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서 하마스 3인자 살해…중동전쟁 확전·보복 위기 고조
레바논, 안보리에 '주권침해' 항의…유엔·프랑스 등 자제 촉구
"블링컨 이스라엘 방문 내주로 연기"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뇌부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피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새해 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로 하면서 전쟁 강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레바논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에 반(反)이스라엘 세력이 결집하며 오히려 중동전쟁으로 사태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과 서방도 이번 사건에 우려를 표하고 자제를 촉구한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예정된 이스라엘 방문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하마스 정치국 3인자 살레흐 알아루리를 비롯해 하마수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하마스 정치국장인 이스마엘 하니예의 부관인 알아루리는 하마스 무장 조직 알카삼 여단을 창설한 초기 멤버 중 1명으로, 서안지구에서 하마스 조직을 이끄는 동시에 레바논 내 친이란 무정정파 헤즈볼라와의 연락책 역할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전쟁 발발 전부터 그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레바논 국영 매체들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 드론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고, AP 통신 역시 이스라엘에 의한 공격이 명백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 기간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역이 아니라 베이루트 지역에 대한 공격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가 아닌 타국에서 활동 중인 하마스 수뇌부를 제거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관련 질의에 "우리는 하마스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으며,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사건 직후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는 "레바논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주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는 내용의 공식 항의서를 제출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하마스 정치국장 하니예는 이번 공격을 "테러 행위, 레바논 주권 침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행위 확대"라며 "반드시 보복하고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진행 중이던 휴전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한 하마스 관계자는 알아루리가 지난해 11월 말 성사된 일시 휴전 당시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은 묵과할 문제가 아니다.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해 여름 연설에서 "레바논이 암살의 장이 되는 것을 막겠다"면서 "레바논 영토에 대한 어떤 공격이든 강력한 대응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무함마드 시타예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총리도 "뒤따를 수 있는 위험과 결과"에 대해 경고했으며, PA 집권 파타당의 라말라 지부는 3일 하루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서안지구에서는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거리로 나와 복수를 외쳤다.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을 이끄는 이란은 외무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레바논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한 '암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순교자의 피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온주의 점령자들에 맞서 싸우려는 저항의 동기를 다시 불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날 예정된 전시 내각 회의를 취소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종전까지 가자지구 전후 구상 논의를 꺼려왔으나, 전쟁 국면 전환을 앞두고 마련된 이번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가 극도로 자제하고 역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또한 계속된 전쟁에 따라 여러 주체들이 큰 오판을 할 위험이 있다면서 확전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노희근기자 hkr122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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