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충돌···韓, 日·대만 등과 3지대 미들파워 구축해야"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2024. 1. 3. 14: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 신년기획] 해외 특별 인터뷰 <2> 애덤 포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
中, 권위주의적 통제로 경제저변 장기 역동성 상실
제재위주 對中정책 탈피, 인재·자본 흡수전략 필요
美와 안보협력 유지하되 글로벌무역 새활로 뚫어야
[서울경제]

“저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 속에서도 한국은 글로벌 경제의 나머지 부분이 더 개방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주요한 제3국이 돼야 합니다.”

애덤 포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이 지난해 12월 20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특별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꺼지고 미중 갈등이 더 고조되는 정세 속에 한국과 같은 ‘미들파워’를 지닌 국가들이 글로벌 무역의 새로운 활로를 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고 일본·호주·대만·싱가포르 등과 함께 미중 갈등을 극복할 새로운 다자 무역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젠 소장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유력 싱크탱크 PIIE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 경제 석학으로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Fed·연준) 이코노미스트와 영국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 등을 지냈다.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포젠 소장은 지난해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The end of China’s Economic Miracle)’이라는 글을 통해 미국 싱크탱크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 19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권위주의적 통제로 중국 경제 저변의 역동성이 상실됐으며 중국의 고성장은 사실상 끝났다는 다소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포젠 소장은 “중국의 일반적인 중산층들과 소상공인들이 현금성 저축을 늘리고 있으며 이들이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노력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그들이 더 이상 중국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의 문제는 단순히 성장률 몇 %의 하락이 아니며 경제주체들의 근본적 심리 변화에 있다는 것이다.

포젠 소장은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의 대기업들한테는 원래 중국 정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평균적인 계층들도 두려움을 갖게 됐다”면서 “중국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중국 경제의 잠재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를 상수로 두고 각 국가들이 경제 정책 운용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포젠 소장은 “중국 경제가 3~4%의 성장은 이룰 것으로 생각하지만 10%에 가까운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中 이탈 자본과 인재 유치해야=포젠 소장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제재를 주고받으며 갈등하는 상황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제재(Sanction)보다 흡수(Suction)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이날 밝혔다. 이는 한국과 일본처럼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압박이 필요한 국가들에 유효한 전략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포젠 소장은 중국에 대한 제재 일변도 정책은 자국 경제에도 해를 입히며 중국을 적으로 만들고 중국의 기술 굴기를 부추기며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 정권과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중국의 일반적인 국민들과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를 피해 중국에서 빠져 나오려는 민간 자본과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중국의 힘을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젠 소장은 “한국이나 일본 같은 미국의 동맹 국가들이 중국 반도체에 대한 제재를 미국과 함께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중국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중국 자체적으로도 어떻게든 반도체를 만들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들의 기술 국가주의를 강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중국의 자본과 인재를 빼온다면 중국 공산당 정권을 이를 막기 위해 장벽을 쌓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닫힌 문을 보면 더 떠나고 싶어하고, 그렇게 되는 순간에 중국이 지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韓, 제3지대 무역 촉진해야=포젠 소장은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의 외교·경제 정책 운용과 관련해 미국과의 탄탄한 안보적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제재 문제 등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타당한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중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미중 갈등 속에서도 글로벌 무역이 도태되지 않도록 다자주의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젠 소장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통과됐을 때 독일과 한국 같은 국가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고 그로 인해 법안의 내용이 일부 조정됐다”면서 “중대한 안보적 결정과 관련해 미국을 건너 뛸 수는 없지만 결정이 내려지기 전이라면 한국은 충분히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인 ‘스몰 야드, 하이 펜스(마당의 작게, 펜스는 높게)’ 전략과 관련해 과연 ‘펜스’가 어디인지 미국에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면서 “중국에도 동맹인 한미 간의 전략적 협력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중국과의 관계 유지에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중을 제외한 3지대의 글로벌 무역을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 등 이른바 경제적 ‘미들 파워’ 국가들이 이끌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내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이 다자 무역에서 이탈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포젠 박사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하려 했을 때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다른 국가들이 효과적인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바 있다”면서 “각 국가들은 무역을 지키기 위해 다자간 합의를 더 많이 이뤄내야 하고 그 같은 노력들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