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바이든-트럼프 재대결...대만 총통선거 미중 대리전
트럼프 당선 땐 국제 경제·안보 불확실성 증가
1월 대만선 ‘친미’ 민진당 vs ‘친중’ 국민당 대결
올해 50여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거는 단연 11월 5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다. 현재로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조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 결과는 세계 경제와 안보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동맹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또 하나의 슈퍼 매치는 대만 총통 선거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인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는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 중도 성향인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대만해협에서의 장악력을 높여 대만 통일 목표를 이루려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간의 대리전이 될 이번 선거는 미중 관계와 세계 경제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대선 열기 후끈...지지율 저조한 바이든 vs 사법리스크 트럼프=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각각 확정되면 지난 2020년 대선에 이어 재대결이 이루어진다.
대선에 앞서 치러지는 미국 대선 후보 경선엔 당원들만 투표에 참여하는 코커스(당원대회)와 당적이 없는 일반 유권자들도 참여하는 프라이머리(예비경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화당의 첫 코커스는 오는 15일 아이오와주에서, 첫 프라이머리는 23일 뉴햄프셔주에서 열린다. 민주당은 2월 3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첫 경선으로 공식 결정했다. 사실상 연초부터 대선전이 후끈 달아 오를 전망이다.
양당 후보들의 경쟁은 가장 많은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실시되는 오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을 거치며 그 대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별로 대선 후보 경선을 마치면 공화당은 오는 7월 중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민주당은 8월 중순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당 대선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에 머물며 트럼프에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팬데믹에 뒤이은 공급망 붕괴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차에 들어가고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역시 휴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대선 후보 역사상 최고령인 81세 나이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국가기밀 유출 및 불법보관, 성추문 입막음 등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 2021년 1월 6일 의회 난동 사태와 관련해 내란 가담이 인정되면서 콜라도주와 메인주에선 대선 출마 자격을 발탁당하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국제질서를 뒤흔들었으며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행위도 불사했다. 무역과 안보 뿐 아니라 기후 정책에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모든 수입제품에 10% 관세 추가를 통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자들이 위대했던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도 어떤 식으로 판세를 뒤집을 지 예측불가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사법 리스크를 딛고 출마에 이어 당선까지 된다면 현대 민주주의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위상을 훼손시킬 수 있다. 또한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이 닥친 글로벌 정세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자체가 리스크로 부상할 수도 있다.
리처드 하스 전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우선주의’를 ‘미국 우선주의’로 되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보고 견제를 강화하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에 더 강경한 정책을 펼쳐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이 현실화될 경우 다시 한번 글로벌 무역 지형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선 장난감부터 산업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입품에 고관세를 물리는 등 정상적인 무역 관계를 뒤엎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미중 대리전 대만 총통 선거...누가 웃을까=대만 총통 선거는 현 집권당인 반중파 민진당에서 친중파 국민당으로 교체되는지가 관건이다. 누가 승리를 하느냐에 따라 미국이 웃을지 중국이 웃을지가 갈리며 미중 대리전으로 불린다.
선거가 10여일 남은 가운데 반중·친미 성향의 민진당 후보가 친중파인 국민당 후보를 11%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가 지난달 26~28일 20세 이상 성인 13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40.2% 지지율로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28.7%)를 앞섰다. 중도파인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 지지율은 18.4%로 3위에 머물렀다.
민진당 후보와 국민당 후보의 격차는 20일 전 4%대에서 점차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중국은 초조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20일 대만산 12개 수입 품목에 대해 새해부터 관세 감면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대놓고 압박했다. 민진당에 대해서는 ‘전쟁을 불러오는 세력’이라며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2016년과 2020년 연이어 집권한 후 중국과 대만 양안관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전 국민당 집권시절 양안 화해무드에 따라 경제적으로 강하게 밀착했던 모습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이번에도 민진당이 선거에 이기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벌이고 있는 패권 다툼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잃을 수 있다. 대만과의 관계를 복원해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 통제 조치에 숨통을 틔우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국민당이 집권하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남중국해를 통한 중국의 해양 패권을 봉쇄하는데 타격을 입게 된다. 여기에다 미국은 그동안 양안관계 악화를 이용해 세계 1위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인 대만 TSMC를 대중국 반도체 통제 전선에 끌여들였는데, 국민당이 집권하게 되면 이 또한 유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격해지고 있다. 16개월 만에 재개된 지난 12월 21일 미중 군사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간섭을 경고하며 “중국은 단호하게 국가 주권과 영토를 보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얼마 안 지나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의 국방 능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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