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추위 속 동네 고양이에게 겨울집은 생명줄"
겨울집은 위치 선정과 관리가 더 중요
동네 고양이를 돌보는 케어테이커 박모씨는 지난달 중순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2도까지 내려가는 등 최강추위가 이어진 기간 동안 애를 태웠다. 박씨가 돌보는 고양이들이 추위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돼서다. 그는 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겨울집을 마련하고 핫팩을 이용해 물이 어는 속도를 늦추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고양이 돌봄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어 겨울집 위치를 선정하는 데 한참을 고심해야 했다. 그는 "건물 안이나 지하주차장이 없는 지역에서 겨울집은 고양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며 "다만 이를 좋지 않게 보는 주민들도 있어 청소 및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겨울이 되면 케어테이커들은 더욱 바빠진다. 고양이는 평균체온이 약 38~39도로 사람보다 높아 추위를 더 쉽게 느끼는데, 한파가 지속되면 추위를 피해 건물 안이나 지하 주차장, 온기가 남아 있는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가기도 한다. 문제는 자동차 엔진룸이나 배전반 등에 들어가게 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고양이들이 도로나 다리 위 한복판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자동차 안에 들어갔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케어테이커들이 고양이들의 겨울 나기를 돕기 위해 겨울집을 설치하고 있지만 이를 두고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겨울집 설치를 반대하는 이들은 고양이들이 실제 많이 이용하지 않을뿐더러 겨울이 지난 이후 겨울집을 치우지 않아 쓰레기를 양산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동물단체와 케어테이커들은 겨울집은 관리만 잘 된다면 혹한 속 고양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케어테이커로 활동하고 있는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는 "지하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없는 고양이에게 겨울집은 혹한 속 생명줄과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지하주차장이나 문이 열려 있는 실내의 경우 고양이들은 인간의 허락 여부에 관계없이 들어갈 것"이라며 "자칫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위에 겨울집을 설치하는 것도 고양이의 겨울나기를 돕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겨울집을 설치하더라도 위치와 관리는 필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현지 동물권행동카라 정책실장은 "고양이에게 겨울집 제공 등 추위에 살아남기 위한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 "다만 지속적인 고양이 돌봄이 가능하려면 갈등의 소지를 없애나가야 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겨울집의 경우 인적이 드물고 고양이의 활동 영역을 고려해 실제 이용하는 위치에 놓고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람 간 갈등은 결국 고양이에게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자동차를 출발하기 전 엔진룸을 두드리거나 좌석에서 발을 크게 굴러 고양이가 자동차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간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에서도 겨울집 설치 방안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겨울에 길고양이가 지하 주차장이나 보일러실에 들어가면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겨울집을 외부에 운영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본인의 사유지가 아니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로 선정하고, 설치물인 만큼 동의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외에 △2월 말에는 반드시 철거하며 △내부에는 담요나 수건을 깔되 주기적으로 갈아주고 △지역사회의 이해를 받는 데에는 안내문을 붙이는 게 도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고양이는 사람 곁에서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의 경계에 있는 삶을 살고 있다"며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존중받아야 하며, 그 관계 속 고양이 돌봄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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