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명 탈출 직후 "펑" 항공기 폭발…日공항 충돌은 관제사 실수?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지진 피해를 도우러 가려던 해상보안청 비행기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해상청 항공기에 탄 5명이 숨졌지만, JAL 여객기 탑승자 전원은 모두 극적으로 탈출했다. 자칫 대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이번 사고가 관제 과실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본 당국은 사고 원인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JAL 여객기의 불길은 착륙 직후 기체 뒷부분에서 치솟기 시작했다. 당시 JAL 항공기에는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 등 총 379명이 타고 있었다. 불이 비행기 전체로 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분. 그 사이 화염 속에서 목숨 건 탈출이 이뤄졌다. 사고 직후 기내에는 "괜찮다. 진정하라"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코와 입을 가려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일부 승객들은 "빨리 꺼내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한 승객은 닛케이에 "(기내가) 사우나처럼 뜨거워져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이 타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승무원들은 신속히 대피용 탈출 슈트(슬라이드)를 가동했다. 승객들은 승무원의 지시를 서로에게 전달하며 적극 협조했고, 탑승자 전원은 탈출에 성공했다. 1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빠져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체에서 '펑'하는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기내로 번진 불길은 여객기를 뼈대만 남기고 태운 뒤 약 6시간 만에 꺼졌다.
영국 항공 컨설팅회사 시리엄의 항공안전책임자인 폴 헤이스는 로이터통신에 "승무원들은 분명 훌륭한 일을 해냈다"며 "승객들은 기내용 가방 없이 대피했던 것 같다. 여객기에서 모든 승객이 내린 건 기적적이었다"고 전했다.
JAL 여객기와 충돌한 해상청 항공기에선 사망자가 나왔다. 탑승자 6명 중 5명이 목숨을 잃었고, 탈출한 기장 1명도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JAL 여객기에 비해 기체가 작아 충돌 과정에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항공기는 지난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 물품을 지원하기 위해 이륙하려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하네다공항은 전날 밤 활주로 4개 중 사고가 난 1개를 제외한 3개의 운용을 재개했지만, 결항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JAL 국내선 44편과 전일본공수(ANA) 국내선 54편·국제선 1편이 결항됐다고 전했다. 이 중 ANA의 국제선 여객기는 한국 김포공항 출발·하네다공항 도착 편이다. 닛케이는 "전날 하네다행 항공편이 다수 결항돼 이날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가 부족한 상황이라 추가 결항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사고 항공기들과 관제사의 교신 기록이다. 이번 충돌 사고의 원인이 관제사의 지시 오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NHK는 국토교통성 관계자를 인용, 사고 직전 관제사가 JAL 여객기의 활주로 진입을 허가하는 동시에 해상청 항공기에도 해당 활주로의 바로 앞까지 주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활주로에 여러 기체의 진입을 피하는 것은 안전한 이착륙의 전제가 된다. 이를 위해 공항 관제사가 각 비행기와 교신해 활주로 진입을 허용하거나 유도로(활주로·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통로) 대기를 명령해 접촉을 피한다.
이와 관련 JAL 측은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516편에 대한) 착륙 허가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활주로에 정상 진입해 착륙을 시도하다가 충격이 가해져 사고가 발생한 것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관제 측에 음성 데이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토교통성은 내용 검증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경시청은 이날 도쿄공항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관련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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