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만 잘하는 김기동' 편견 지우러 왔다! K리그 최고 지략가, 'FC서울 부임' 당당 출사표 "서울다움이란 좋은 성적" [현장 일문일답]

서울월드컵경기장=박재호 기자 2024. 1. 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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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박재호 기자]
김기동 FC서울 감독. /사진=뉴시스
김기동 감독이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 취임 기자회견에서머플러를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FC서울에 입성한 김기동 감독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부담보단 설렘이 크다. "서울다움이란 좋은 성적"이라고 당당하게 밝히며 올 시즌 도약을 약속했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김기동 FC서울 감독 취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김기동 감독은 5년 동안 몸담았던 포항을 떠나 지난달 14일 서울 감독으로 정식 부임했다. 2022년 말 포항과 3년 재계약을 맺어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지만 명가 재건을 원하는 서울의 뜻을 받아들여 새 도전에 나섰다.

여은주 대표이사가 건넨 서울 넥타이를 매고 꽃다발을 받아 든 김기동 감독은 "서울행을 결정하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고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변화를 줘야 할 때 서울에서 제의가 왔다"며 "'김기동은 포항에 있으니깐 가능했지'란 얘기가 있었고 이런 평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서울행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은 4년 연속 파이널B에 머물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시즌 사상 첫 유료 관중 40만을 돌파할 만큼 인기 구단이지만 성적이 바쳐주지 못했다. 서울은 K리그 최고 지략가 김기동 감독을 데려오며 명가 재건을 선언했다.

취임 기자회견을 하는 김기동 FC서울 감독. /사진=뉴시스
김기동 감독이 K리그에서 남긴 업적은 눈부시다. 2016년 포항의 수석 코치로 시작해 2019년 감독을 시작했다. 데뷔 시즌부터 '기동 매직'을 발휘해 포항을 리그 4위에 올려놨다. 2020시즌에는 리그 3위로 한 계단 더 올라섰고 FA컵 4강 진출을 이뤘다. 당시 우승하지 못했는데도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올 시즌에도 기동 매직은 빛났다. 포항은 울산에 이어 리그 2위를 차지했다. 또 FA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김기동 감독 경력 첫 우승을 이뤘다.

김기동 감독이 생각하는 '서울다움'이란 성적이 좋은 팀이었다. 그는 "자신이 없었다면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두렵고 부담이 컸다면 서울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서울다움'이란 서울이 K리그를 성적, 관중, 흥행 등 모든 면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본다. 일단 성적이 좋아야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에 제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서울이 성적이 좋아야 서울다움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 /사진=뉴시스
다음은 김기동 감독과 일문일답
-서울 취임 소감.

▶서울에 오면서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고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포항에서 5년간 부족했지만 많은 성적을 내고 FA컵 우승도 했다. 이후 (개인적으로)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서울에서 제의가 왔다. 포항에서 성적을 내면 주변에서 '김기동은 포항에 있으니깐 가능했지'란 얘기가 나왔고 저도 그런 평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부담보단 설렘이 더 컸다. 잘 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서 서울에 오게 됐다. 올 시즌에 예전의 서울의 찬란한 영광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자신도 있다. 팬들에게 기쁨을 주면서 웃으면서 시즌을 보내고 싶다.

-서울행을 결정하는데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많은 분이 '김기동이 너무 포항에만 있어서 포항에만 적합한 지도자가 아니냐'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벗어나서 새로운 팀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서울로 오게 됐다.

-이번에 서울이 관중이 많았는데 성적은 별로였다. 어떻게 이끌어갈 생각인가.

▶관중이 많은 것은 저한테도 좋은 일이다. 좋은 선수와 경기력이 팬들을 이끈다. 서울이 가장 바꿔야 할 문제는 '성적'이다. 몇 년간 성적을 못 낸 것이 아쉬운 모습이다. 서울이 성적이 좋아야 K리그 흥행을 이끌어갈수 있다. 상위권에 오르고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어떻게 변화를 주고 싶고 목표는?

