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화재 일 JAL 승객 “생지옥”…‘90초 룰’이 살렸다

조윤영 기자 2024. 1. 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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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늦었으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기적이에요."

2일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비행기 충돌로 불이 난 도쿄행 일본항공(JAL) 여객기를 탔던 일본인 사와다 츠바사(28)는 3일 에이피(AP) 통신에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앞서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서 출발한 일본항공 여객기는 2일 오후 5시50분께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씨(C)활주로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일본 해안보안청 소속 항공기 엠에이(MA)722편과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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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 스웨덴인 “몇 분 만에 기내 전체 연기로 가득”
2일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도쿄행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불타고 있다. 에이피(AP) 연합뉴스

“조금만 늦었으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기적이에요.”

2일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비행기 충돌로 불이 난 도쿄행 일본항공(JAL) 여객기를 탔던 일본인 사와다 츠바사(28)는 3일 에이피(AP) 통신에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일본 삿포로에서 휴가를 보낸 뒤 도쿄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뒤 처음에 (비행기 엔진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살짝 웃었지만 화재가 시작되자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스웨덴인 안톤 데이베(17)도 스웨덴 매체 ‘애프톤블라데트’에 “몇 분 만에 기내 전체가 연기로 가득 찼다. 그야말로 지옥이었다”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아수라장이었다”며 당시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서 출발한 일본항공 여객기는 2일 오후 5시50분께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씨(C)활주로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일본 해안보안청 소속 항공기 엠에이(MA)722편과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여객기가 착륙한 직후 기체 뒷부분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은 뒤 화염에 휩싸인 채로 활주로를 달렸다.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 등 모두 379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화재 발생 뒤 모두 탈출했다. 다만 엔에이치케이 방송은 “17명의 부상 정도는 알 수 없고 이들 외에도 부상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3일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불에 탄 일본 해안보안청 항공기. 교도통신 연합뉴스

탑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던 것은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처와 승객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덕분이었다. 당시 이들은 여객기에 불이 난 직후 탈출 슈터(미끄럼틀)를 타고 비행기 밖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 슈터는 사고 시 항공기 출입구에 부착된 미끄럼틀에 가스를 투입해 신속히 팽창시켜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긴급 탈출구다.

항공사 대부분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90초 안에 승객들을 기내에서 탈출시킬 수 있게 훈련받는 이른바 ‘90초 룰’을 규정으로 삼고 있다. 이날 로이터가 공개한 영상도 보면,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승객은 엔에이치케이 방송에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모든 승객에게 짐을 두고 내리라고 말한 뒤 모든 불이 꺼졌고 기내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와다도 에이피 통신에 “일부 승객이 매우 불안해했지만 승무원들이 신속하게 탈출 슈터를 폈고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항공은 비행기가 멈춘 직후부터 대피가 시작됐고 20분 안에 모든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항공 안전 기관들은 승객들이 기내 반입 수하물을 찾다가 대피 중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번에는 이러한 승객들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항공 컨설팅 회사인 어센드 바이 시리움의 항공 안전 책임자 폴 헤이즈는 에이피 통신에 “승무원들이 잘 대처한 것 같다”며 “기내 반입 수하물(을 챙긴 승객들)은 없는 것 같았다. 모든 승객이 내린 것은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안전 컨설턴트인 콕스도 에이피 통신에 “(탈출)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머리 위에 있던 물건(기내 반입 수화물)을 꺼내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항공 기장 출신인 고바야시 히로유키씨는 이날 아사히신문에 “거의 만석이었던 비행기에서 대형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모두가 규정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해안보안청 항공기에 탑승했던 6명 가운데 조종사 1명은 중상을 입고 탈출했다. 다만 승무원 5명은 사망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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