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수학 배제 논란에…조희연 "지금보다 깊고 넓게 수학 익힐 수 있어"

성소의 기자 2024. 1. 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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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학생 학력 저하 우려는 근거 없어"
"수학 기초 지금보다 단단히 다질 수 있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4.01.02. bluesoda@newsis.com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범위에서 미적분Ⅱ·기하(심화수학) 등이 제외되면서 이과생 학력 저하 우려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3일 반박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 선택에 따라 지금보다 깊고 넓은 수학을 익힐 수 있다"며 "수학, 자연과학, 공학, 경제학 등에 열정이 깊은 학생은 수학의 기초를 지금보다 더 단단히 다진 상태로 대학에 진학할 길이 열린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화수학 수능 배제를 학교에서 수학을 더 깊고 넓게 가르치는 계기로 만들어갑시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조 교육감은 "수능 출제 범위에서 미적분Ⅱ와 기하 등이 제외된 것에 대해 다양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대학 신입생의 수학 기초가 부족해져, 자연과학, 공학 등 수학을 언어로 쓰는 전공에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교육당국이 수학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무시한다는 오해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공계열 등 수학의 기초가 탄탄해야 하는 전공은 대학 측이 전공 연계 교과 이수 과목을 명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학의 기초가 지금보다 부족한 학생이 이공계열에 진학하게 된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수학, 자연과학, 공학, 경제학 등에 열정이 깊은 학생은 수학의 기초를 지금보다 더 단단히 다진 상태로 대학에 진학할 길이 열린다"고 밝혔다.

또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점을 언급하며 "미적분Ⅱ와 기하뿐 아니라 경제수학, 인공지능수학, 직무수학 등이 진로선택 과목으로 개설되는 등 학생의 선택에 따라 지금보다 깊고 넓은 수학을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심화수학을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심화수학이 수능에 포함될 경우 최상위권 학생의 변별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제가 될 가능성 때문이었다"며 "개념의 이해 수준을 평가하기보다 변별 그 자체만을 위한 문제가 출제 되면 문제 풀이 요령을 훈련하는 심화수학 사교육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 졸업생 수에 비해 대학 선발 인원이 많은 현실에서 수능 성적이 이전처럼 중요하지 않다"며 "그러나 여전히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은 중요하다. '초등 의대준비반'이 만들어지는 것은 의예과 혹은 SKY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에 가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학의 문제풀이 양을 늘리는 기존 방식에서 고교학점제를 이용해서 더 넓은 학습, 더 원리와 과정을 중시하는 수학교육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며 "대학에서는 전공에 따라서 고교학점제 하의 선수과목이나 권장과목을 폭넓게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대학 측이 전공에 따른 고교 권장 과목-대학에서의 교양과목 혹은 1~2학년 단계의 선수과목-대학 전공과목의 상호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수학계를 비롯한 여러 학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새로운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번 개편안은 초중등교육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수학은 단지 입시나 취업 때문에만 배우는 게 아니다. 자연과학, 공학, 경제학 등 수학을 도구로 쓰는 학문을 전공할 학생만 수학을 배우면 된다는 생각 역시 큰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수학교육이 기존 정형화된 암기식 교육에서 개념과 원리를 깊이 탐구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며 "지금 우리 학생들이 하는 수학 공부는 위에서 이야기한 수학의 본질과 멀어져가고 있다. 수능 출제 유형을 의식한 문제 풀이 훈련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능 수학의 출제 범위가 줄어들고, 대학 입시에서 학교 내신 수학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수학 수업의 변화가 일어나면 그 효과가 더 커진다는 뜻"이라며 "중요한 수학 개념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다 섬세하게 배려하는 수업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우리 학생들의 수학 흥미도와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학생 선호도가 높고 기초 교양 교육 기반이 탄탄한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 사이에서 교육수준 격차가 벌어지지 않게끔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열악한 대학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대학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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