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를 잡아라"…워싱턴DC, 사슴 급증하자 저격수까지 동원

사진 출처=EPA/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급증한 사슴 수를 조절하기 위해 당국이 저격수까지 동원하자, 동물 보호론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D.C. 북서부에 자리한 200만 평 규모의 국립공원 록크리크 공원은 날로 늘어나는 사슴 수에 골머리를 앓아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 이 공원에서는 1960년대 처음 사슴이 발견됐으며, 1990년대 초부터는 당국이 공식 집계를 포기했을 정도로 개체가 늘어났다.

이 공원은 숲이 우거지고 민가가 공존해 사슴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여겨진다. 또 사적인 사냥이 금지되어 있으며, 늑대 등 포식자 동물도 살지 않아 사슴들이 쉽게 개체 수를 늘려갈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슴이 공원의 어린 풀을 모두 먹고 인근 민가 정원까지 침입해 잔디나 나뭇잎을 뜯어 먹는 등 피해가 커지자, 10여 년 전부터 사냥 등을 통해 본격적인 개체 수 조절에 나서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한 공원 관리인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민간인 진입을 통제한 채 사냥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야생생물학자 얼 호드넷은 당시 사슴 사냥에 주 경찰 소속 특수 기동대의 저격수들이 투입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작전을 위해 미 육군과 해군이 야간투시경을 비롯한 장비들을 제공했으며, 뛰어난 성과를 보인 저격수 한 명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스카우트되기도 했다고 호드넷은 전했다.

그러나 미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사슴 사냥에 일부 동물 보호론자들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근에 사는 동물 보호론자 캐럴 그룬월드는 2012년 사슴 개체 수 조절을 막아달라며 연방 정부를 법원에 고소했으나 법원은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그룬월드는 일부 주민과 함께 '우리의 사슴을 죽이지 말라'고 주장하는 시위를 여는 것은 물론, 사슴에게 피임 약물을 주사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지만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아직 실현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선을 그었다.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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