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확전 우려에도 레바논 공습…전쟁 출구전략 꼬이나
네타냐후 지지도 약세 지속…"전후 총리직 유임 지지율 15% 그쳐"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 인사를 공습으로 사살함에 따라 이스라엘이 전쟁을 마무리하는 출구 전략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새해 들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로 하는 등 저강도 장기전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번 공습으로 인해 오히려 전선이 레바논 등지로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무인기(드론)가 이날 오후 6시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있는 하마스 시설을 공격, 하마스 인사 최소한 6명이 사망했다고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의 치안 당국 관리들이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하마스 정치국의 2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가 포함됐다.
알아루리는 하마스 군사 조직을 창설한 초기 멤버 중 1명이자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거물급 인사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공격에 관여한 모든 하마스 지도자를 응징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공습이 고강도 전면전을 마무리하려는 이스라엘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꾸준한 요구에 응해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표적 작전 등 저강도 장기전 전략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번 공습을 계기로 전쟁이 레바논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지상군 5개 여단 병력을 향후 수 주간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개 여단이 4천 명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철군 규모는 약 2만 명으로 추정된다.
당장 레바논과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란 등은 공습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는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권을 침해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 항의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도 성명에서 알아루리의 사망을 확인하고 휴전 협상 등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모든 협상의 중단을 중재 국가인 이집트·카타르에 통보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향해 "시온주의자 정권이 테러와 범죄에 기반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범죄"라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 확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은 그간 레바논 국경 지역에서 헤즈볼라와 미사일·로켓 공격을 지속해서 주고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대에서 하마스를 공격함에 따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 깊숙이 미사일·로켓 등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이번 암살이 "레바논과 레바논의 국민·안보·주권·저항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은 대응 또는 처벌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그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공격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투를 외교로 끝내려 하는 미국의 노력도 복잡해질 수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그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주고받는 공격의 강도가 높아지자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지역에서 헤즈볼라 병력을 철수시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알아루리의 사망 보고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WSJ에 밝혔다.
또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의 도발적인 대응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방어와 공격 모든 분야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높은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쟁이 끝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유임을 지지하는 이스라엘 국민이 20%도 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가 지난달 25∼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56명의 15%만이 전쟁 이후 네타냐후 총리의 유임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야당 지도자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을 총리로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3%였다.
또한 응답자의 56%는 현행 군사작전을 계속하는 것이 하마스에 붙잡혀 간 인질들이 돌아오는 데 최선인지 의문이라고 답했으며, 24%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천 명의 추가 석방과 인질 석방의 맞교환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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