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이어 옴 패닉?"...英 옴진드기 감염 급증, 국내서는?
'빈대 패닉'에 이어 '옴 패닉'이다. 영국에서 옴(scabies) 발생 사례가 급증하면서 보건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옴은 피부 접촉을 통해 옴 진드기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피부 질환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특히 영국 요양시설에서 발생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런던 북부에 위치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도 감염이 발생돼 영국보건의료전문가들은 더 확산되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동생활시설 중심으로 확산…치료제 부족한 실정
옴은 침구류나 수건 등에 붙어있다가 숙주인 사람에게 달라붙어 굴을 파고 알을 낳으며 번식한다. 크기가 작아 맨눈으로 옴 진드기를 관찰하기는 힘들다. 피부에 파고든 옴은 4~6주간 잠복기를 거쳐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데, 밤에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더 쉽게 감염된다. 손가락 사이, 손목 관절 부위, 남성의 성기 부분, 발가락, 발목, 여성의 가슴 부위, 겨드랑이, 허리 등에서 붉은 발진이 생기거나 결절·수포·딱지가 나타날 수 있다.
영국 피부과의사 협회 회장인 맙스 쵸두리 교수는 "옴이 요양원, 대학 기숙사, 기타 공동생활시설에서 확산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 "치료가 훨씬 어려워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 명이라도 완전히 치료되지 않으면 모두가 재감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적 돌봄의 어려움과 치료 부족을 고려할 때, 공중보건기관은 요양 시설에서의 옴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옴 치료에 사용되는 퍼메트린과 말라티온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타임즈(UK Times)는 왕립 일반의과대의 데이터를 토대로 11월 옴 발생률이 10만 명 당 3건을 기록해, 이 시기 평균의 2배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발생률은 10만 명당 1.4건이었다. 11월 27일부터 일주일 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무려 484건의 사례를 기록됐다. 2021년 같은 기간 보고된 사례는 56건이었으며, 2022년에는 총 94건이 기록됐다.
미국에서도 옴 발생 증가...촉각 곤두세워
미국에서는 아직 급증세가 기록되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이(lice)와 옴 발생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는 노숙자들 사이에서 감염이 급증함에 따라 보건국의 조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해충 검사를 시작했다. 9월에는 시카고 경찰서에서 감염 사례가 발견되어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왕립 일반의과대 의장인 카밀라 호손 교수는 옴이 본질적으로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소아청소년 피부과학회 회장인 테스 맥퍼슨 박사는 옴에 걸린 환자를 비위생적이라는 시선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옴과 관련된 낙인을 줄여 사람들이 필요할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고령자 옴 발생률 높아…대한피부과학회 옴퇴치 TF팀 운영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 국내 옴 환자는 2012년 5만 284명에서 2021년 2만 9693명으로 지난 10년 사이 꾸준히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병원 방문객이 줄면서 병원에서 외부로 퍼지는 사례도 줄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80세 이상 환자를 중심으로 한 고령층 환자 발생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내 요양병원에서의 옴 발생 현황을 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요양병원 110개에서 5년 내 옴 발생 보고 비율이 높고, 그 중에서도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유독 발생률이 높았다. 젊은 층보다 피부 감각이 둔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감염 관리에 취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저질환에 대한 약물 사용으로 가려움증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옴 감염으로 인한 가려움증과 구분하기 어려워 제때 치료를 못하고 있다가 옮기기도 한다. 옴은 감염된 사람이 무증상 잠복기 동안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장기요양시설에서 옴이 의심되는 경우 조기 진단 및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 가족 및 접촉한 사람 증상 유무 관계없이 검사 받아야
옴이 의심되는 경우 피부를 긁어서 현미경으로 확인한다. 치료는 옴 치료제를 전신에 바르고 시간이 지난 후 씻어내는 방법으로 한다. 옴 환자의 내복∙침구류는 치료제를 바르는 동안 같은 것을 사용한 후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세탁 후 3일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환자의 가족, 환자와 접촉이 있었던 사람은 증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동시에 검사·치료받아야 한다.
한편, 대한피부과학회는 지난해부터 옴퇴치 테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질병관리청, 국내 제약사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질병 예방을 위한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사전 신청한 전국 14개 지역 20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전담 피부과 전문의를 지정해 직접 방문 진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 옴 역학 특징을 바탕으로 한국인에 맞는 '옴 임상진료지침'도 만들었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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