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줄이기 박차… 넥슨 "깊이 사과"
넥슨 "현 서비스와 무관"…'넥슨 나우'·'오픈 API' 도입
이철우 변호사 "이용자 권힉 보호 의의, 파장 적지 않을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이 게임 이용자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며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넥슨이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심사과정에서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어 의결서를 최종 전달받으면 면밀히 살핀 후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 판단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과징금은 넥슨이 2021년 3월 강화형 아이템인 '큐브'의 확률을 공개했을 때 당시 잠재옵션 중 최상위로 꼽혔던 '보보보'(보스 몬스터 공격데미지 옵션 3개)가 뽑히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게 발단이 됐다.
이에 공정위는 2021년 4월, 2022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실시해 넥슨 전체 게임을 전수조사했다. 공정위는 2010년, 2011년, 2013년, 2016년에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정한 후 이용자에 고지하지 않은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이슈는 오는 3월 22일부터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한 규제안 입법의 배경이 됐다. 게임사들은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 뿐 아니라 게임 유통도 막힐 수 있게 됐다.
넥슨코리아는 이날 "메이플스토리 이용자에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이 사안이 현재 서비스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넥슨코리아 측은 "이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로, 공정위 조사 이전인 2021년 3월에 확률정보를 공개해 자발적으로 개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넥슨은 투명한 확률 공개를 위해 2021년 12월 '넥슨 나우'를 도입, 게임 내 각종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1년 후인 2022년 12월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확률을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도입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 수위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나 자율규제 상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던 시기에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업이 확률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과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위법행위로 처분을 내린 것은 행정적 제재의'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오는 3월부터 게임산업법에 따라 반드시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게임업계에는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처분은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변경 행위에 대해 처벌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자율적 공개와 수익모델 다양화에 힘써왔다. 기업들은 유료 아이템을 출시하기 앞서 내부적으로 확률 정보에 오류가 없는지 자체 검수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에 추가하면 이용자의 정보 접근이 용이하도록 공지사항을 통해 상세하게 안내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오는 3월 22일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게임사들은 투명한 확률 공개와 함께 '배틀 패스', '인게임 광고'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도입해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을 낮추고 있다. 배틀 패스는 이용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재화를 얻는 구조다. 인게임 광고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 이용자가 광고를 시청하면 일정 시간 캐릭터 성능이 향상되거나 추가적인 재화를 받는 방식이다.
작년에 출시된 게임 중 대다수는 배틀 패스와 확률형 아이템을 모두 수익모델로 적용했다. 지난달 출시된 엔씨소프트 'Throne and Liberty'(TL)은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을 아예 도입하지 않았다.
구매 시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상품과 배틀 패스만 유료로 판매한다.
다만 해외 게임개발사들은 확률 정보 공개를 누락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에 따르면 작년 11월 온라인·모바일 게임 상위 100개 중 9개가 자율공시를 준수하지 않았는데 이들 모두 해외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을 설명할 당시 국내대리인지정제도를 통해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신고 당사자인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김준성씨는 "이번 문제 제기를 한 이용자가 혼자인 줄은 몰랐다. 제가 행동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갔을 수 있는 만큼 뿌듯하다"며 "과징금 액수를 봐서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이 받아들여진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소송대리인 이철우 변호사는 "이번 공정위 결정은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 관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게임사의 확률 정보 미고지 또는 거짓 표시가 민법상 이용자를 기망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메이플스토리의 매출 규모를 고려했을 때 판결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안에 대해 현재 대법원이 심리를 진행 중인데, 해당 사안의 2심 법원은 넥슨이 소비자에게 게임 내 확률 정보를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악용하는 행위를 이용자에 대한 기망, 사기행위로 판단했다"며 "대법원이 이용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파장이 매우 클 것이며, 후속적으로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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