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여왕의 조기 퇴위 결정… 英 찰스 3세에 '불똥' 튀나

김태훈 2024. 1. 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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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는 덴마크 사례를 따라야 한다.'

데일리메일은 "찰스 3세가 왕실의 미래를 지키고자 한다면 덴마크 여왕의 결정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영국 왕실 전문가의 발언을 소개했다.

찰스 3세가 덴마크 여왕의 전철을 밟아 조기에 퇴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렇게 함으로서 영국 군주제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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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일부 언론 "찰스 3세, 덴마크 사례 따라야"
75세 찰스, 건강 문제는 없으나 여론 '비호감'

‘찰스 3세는 덴마크 사례를 따라야 한다.’

영국의 한 언론인이 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게재한 칼럼 제목 일부다. 덴마크는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지난달 31일 텔레비전(TV) 생방송으로 행한 신년 연설 도중 퇴위 및 왕세자에게로의 왕위 계승 의사를 밝혀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현재 83세로 영국 찰스 3세 국왕보다 더 고령이다.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 현재 83세인 그는 고령과 건강 등 문제로 오는 14일 조기에 퇴위할 뜻을 밝혔다. 왕위는 큰아들인 프레데리크 왕세자가 넘겨받는다. 연합뉴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타계하기 전부터 영국에선 70대 노인인 찰스 3세를 건너뛰어 그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가 왕위를 넘겨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찰스 3세는 75세, 윌리엄 왕세자는 41세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이날 ‘찰스 3세가 덴마크 여왕을 따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온라인판 기사를 보도했다. 살아 있는 동안 스스로 왕관을 벗기로 한 마르그레테 2세의 용단에 주목하며 찰스 3세도 그를 본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오는 14일 퇴위함과 동시에 왕위를 큰아들인 프레데리크(55) 왕세자에게 넘긴다고 공표했다.

데일리메일은 “찰스 3세가 왕실의 미래를 지키고자 한다면 덴마크 여왕의 결정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영국 왕실 전문가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 전문가는 “5∼10년 후에 찰스 3세가 건강이 안 좋아질 경우 양위를 고려할지, 혹은 그저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아직 젊을 때 넘기는 게 좋다고 여길지 생각해보게 된다”고도 했다.

마르그레테 2세가 양위를 결단한 표면적 이유는 얼마 전 허리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했다는 점이다. 찰스 3세는 마르그레테 2세보다 젊기도 하지만 아직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징후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영국 왕실의 핵심 구성원들. 왼쪽부터 커밀라 왕비, 찰스 3세 국왕,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왕세자빈. 연합뉴스
일각에선 찰스 3세의 경우 건강보다는 위기의 영국 군주제를 살려야 한다는 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1952년 즉위해 2022년 9월 서거하기까지 70년간 왕좌를 지킨 엘리자베스 2세는 높은 국민적 인기를 누리며 영국 국내는 물론 영연방 회원국들에서도 사회통합의 구심점 노릇을 했다. 반면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다이애나 비(妃)와의 이혼 등 사생활 문제로 대중의 호감을 잃었다. 엘리자베스 2세 사후 영국 일각에서 왕위가 찰스 3세를 건너뛰어 윌리엄 왕세자한테 바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다.

2023년 4월 BBC 보도에 따르면 18세 이상 영국인 4592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영국이 군주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8%로 과반수를 처지했다. 다만 25세 이상 49세 이하는 ‘군주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8%에 그쳤다. 특히 18세 이상 24세 이하 청년층은 ‘군주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고작 32%에 불과했다.

영국 군주제의 앞날이 암담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이 찰스 3세한테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BBC는 “찰스 3세 집권 초반에 군주제는 젊은이들을 향한 호소력 측면에서 곤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찰스 3세가 덴마크 여왕의 전철을 밟아 조기에 퇴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렇게 함으로서 영국 군주제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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