▶서울과 경기할 때 부담스러운 부분은 황의조, 황인범 등 기술적인 선수들이 많아 부담스러웠다. 반면 부족했던 부분은 조직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은 못 받았다. 기술적인 선수가 많으면 팀에 도움은 되지만 조직력도 더욱 중요하다.

주변에서 올 시즌엔 '서울이 6위만 올라가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 그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 (올 시즌에) 당장 우승을 못하겠지만 ACL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 시절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시절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 영입 계획은?

▶부임 후 짧은 시간이었지만 구단과 많은 미팅을 했다. 그동안 서울은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만 책임지고 물러났다. 선수 수급에 대해서는 구단과 계속 소통을 하고 있고 제가 왔으니 좋은 선물을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함께 하고 싶었던 선수는?

▶있었는데 다 나갔다(웃음). 황의조, 황인범 등 다 좋은 선수다. 포항 시절 전방압박을 중요시했는데 기성용이 미들에 있어 탈압박이 힘들었다. 이제 같은 팀으로서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전방으로 나가는 공격이 더 수월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이 K리그 우승팀인 울산 HD를 상대로 1년 동안 승리가 없는데.

▶울산과 전북 등 강팀에 승리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 갈 것 같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특정팀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 매 경기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전북과 울산뿐 아니라 모든 팀을 이겨서 더 높은 위치로 가고 싶다.

-서울에서 특별히 신경 쓰고 부분이 있는지.

▶포항에서는 선수들하고 가깝게 지내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많이 만들었다. 반면 서울은 좀 더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맺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이 부분에서 터치하고 싶다. 선수들과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으로 다가가고 싶다. 감독이 아닌 선배로서 다가가 조언하면 믿음이 생길 것 같다.

(과거 부천 시절)니폼니쉬 감독 밑에서 현대축구의 새 전술도 있었지만 소통이 더 중요하다. 당시 선수들의 감독과 과격할 정도로 의견을 나누며 소통을 많이 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며 당시의 경험이 큰 역량으로 남는 것 같다.

-눈여겨본 유망주가 있는지.

▶아직은 데이터가 없다. 강성진 등 U-22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있다. 같이 훈련하며 어린 선수들을 챙겨볼 것이고 어린 선수를 발전시키는 것 역시 목표다.

환하게 웃는 김기동 감독. /사진=뉴시스
김기동 FC서울 신임 감독이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행사에서 여은주 대표이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다움'이란?

▶자신이 없었다면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두렵고 부담이 컸다면 서울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다움'이란 서울이 K리그를 성적, 관중, 흥행 등 모든 면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본다. 일단 성적이 좋아야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에 제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서울이 성적이 좋아야 서울다움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수를 원하나.

▶개인에 치우치지 않고 팀적으로 경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미드필더진에서는 볼을 가지고 끄는 것보단 직선적으로 앞으로 보내는 선수를 원한다. 수비에서는 터프한 선수를 좋아한다. 축구는 밋밋하면 재미가 없다.

-동계 훈련이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프로로서 체력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은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이다. 처음 온 만큼 조합에 신경쓰며 방향성에 대해 선수들과 논의해야 할 것 같다. 조직훈련에 중점을 두겠다.

-선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이 상위스플릿에 밀리면서 자신감이 떨어졌을 거란 본다. 선수들에게 '김기동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감독을 믿고 따르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베테랑' 기성용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기)성용이와 전화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다. 서울과 빨리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 좋은 축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다. 서울에 애정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좋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구단 프론트에 받은 느낌은?

▶유니폼 색깔이 (포항과) 똑같아서 편안한다(웃음). 단장님과도 친한 선후배 느낌이라 너무 편하다. 앞으로 소통을 가깝게 하고 싶다. 경기장에서 양복을 많이 안 입고 트레이닝복을 입는데 서울에서도 좋은 곳을 알아봐서 트레이닝복을 잘 디자인해서 입어보겠다.

