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숨기려고… 피 묻은 안전모 사고 현장 몰래 갖다 놓은 관리소장

임명수 2024. 1. 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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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근로자가 안전모 없이 작업하다 추락사하자 중대재해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 묻는 안전모를 사고 현장에 몰래 가져다 놓은 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또 B씨와 함께 범행 현장 조작 등에 가담한 해당 아파트 전 입주자 대표회장 C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교사 혐의로, A업체 대표이사 D씨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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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통해 중대재해 조작·은폐 발각 
입주자 및 관리업체 대표도 불구속 기소
의정부지검. 뉴시스

소속 근로자가 안전모 없이 작업하다 추락사하자 중대재해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 묻는 안전모를 사고 현장에 몰래 가져다 놓은 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 이상훈)는 3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A아파트 관리 업체 관리소장 B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B씨와 함께 범행 현장 조작 등에 가담한 해당 아파트 전 입주자 대표회장 C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교사 혐의로, A업체 대표이사 D씨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22년 7월 4일 경기 양주시 한 아파트 지하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배관 점검을 하던 E씨가 사다리가 부러지며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 숨졌다. A업체는 소속 직원이 약 2,400여 명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안전대 걸이를 설치하지 않고, 안전대 착용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E씨 안전모에 묻은 혈흔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E씨는 사고당시 머리를 크게 다쳤는데 피가 안전모 바깥쪽에만 묻어 있었던 것이다. 보강 수사에 나선 검찰은 입주자 대표인 C씨가 관리소장 B씨에게 지시해 사고 직후 안전모에 피해자 혈흔을 묻혀 현장에 둔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당시 피해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 더 큰 처벌을 받을까봐 두려워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또 이들은 2020년 10월에도 E씨가 비슷한 사고를 당해 병원에 6일간 입원했음에도 출근부를 허위로 작성해 정상 출근한 것처럼 조작해 산재보험 처리를 해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업체 대표인 D씨에 대해서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확인해 중대재해법을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보완수사를 통해 이 사건이 단순 산재 사망이 아니라 산재 현장 조작과 범행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걸 규명해 검찰에서 최초로 중대재해법 범행을 직접 입건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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