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로 서울 날아간` 이재명...의료계 "지방의료? 말도 꺼내지 말라"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헬기 이송…"응급환자라면 안될 일, 한동훈이라도"
"지방의료 활성화하자며 지방대병원 무시, 헬기行…이송체계 입장 명확히 정리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 후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헬기 이송 강행을 놓고 의료계에선 "응급이면 (환자를 위해서) 가면 안 됐고, 비(非)응급이면 헬기를 타면 안 됐다"는 특혜 의혹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을 향해 "지방의료의 '지'자도 꺼내지 말라"는 목소리도 더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크게 안 다친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진심으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의문점이 있다. 근본적인 특혜의 문제"라고 했다.
여한솔 과장은 첫째로 이 대표가 전날(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에서 피습 20여분 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데 대해 "근거리 수용가능한 병원 이송이 아니라 외상센터 119"라며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이비인후과 응급수술이 필요할수 있다 판단했을테니"라고 짚었다.
이어 "부산대병원 치료가 가능한데 (서울대병원에) 환자 사정으로 전원(轉院). 구급헬기 이용은 왜?"라며 "수용 가능한데도 환자 사정으로 전원을 원하는 경우 119 헬기가 이용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나. 일반시민들도 앞으로 이렇게 (서울 소재 병원 가자며) 119헬기 이용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경험을 들어 "심근경색으로 당장 시술 받지 않으면 죽을수 있는 환자에게 빠른 치료를 위해 119헬기 이송 요청 했더니 '의료진 안 타면 이송 불가하다'던 119 도 뭐라고 답변을 좀 해보시라"라며 "응급한 상황이면 부산대병원 수술을 받았어야했고 응급하지않은 상황이라면 굳이 헬기까지 탈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 공공의대 설립 입법을 주도하는 민주당을 향해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병원) 가자'라면서 지방의료를 활성화시켜야한다 어쩐다, 말도 안 된다"며 "지역대학병원 무시하면서 본인은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으로 119헬기타고 이송한다. (의학적으론) 이송조건에 단 하나도 부합하는게 없다"고 토로했다.
여 과장은 덧붙인 글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가불기(방어 불가능 기술)에 걸린 것 같다. (이 대표가) 수술 잘 받고 무사히 잘 치유가 된 것 같으니 다행이되, 119 이송체계에 대해선 분명히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며 "적어도 이 부분(입장)을 명백하게 정리하지 못한다면 지방의료의 '지'자도 꺼내지 마시라"고 했다.
또 "지방 현장은 너무 씁쓸한 상황"이라며 "이 부분(헬기 특혜)만 지적하는게 좋을 것 같다. 손상정도는 CT와 환자를 접한의료진만 알테니까"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크게 안 다친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진심으로"라며 "빨리 쾌유했으면 한다. 폭력은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헬기 이송 특혜 비판이 민주당 지지층의 비난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여 과장은 3일 페이스북 후속 글에선 '원칙'의 사전적 정의가 담긴 이미지와 함께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다"며 "응급실에선 대단한 사람 일반 사람, 여당야당 가릴 것 없다. 색안경을 벗고 이야기 해 보시라"고 했다.
그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똑같은 일을 당했고 똑같은 조처를 취했다고 해도 저는 비판했을 것"이라며 "길가에 집없이 떠도는 노숙자도 이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도 그저 의사에겐 하나의 생명일 뿐이다. 그렇게 스승에게 배웠고 응급실에서 똑같이 그렇게 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 과장은 "항간에 언론에 회자됐던 '응급실 난동 사건'도 심정지환자가 왔을때 (자신들을) 먼저 봐달라고, 본인들 신경더써달라고 하던 그 보호자도 '다 필요없고 서울대병원 보내달라'고 했다"며 "(의료진이) 이송하지 않은 건 환자의 상태가 당장 서울대병원 전원가야할만큼 의학적 위중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보호자가 미워서 그런것이 아니다"며 "다른 현장도 아니고 특히 의료현장에서 누군가에게 절차를 벗어나 특혜를 주고, 그렇게 원칙이 무너지면 그 사회는 가망이 없다. 앞으로 환자 전원 보낼 때마다 '119헬기 태워달라'는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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