김기동 감독. /사진=뉴시스
김기동 감독. /사진=뉴시스
'명가 재건'이라는 중책을 부여받은 김기동 감독이 서울에서도 기동 매직을 이어갈지 관심이 크다. 김기동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서울 감독으로 정식 부임한 건 약 3주 전이었다.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년 계약에 국내 최고 대우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이적에 서울 팬들은 환호했고 포항 팬들은 한숨을 짙게 내뱉었다. 김기동 감독이 포항에 남기고 간 업적이 컸기 때문이다. 2016년 수석 코치로 시작해 2019년 포항의 12대 사령탑에 오른 김기동 감독은 데뷔 시즌부터 포항을 리그 4위에 올려놨다. 2020시즌에는 리그 3위로 한 계단 더 올라섰고 FA컵 4강 진출을 이뤘다. 당시 우승하지 못했는데도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2021시즌에는 9위로 미끄러지고 FA컵도 8강에서 탈락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하며 아시아 무대에서 K리그 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 시즌에도 기동 매직은 빛났다. 포항은 울산에 이어 리그 2위를 차지했다. 또 FA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김기동 감독 경력 첫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김기동 감독은 K리그 최고 지략가로 거듭났다. 포항의 얇은 선수층에도 여러 맞춤형 전술을 통해 상대를 압박했다. 뿐만 아니라 물러서지 않는 공격 축구로 축구를 재미있게 한다는 찬사를 들었다. 포항이 K리그 빅클럽에 비해 투자가 많지 않음에도 김기동 감독의 뛰어난 전술과 선수 기용 능력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평이다.

김기동 감독. /사진=뉴시스
올 시즌이 끝나자 K리그 구단뿐만 아니라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김기동 감독을 주목했다. 중국에선 상하이 하이강이 김기동 감독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리그에 남길 원한 김기동 감독은 고심 끝에 서울행을 택했다.

지난 2022년 말 포항과 3년 재계약을 맺은 김기동 감독은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지만 포항과 원만하게 이별했다. 김기동 감독은 자필 편지로 포항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여러 팀의 오퍼 속에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서울로 가게 됐다. 이해 못 하시는 팬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려운 선택이었고 많은 고심 끝에 결정했다. 가슴이 먹먹하고 쓰리고 아프고 매일매일 마음이 불편하다"고 적었다. 포항도 김기동 감독의 서울행이 공식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박태하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새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포항 팬들은 김기동 감독과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대체로 존중하는 분위기다. 투자가 많지 않은 구단의 상황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포항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K리그 명문구단이지만 투자는 K리그 상위권 팀들에 한참 못 미친다.

어려운 마음으로 서울에 온 김기동 감독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2019년 3위 이후 계속 하위권에 머물며 자존심을 구겼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파이널B에 머물렀다. 2020년 9위, 2021년 7위, 2022년 9위, 올 시즌 7위를 기록했다. 빅클럽 칭호를 원하는 서울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그동안 서울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와 같았다. 서울은 2016년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최용수, 박진섭, 안익수 감독이 모두 불명예 퇴진했다. 이 기간 서울을 거친 정식 감독은 4명, 감독대행은 5명에 이른다. 전임 안익수 감독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시즌 도중 짐을 쌌다. 김기동 감독은 포항에선 구단 레전드 출신이라는 신뢰 속에 프런트와 팬들의 절대적인 신임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이전 감독들처럼 성적이 안 좋을 경우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서울은 K리그 최고 지략가로 통하는 김기동 감독에게 기대가 크다. 다른 팀에서 잘나가던 '현직 지도자'를 무리해서 데려온 이유다. 2016년 리그 우승 이후 7년째 무관에 그치고 있는 서울을 김기동 감독이 '명가'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김기동 감독 /사진=뉴시스

서울월드컵경기장=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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