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명가재건 중책, 김기동 감독 취임 “FC서울답게, 자신감 없었다면 오지 않았다”
“FC서울의 재도약, 자신이 없었다면 오지 않았다.”
2024년 FC서울의 명가재건을 이끌 김기동 감독의 취임 일성이다.
지난해 연말 서울과 계약을 마무리한 김 감독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FC서울을 FC서울답게 만들 자신이 없었다면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적, 관중, 흥행 등 일단 좋은 성적을 내야 FC서울다움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2019시즌 3위 이후 9-7-9-7위를 오가며 번번이 상위권 진입에 실패하며 감독들이 줄줄이 물러났다. 김 감독은 “주변에서는 (첫 목표로)6위만 올라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데 그것보다 높은 순위에 오르겠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K리그에서 미드필더로 총 501경기에 출전해 최고령 출전 기록 등을 남길 정도로 꾸준함과 근성을 인정받았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그는 포항에서 감독으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걸었다. 2019년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뒤 5시즌간 선수 유출이 많은 팀 상황에서도 팀을 꾸준히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202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3년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등으로 2020년 K리그1 감독상, 2023년 FA컵 감독상과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새 시즌 포항을 떠나 서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밝힌 김 감독은 “제가 5년간 포항을 이끌면서 부족하다면 부족하지만 성적을 냈다. 지난해 FA컵에서 우승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서울에서 얘기가 나왔다”며 “포항에서 성적을 내니까 주변에서 포항이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고, 그걸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는 꾸준히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새 도전에 있어 부담 보다 설렘이 크다. 올 한 해 서울의 과거 찬란한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팀에 와서 짧은 시간 구단과 미팅을 통해 팀이 나아가야 할 변화를 얘기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변화를 예고하며 “선수 영입에 대해서도 계속 대화하고 있고, 제가 왔으니 구단에서 좋은 선물을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과 재계약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팀의 간판 기성용이 잔류했으면 하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그는 “성용이가 외국에서 온지 얼마 안돼 전화로만 오래 통화했다. 서울하면 기성용, 기성용하면 서울 아닌가. 서울에 남아 같이 좋은 축구를 해보자고 말했다. 서울에 애정이 있는 선수라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서울은 또 포항과는 완전히 다른 컬러의 팀이다. 한동안 우승에서 멀어져 있지만 대도시 서울을 연고로 하면서 팬층도 두텁고,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도 많아 선수 매니지먼트 역할도 더 중요해진다. 성적에 대한 더 큰 부담감과도 싸워야 한다.
김 감독은 “서울과 경기할 때 뛰어난 기술과 능력을 가진 선수들, 한방이 있는 선수들이 많아 늘 어려웠다. 좋은 선수가 많으면 팀에 도움이 되지만 승리와는 상관없다. 단단한 팀워크로 조합을 만들어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시절 ‘큰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스킨십했던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몇 년간 상위 스플릿으로 못 올라가면서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김기동 감독은 다르다’며 나를 믿고 따라왔을 때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마침 현재 서울에는 임상협, 권완규, 이승모 등 포항에서 뛰면서 김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아는 선수들도 있다.
서울은 5일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이후 태국 후아힌, 일본 가고시마 등에서 새 시즌을 준비한다. 김 감독은 “프로선수로 체력과 정신적은 기본적인 부분”이라며 “팀 조합과 방향성에 대해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겠다. 어떤 축구를 할 지 공감대를 형성한 뒤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지훈련 구상을 밝혔다.
김 감독은 서울팬들에게 “긴 말은 하지 않겠다. 올 한 해 서울팬들이 한호하고 웃음이 떠나지 않게 좋은 축구를 하겠다”는 당찬 약속을 남겼다. “새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스타트하겠다. 이후 상황을 보면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을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 서울에 있는 동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게 개인적 목표”라며 대권 도전의 욕심도 드러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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