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의원 14명 ‘세금 유용 의혹’ 증거 차고 넘치는데… 검찰은 무혐의, 공수처는 조사도 안 해
지난 2022년 뉴스타파의 보도로 ‘세금 유용 의혹’이 드러난 여당 국회의원 14명 전원에 대해 최근 부산지방검찰청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원들을 고발했던 시민단체들은 “올해 4월 총선에 앞서 여당 의원들의 중대 비리 의혹을 털어준다는 의도가 없고서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를 종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이번에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의원은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김도읍, 김미애, 김희곤, 박수영, 백종헌, 서병수, 안병길, 이주환, 이헌승, 장제원, 전봉민, 정동만, 하태경, 황보승희 의원이다.
이들 14명의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지만, 공수처는 고발장을 받고서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부산지역 여당 의원 14명의 조직적인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
2022년 9월, 뉴스타파는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 14명이 정책연구를 수행한 것처럼 공문서를 허위로 꾸며 국회사무처를 속이는 수법으로 국회 예산인 ‘입법 및 정책개발비’ 3,300만 원을 빼돌려 부산시당의 싱크탱크인 ‘부산행복연구원’의 자금으로 유용한 의혹을 폭로했다. (관련 기사: 국민의힘 부산 의원 14명... 조직적 세금 유용 의혹)
뉴스타파는 또 빼돌려진 세금 3,300만 원이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부산시장 공약 개발 비용으로 쓰이는 등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전용된 의혹도 보도했다. (관련 기사: ‘부산 국민의힘 세금 유용 카르텔’... 불법 정치자금 조성 의혹)
뉴스타파가 밝혔던 국민의힘 의원 14명의 범죄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①허위공문서 작성(형법 제227조) 및 ②허위공문서 행사(형법 제229조) 의혹
국회의원은 의정활동을 위해 국회 예산인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지원받는다. 의원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4,500만 원가량을 쓸 수 있는데, 이 예산으로 정책연구를 의뢰하고, 정책자료집을 발간하며, 토론회도 연다.
그런데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2021년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 14명의 정책연구 수행 방식은 여느 의원들과 사뭇 달랐다. 어찌 된 일인지 14명 의원들은 정책연구 용역의 수행자에게 직접 용역을 맡기지도 않았고, 용역 주제의 선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의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책연구가 진행된 셈이다.
○기자: 연구 용역 수행자한테 직접 용역을 의뢰를 하신 건가요?
●김희곤 의원: 그런 건 아닙니다.
-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 (2022년 취재 당시 전화 통화)
●서병수 의원: 내가 직접 의뢰를 안 했죠.
○기자: 그러면 ‘부산행복연구원’을 통해서 그냥 일괄적으로 (용약을 의뢰한 건가요)?
●서병수 의원: 네, 그렇습니다.
- 서병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2022년 취재 당시 전화 통화)
심지어 국회사무처에 제출된 서류에 정책연구 용역 수행자로 기재돼 있는 모 인사는 자산이 어느 의원으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았는지 알지 못했을 정도였다.
○기자: 국회의원이 ‘이거 연구를 해 주세요’ 이렇게 얘기를 했나요?
●정책연구 용역 수행자: 아니요.
-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책연구 용역 수행자 ㄱ
취재가 진행되면서 이유가 드러났다. 국회의원 본인 명의로 수행해야 하는 정책연구 용역인데도, 실제로 용역을 발주하고 계약을 전담한 주체는 의원이 아닌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싱크탱크인 ‘부산행복연구원’이었다.
○기자: 당시에 그러면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받으신 건지, 아니면 ‘부산행복연구원’을 통해서 의뢰를 받으신 건지?
●정책연구 용역 수행자: ‘부산행복연구원’을 통해서 받았죠. 아마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책연구 용역 수행자 ㄴ
그런데도 부산지역 의원 14명은 마치 자신들이 직접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공문서인 ‘용역비 지급 신청서’를 거짓으로 꾸며 국회사무처에 일괄 제출했고, 정책연구비 3,300만 원을 타냈다.
③사기(형법 제347조) 의혹
국회의원 정책연구용역비의 집행은 ①의원 명의로 용역비 지급 신청서를 작성해 국회사무처에 제출하고 ②국회사무처는 적정성을 검토한 뒤 ③ 지급신청서에 기재된 용역 수행자의 계좌로 돈을 지급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그런데, 앞서 확인했듯 14명의 의원은 ‘부산행복연구원’의 정책연구 용역을 의원 개인의 용역으로 둔갑시킨 지급 신청서를 제출해 국회사무처를 속였다.
④ 정치자금부정수수(정치자금법 45조) 의혹
정책연구를 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 받아낸 3,300만 원이 흘러간 곳은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싱크탱크인 ‘부산행복연구원’이었다. ‘부산행복연구원’은 국민의힘 부산시당 공식 조직이다.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2021년 1월, ‘부산행복연구원’으로 흘러간 국회 예산 3,300만 원은 석 달 뒤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약 개발 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거마비죠, 거마비.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우리 이 사람들이 다 봉사하러 온 건데 그냥 자꾸 와서 회의하고 하라 하니까. 돈 일, 이백만 원 가지고 어떻게 연구 용역이 됩니까. 안 되는 거죠. 정책팀이나 교수들이라도 맨날 오라 해가지고 계속 얘기하고 이러면 와서 계속 모아가지고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지원금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 OOO ‘부산행복연구원’ 부원장
문제는 국민의힘 부산시당 싱크탱크에서 부산시장 후보를 위해 이뤄진 ‘선거 공약 개발’을 ‘정당의 정치활동’으로 볼 수 있느냐인데, 국민의힘 부산시당 스스로 ‘선거 공약 개발’을 ‘정당의 정치활동’으로 인정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선관위에 제출한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보면, ‘2021년 1월 26일’에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약개발단 회의비’로 ‘60만 원’을 집행한 내역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회계보고서 어디에도 문제의 3,300만 원에 대한 수입·지출 기록은 없었다.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현행법에는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 내역은 반드시 회계보고서로 작성해 선관위에 신고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뉴스타파의 보도는 의혹 연루 의원들과 ‘부산행복연구원’ 내부자, 용역 수행자 등 복수의 증언, 그리고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자료에 기반했다.
고발장 이후 14개월... 검찰은 무혐의, 공수처는 고발인 조사도 안 해
뉴스타파와 함께 ‘국회 세금도둑 추적’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는 2022년 10월,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 14명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사기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사건은 이후 부산지방검찰청으로 이첩됐다. (관련 기사: “초유의 국회의원 집단 예산 사기”... 국민의힘 의원 14명 고발)
한 달 뒤인 2022년 11월, 시민단체들은 이번엔 공수처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4명 의원을 추가 고발했다. (관련 기사: '세금 유용 카르텔' 국회의원 14명...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 고발)
고발장을 낼 당시,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이번 국회의원 집단 고발 사건은 한두 명도 아닌 14명의 의원, 그것도 집권 여당의 의원 다수가 연루돼 있어, 검찰에서 ‘봐주기’ 수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12월 30일, 부산지방검찰청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의혹 연루 의원 14명의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사기 혐의에 대해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하승수 대표에게 통지했다. 또한 공수처는 고발장 접수 이후 14개월이 지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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