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컴퍼니 1호 투자계약증권 승인 비결…"투자자 보호가 열쇠"

김태현 기자 2024. 1.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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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투자계약증권의 기초자산인 일본 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호박(Pumpkin)' /사진제공=열매컴퍼니

지난해 12월15일 열매컴퍼니가 제출한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열매컴퍼니의 투자계약증권을 승인했다는 뜻이다. 열매컴퍼니는 효력이 발생한 날부터 투자자에서 투자계약증권 취득의 청약을 권유할 수 있다. 국내 1호 투자계약증권이 탄생한 것.

당초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실제 금융당국이 투자계약증권을 승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투자계약증권의 기반이 되는 현물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가 모호하고, 투자자 보호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투자계약증권 효력 발생은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조각투자업체의 사업재편을 승인한지 5개월만에 이뤄졌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그동안 투자계약증권을 제출했다가 금융당국의 정정 요청으로 번번히 철회해야만 했던 다른 조각투자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이번 기회를 토대로 투자계약증권 제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열매컴퍼니가 받아든 투자계약증권 '모범답안'에서 힌트를 찾아봤다.
"기초자산 확인 가능한 관람부터 매각 예비비까지 꼼꼼하게"
열매컴퍼니가 처음 투자계약증권 제출한 건 지난해 10월13일이다. 기초자산은 일본 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호박(Pumpkin)'을 기초자산으로 했다. 열매컴퍼니는 △핵심투자위험 △사업의 내용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사항 등 청약에 필요한 증권신고서 양식에 맞춰 제출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2일 열매컴퍼니가 제출한 투자계약증권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후 열매컴퍼니는 세 차례 정정신고를 거쳐 투자계약증권을 최종 승인 받았다.

금감원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투자자 보호다. 투자계약증권을 청약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투자위험을 상세하게 서술하도록 했다. 투자계약증권의 기초자산인 미술품이 약정기간 이후 매각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익부터 조각투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변화, 세법 변경과 미술품 과세 강화에 따른 위험까지 담도록 했다. 투자원금 미보장도 명시토록 했다.

투자계약증권의 기초자산을 예비투자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도 추가했다. 정해진 기간 동안 기초자산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장고의 주소를 명시하고,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술품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들을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술품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비용들을 예비비로 설정하게 하는 등 기초자산 관리에 대한 규정을 명료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우려했던 가치평가 논란 없어…중요한 건 청약 역량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투자계약증권 정정을 요청한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됐던 기초자산 가치평가에 대한 부분은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미술품 가격 산정 프로그램에 대한 보유 특허를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열매컴퍼니는 공모가격 결정방법에서 '미술품 가격 산정 프로그램 관련 보유 특허에 대한 요약'을 추가했다. 특허등록 번호와 함께 구체적인 가격 산정 방식을 기재했다. 기초자산인 호박에 대한 최종 감정평가액(13억원)과 공모가격(12억3200만원)은 동일하게 유지됐다.

한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계약증권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면서 금융당국 역시 가치평가에 대해 많은 스터디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애당초 가치평가 관련 이슈는 크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청약을 진행할 수 있을만한 시스템을 갖췄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계약증권 승인을 계기로 다른 투자계약증권들이 등장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서울옥션블루투게더아트가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을 제출했다. 스탁키퍼는 한우를 기초자산으로 약 8억7000만원 규모의 투자계약증권을 제출한 상태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현재 투자계약증권은 발행만 가능하기 때문에 배당 혹은 기초자산 매각말고는 주주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그러나 최근 한국거래소가 신청한 'KRX 신종증권(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시장 개설'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종증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한편 열매컴퍼니의 투자계약증권은 지난해 12월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청약에서 모집 목표금액인 12억32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80억원 가량의 청약 신청금액이 몰리면서 650.23%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성공적인 청약 결과는 회사가 가진 미술품 투자의 전문성을 투자자분들이 인정해 준 결과"라며 "추가 투자계약증권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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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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