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여론조사 공표 금지…여당 우세 속 막판 부동층 표심이 변수
대만 총통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됐다. 여야 3당 후보들은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상태에서 선거 막판 총력전을 펼치게 된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유지한 가운데 막판 부동층 표심이 선거 결과를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3일 0시부터 제16대 총통·부총통 선거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유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앙선거위원회는 오는 13일 치러지는 선거 투표 종료 시점까지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소 10만대만달러(약 420만원)에서 최대 100만대만달러(약 4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정당이나 선거사무소 관계자 등이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두 배의 벌금을 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에 따라 대만 총통 선거는 남은 열흘 동안 민심의 흐름을 알기 힘든 ‘깜깜이 선거’로 진행된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그동안 줄곧 지지율 1위 자리를 지켜온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후보와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 후보가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연합보가 지난달 26∼30일 유권자 12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2.8%포인트)에 따르면 라이·샤오 후보는 32%의 지지율로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자오샤오캉(趙少康) 총통·부총통 후보(27%)에 5%포인트 차로 앞섰다. 제2야당인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柯文哲)·우신잉(吳欣盈) 후보의 지지율은 21%였다.
또 ET투데이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12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같은 날 발표한 조사(오차범위 ±2.48%포인트)에서는 라이·샤오 후보가 38.9%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허우·자오 후보 35.8%, 커·우 후보 22.4%의 순으로 나타났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이나 매체에서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 각 후보 진영의 당선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사이트 ‘무정진실적미래예측(無情眞實的未來預測)’은 지난해 11월26일부터 2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토대로 투표율이 70%라고 가정했을 때 라이·샤오 후보의 예상 득표율 중간값은 40%라고 분석했다. 허우·자오 후보와 커·우 후보의 예상 득표율 중간값은 각각 38%와 22%였다. 무정진실적미래예측은 이 같은 분석을 기반으로 당장 내일 투표가 이뤄질 경우 라이·샤오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57%이고, 허우·자오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43%라고 내다봤다. 커·우 후보의 승리 확률은 1% 미만이라는 분석이다.
또 연합보는 자체 분석을 통해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인 2일 기준으로 각 후보 진영의 예측 당선 확률이 랴이·샤오 후보 38.33%, 허우·자오 후보 37.06%, 커·우 후보 24.61%라고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총통 선거에서는 집권 민진당이 앞서는 형국이지만 국민당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남은 열흘 동안 누가 부동층의 표심을 흡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열된 야권 지지층의 표심이 선거 당일 어디로 쏠리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선거 막판 야권 지지층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밴드웨건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 유잉룽(游盈隆) 이사장은 “현재 집계된 자료로 보면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의 깜짝 승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총통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1·2위간 표차는 10만∼94만표 정도가 될 것”이라며 “민중당 커원저 후보 지지자들이 전략적 투표를 할 경우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이는 최종 선거 결과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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