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살인미수’ 인정될까…과거 판결 보니 핵심은 ‘이것’
‘살인의 고의’ 입증돼야 범죄 성립
이 대표 테러범은 유죄 가능성 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으로 정치 테러범들에 대한 처벌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살해 의도, 흉기의 종류와 공격 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살인미수 인정 여부를 판단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직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피습한 지충호씨, 2015년 5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씨는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살인미수’ 혐의를 두고는 판단이 엇갈렸다. 지씨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만 인정돼 징역 10년을 받았고, 김씨는 살인미수가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살인미수죄가 성립하려면 ‘살인의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 법원은 지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상해를 가할 의도는 있었어도 살인의 고의까지는 없었다고 봤다. 반면 김씨의 경우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얼굴을 다쳤는데 흉기의 종류나 공격 횟수 등이 달랐다.
박 전 대통령 피습 사건에 대한 1·2·3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지씨가 문구용 커터칼을 사용한 점, 지씨가 박 전 대통령의 목 부위를 겨냥하진 않은 점 등을 들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씨가 범행 도구로 준비한 문구용 커터칼은 목 부위를 베는 등의 특별한 용법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살인의 도구로서는 다소 미흡하다”면서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오른쪽 귓바퀴 앞면부터 턱선을 따라 오른쪽 뺨에 난 곡선 형태의 길이 11cm, 깊이 1~3cm의 열상(치료기간 약 4주)으로서 결코 가볍다고 할 수는 없으나, 위 상해 자체만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지씨가 살해 의도보다는 관심을 끌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씨의 범행은) 장기간의 수형 생활에 대한 불만을 세간에 널리 알리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겠다는 의도만으로 살해를 기도하는 데까지 이를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지씨는 내연녀를 폭행한 범죄 등으로 10년 이상 수형생활을 한 전력이 있었다.
지씨는 범행 당시 “죽어”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야 한다” 등으로 외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 직후 과격한 언행일 뿐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는 정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씨 사건에서 재판부는 칼날이 긴 과도를 사용한 점 등을 고려해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김씨가 사용한 흉기는 총 길이 24cm, 칼날 길이 12.5cm의 과도였다.
재판부는 “해당 흉기로 사람의 얼굴 또는 목 부위에 중대한 상해를 가하는 경우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리퍼트 대사의 얼굴에 난 상처의 모양과 크기를 고려해도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칼이 위에서 아래로 찍히는 방법으로 만들어졌을 경우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강력한 상해의사로 공격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김씨의 공격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된 점도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한 근거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왼팔을 들어 방어하고 주위 사람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도 적어도 3회 이상 피해자를 공격했다”며 “피해자는 얼굴과 팔에 중한 상해를 입었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에 처하였다”고 했다.
지난 2일 이 대표의 목 부위를 흉기로 공격한 김모씨(67)는 경찰에서 “이 대표를 죽이려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사용한 흉기는 등산용 칼을 변형한 것으로, 총 길이 18cm, 칼날 길이 13cm였다. 김씨가 살인 의도를 인정한 점, 흉기의 종류와 공격 부위 등을 감안하면 살인미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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