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경단녀 고용 우선 고려하지만…지원 미비로 접어"

김동규 2024. 1. 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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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보고서…수출기업 40% "출산·양육지원제도, 인센티브 적고 페널티 많아"
직장보육시설·가족돌봄휴가 등 제도는 있지만 충분히 활용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수출 기업들이 인력난 해소를 위해 경력 단절 여성의 고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정부의 출산·양육 지원이 충분치 않아 이를 실행하지 못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근로자 절반 이상은 여전히 가족 돌봄 휴가나 육아기 단축·유연 근무 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는 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업 내 친 출산·양육 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무역협회가 지난해 5월 3∼25일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인 회원사 50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결과가 담겼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인력이 부족하다'는 기업이 83.0%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는 '경력 단절 여성 고용'을 꼽은 기업이 31.5%로 가장 많았고, '외국 단기인력 고용'(28.2%), '퇴직자·고령인구 고용'(29.6%)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 중인 출산·양육 지원 제도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는 적고, 페널티도 적다'는 답이 41.7%로 가장 많았다. '인센티브는 적고 페널티는 많다'라는 답도 40.3%로 높게 나타났다.

징벌이 출산 친화적 기업문화 정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58.3%로, 긍정적 답변(41.7%)보다 많았다.

출산·양육지원제도별 활용 가능 여부 [한국무역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많은 기업이 정부의 출산·양육지원제도를 근로자 필요시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고 답했으나 충분히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법제화 역사가 긴 출산휴가의 경우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장려한다'(32.8%)거나 '필요시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43.1%)는 답이 많았지만, '활용 가능하나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20.6%)는 답과 '활용 불가'(3.6%)라는 답도 24.2%에 달했다.

'직장보육시설'의 경우 제도는 있지만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활용이 불가하다는 부정적인 답이 76.1%로 나타났다.

가족 돌봄 등을 위한 단축근무(61.7%), 가족 돌봄 휴가(58.5%), 난임 치료 휴가(57.3%), 육아기 유연근무(55.4%), 육아기 단축근무(53.2%) 등도 부정적인 답변이 50%를 넘겼다.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유로는 대체인력 채용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직장 분위기나 문화, 동료의 업무 과중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제도 활용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대부분 부서 내에서 해결(50.6%)하거나 타 부서에서 인력을 충원(7.7%)하는 등 대체인력 고용 없이 해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공백 해소방식 및 업무공백 해소를 위한 개선사항 [한국무역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체인력을 고용하지 않는 이유는 '비용 부담 때문'(29.7%), '대체인력 일자리에 오려는 근로자가 없어서'(18.6%), '대체인력으로 대행하기 어려운 업무여서'(17.2%), '인건비를 줄이려'(16.6%), '대체인력을 구하는 절차가 부담돼서'(8.8%) 등의 순이었다.

정부가 사업주에게 부여하는 출산휴가 급여 지원금 및 대체인력 지원금 등 출산·양육 지원제도 혜택에 대한 인지도도 낮은 편이었다.

출산휴가 급여 지원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답은 7.3%에 불과했고, '대충 알고 있다'는 답은 19.9%에 그쳤다. 반면 '모른다'는 답은 45.5%, '들어본 적은 있다'는 답은 27.2%였다. 이 제도의 향후 활용 계획이 '없다'(63.4%)는 답은 '있다'(36.6%)보다 높았다.

사업주 대상 지원 제도별 인지도 및 향후 활용 계획 [한국무역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업들은 근로자의 출산·양육지원제도 이용에 따른 기업의 직간접적 비용과 이를 보전해주는 정부의 지원을 종합 고려했을 때 대체로 기업에 '종합적으로 손실'(43.7%)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필요한 사업주 지원정책으로는 현금성 보조 확대(22.0%)와 세제 혜택 확대(21.2%), 가족 친화 인증 범위 확대 및 혜택 강화(20.6%)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기업의 출산·양육 친화적 문화 정착을 위해 제도 활용 우수 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과 기존 출산·양육 지원 제도의 간소화, 근로 형태 유연화, 돌봄 인프라 구축 확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기업들이 인력난 해소 대책으로 경력 단절 여성 활용을 1순위로 꼽은 만큼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며 "기업의 출산·양육 관련 제도는 징벌적 접근 방식이 아닌 인센티브 제공 방식으로 전환하고, 복잡한 지원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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