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전 한국 침몰 골 넣었던 말레이 레전드, "亞컵 한국전서 후배들 골 넣으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

김태석 기자 2024. 1. 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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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1986 FIFA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한국을 상대로 골을 터뜨려 한국 축구가 예선 탈락 위기에 놓이게끔 했던 당시 말레이시아 공격수 돌라 살레가 인터뷰를 통해 당시 한국전 득점이 자신에게는 '인생골'이었다고 회고했다. 살레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상대할 후배들이 자신처럼 한국을 상대로 꼭 골을 넣었으면 한다는 응원을 남겼다.

살레는 198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 정상급 전력을 자랑했던 말레이시아 축구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당시 한국전 승리의 주역이기도 했다. 1985년 3월 10일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홈 한국전에서 1-0으로 승리할 때 결승골을 넣은 선수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날 패배 후 한동안 충격에 빠졌었다. 팀을 이끌었던 문정식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후폭풍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바통을 넘겨받은 김정남 감독이 팀을 수습해 말레이시아를 따돌리고 일본이 기다리고 있던 최종 예선 진출에 성공, 결국 일본마저 무너뜨리고 32년 만에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복귀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긴 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 졌을 때는 탈락을 심각하게 걱정했을 정도로 한국 축구는 위험한 상태에 놓일 뻔 했었다.

이런 역사 덕분에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모처럼 맞대결을 펼치게 되자 살레가 말레이시아 매체로부터 자연스럽게 조명되는 분위기다. 말레이시아 매체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살레를 두고 한국의 골망을 흔든 마지막 말레이시아 득점자라고 소개하며 인터뷰를 가졌다.

살레는 "선수 생활 동안 많은 골을 넣었지만 한국전 그 골이 내겐 가장 소중하게 남을 것"이라고 돌아본 뒤, "우리는 1980년대에 좋은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아시아의 어떤 팀과도 맞설 수 있었다"라고 말레이시아의 황금기를 추억했다.

이어 "차범근이 아시아 예선에 출전하지 않았지만(편집자 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던 차범근은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후 본선을 앞두고 팀에 합류했다), 그래도 빠르고 능숙한 강팀이었다"라고 1980년대 한국을 떠올린 뒤, "1985년 그 경기에서 우리는 한국과 맞섰고, 제가 결승골을 넣었다. 발목에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경기에 나섰다. 개인적으로는 메르데카 스타디움에서 처음 선발로 나섰던 경기기도 했다"라고 한국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말레이시아는 분명 두려움 없이 경기할 것이지만, 주장인 손흥민을 비롯해 유럽 최고의 선수로 가득 찬 한국을 이길 거라는 희망을 품는 건 무리일 것"이라며 거의 40년의 세월이 흐른 후 확 달라진 양국의 경쟁 관계를 냉정히 조명했다.

그러나 살레는 한국전에서 후배들이 용감하게 승부했으면 한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살레는 "경기장에서 모든 걸 바치는 게 중요하다"라고 운을 뗀 후, "1985년만 해도 말레이시아는 피지컬적으로 한국인과 대등했고 맞설 때 두려움이 없었다. 우리는 모든 포지션에서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 말레이시아는 공수에 걸쳐 균형이 잡힌 팀"이라고 응원했다.

김판곤 감독을 칭찬하기도 했다. 살레는 "김 감독이 환상적인 일을 해냈다. 수비수들은 자리를 잡았고, 전체적으로 팀이 좋은 조합을 가져가고 있다. 아리프 아이만, 파이살 할림 등 측면에서 상대를 위협할 만한 강력한 포워드진도 가지고 있고, 매튜 데이비스, 코빈 옹과 같은 선수들도 공격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잇으리라 믿는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최정상급 팀과 격차를 좁혔다고 생각한다. 도하에서 증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선수가 한국전 무득점 역사를 깨뜨릴 경우를 묻는 질문에 "도하에서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웃었다.

한편 김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현재 결전지인 도하에 입성해 대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1차 목표로 16강 진출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회 첫두 경기 상대인 요르단과 바레인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만 한다. 한국전은 오는 25일 밤 8시 30분(한국 시각)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말레이시아 매체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  & 하리마우 말라야 소셜 미디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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