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 공무원" 8명 실명 깐 中 지방정부…'탕핑' 명단 시끌
중국 지방정부가 업무 실적이 부진한 '무능 공무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다. 법·규정 위반이 아니라 업무 태만 공무원 명단을 공개한 건 지나친 처사라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맞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 공직자 사정을 단행한 가운데 공직사회 개혁이 더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광둥성 포산(佛山)시 정부가 관내 공무원 8명을 '탕핑'(납작하게 눕다) 인원으로 규정하고 명단을 연말 공고를 통해 공개했다고 전했다. 8인의 명단은 공급망 담당 관리직원과 지역 문화관광청 직원부터 지자체 부국장급 고위 직원까지 망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탕핑은 중국에서 젊은 세대의 복지부동을 비판하는 용어였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경제가 지속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일자리는 모자라고 갈 곳 없는 젊은이들이 사실상 취업을 포기하고 부모에게 기대 집에서 누워만 있다는 의미였다. 이후 중국 사회 전반에 차용되고 있다.
포산시 정부도 일 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선발, 발표하며 탕핑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번 선정을 주도한 난산향 당위원회 황헝지안 위원은 "이번 명단 공개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이 자신의 경력에 전념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6개월가량의 교정기간이 주어진 후 업무가 합리적으로 조정된다는 게 중국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사회의 특성상 이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공직자의 지위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고하다. 특히 지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이 많은 인허가권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공직사회는 이런 실권에 이른바 꽌시(관계)가 촘촘하게 얽히며 그물망을 만든다. 천문학적 액수의 뇌물이 발각되고도 변명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처벌을 받는 중국 공직자들의 모습은 이런 배경으로 형성된다.
그런 만큼 중국 사회에서도 이번 명단 공개는 신선한 충격이다. 뇌물이나 성상납, 마약 등 공직자의 전매특허같은 범법이나 위법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능력과 규율, 효율성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실명까지 공개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당장 논쟁이 벌어졌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환영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통적 중국 정서를 반영하듯 지나친 처사였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직자 탕핑을 해결할지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법과 규정을 위반하지도 않은 이들의 이름을 공개한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베이징대 정부청렴구축연구센터 좡더수이 부소장 역시 현지 언론에 "지방정부가 공무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원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름까지 공개해야 할지 여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명단공개 대신 급여나 승진에 영향을 주는 성과평가시스템 구축 등 적극성을 제고할 수 있는 많은 옵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의지는 강해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22년과 2023년에도 저장성과 장쑤성 등에서 같은 조치를 도입했었다. 특히 이번 발표가 눈길을 끄는건 중국 정부의 공직사회 사정 칼날이 점차 커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시진핑 정부가 고위관리 45명을 구금했는데, 이는 부패 단속을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공직사회 개혁이 고하를 가리지 않고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시진핑 3기 지도부의 첫 개혁대상은 금융권으로 알려져 있는데 금융권과 관의 관계는 떼 놓고 볼 수 없다. 이미 최근 수년간 고위공직자 숙청을 통해 제거된 인물 중 상당수가 금융권 인물이다. 금융개혁이 곧 공직개혁일 수 있다는 거다.
중앙당교 기관지 스터디타임즈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엔은 현지 언론에 "시 주석이 더 깊이 파고들수록 지난 30년 간 급격하게 이뤄진 경제발전과 느슨해진 당 기강으로 인해 누적된 문제들은 더욱 많이 발견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파고들기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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