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더 취약한 협심증···이런 이유 있었다
피 공급 관상동맥 미세혈관에 장애
남성보다 장애 유병률 48% 더 높아
무증상 등 여성 환자 진단·치료 기여
관상동맥 미세혈관 장애와 이로 인한 협심증에 여성이 더 취약한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규명했다. 협심증은 주로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 발생하는데, 이 증상이 발견되지 않고 미세혈관에만 장애가 생긴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성미·김소리·김미나 교수 연구팀은 협심증이 의심되는 환자의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과 혈류 속도의 남녀 차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8~2021년 흉부 증상으로 진료받은 환자 중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진 증상이 관찰되지 않은 환자 202명을 대상으로 미세혈관에서 기능에 장애가 나타난 비율과 혈류 속도의 변화 등을 분석했다.
협심증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흉통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부분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협착이 생기지만 협착이 발견되지 않는 상당수에서는 관상동맥에서 갈라져 심장 근육과 직접 연결되는 미세혈관에 장애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까지는 미세혈관 장애가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을 뿐 이를 상세히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여성의 심장이 관상동맥 미세혈관 장애와 이로 인한 협심증에 더 취약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환자들에게 단시간 동안 관상동맥을 확장하는 약물인 아데노신을 주입한 후 피가 흐르는 속도 변화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관상동맥 협착이 없는 협심증 환자 중 약 40%는 미세혈관 기능장애가 동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환자는 남성보다 관상동맥 미세혈관 장애 유병률이 약 48% 더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관상동맥 미세혈관을 흐르는 혈류 속도가 남녀 간에 차이를 보이는 점을 통해 확인됐다. 혈관을 확장하는 약물에 반응해 혈류 속도가 빨라지는 정도는 남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미세혈류 속도는 천천히 증가하고 지속해서 남성보다 낮은 점이 확인돼 남녀 간에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의 차이가 있음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그간 심장질환이 있어도 증상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여성 환자들을 진단·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미 교수는 “여성이 산소 소비량과 좌심실 박출률이 더 높음에도, 관상동맥 미세혈류의 속도가 더 느리고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되면서 남녀 간의 차이가 최초로 규명됐다”며 “관상동맥 미세혈류의 속도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허혈성 손상 및 협심증 증상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근거”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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