다고 관련 소식통이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말했다.

일정 조정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같은 소식은 알아루리 사망 사건 직후에 알려졌다.

● 저강도 장기전 전환 시도 무색…꼬이는 출구전략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그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주고받는 공격의 강도가 높아지자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지역에서 헤즈볼라 병력을 철수시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새해 초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로 하면서 출구가 보이는 듯 했다.

미 당국자는 “우리가 촉구한 대로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을 위한 출발점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무렵 미국은 전쟁 직후 동지중해에 급파한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도 복귀시키기로 하는 등 전쟁 국면 전환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투를 외교로 끝내려 하는 미국의 노력도 복잡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알아루리의 사망 보고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또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의 도발적인 대응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겨냥한 드론 공습으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사진은 공습 현장을 조사 중인 레바논 당국자들. 2024.1.2 AF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겨냥한 드론 공습으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등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은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사진은 공습 현장에서 파손된 차량들. 2024.1.2 EPA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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