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증시 첫 ‘코인주’ 입성 추진… 4년 만에 업비트 제치고 주가도 역전
점유율 42%로 반등…업비트와 격차 좁혀
수수료 폐지·IPO 기대감에 장외시장 강세
실적 개선 여부 의문…새 수익원 확보 필요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상장 주식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최근 거래 수수료를 폐지하면서 4년 가까이 선두를 달렸던 업비트를 위협할 정도로 점유율이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증시 입성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빗썸코리아 주식은 전날 14만2000원에 거래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2일 가격 9만7000원과 비교해 비상장 주식 가치가 46.4% 상승했다. 6만원에 거래됐던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100% 넘게 급등한 수치다.
반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비상장 주식 가치는 전날 기준 11만4000원으로 1년 전 가격인 11만5000원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두나무도 지난달 초 14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한 달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장외주식 시장에서 빗썸과 두나무 주식의 가격 흐름이 엇갈린 이유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점유율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일 거래량 기준으로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빗썸의 점유율은 42.1%를 기록했다. 업비트는 56.6%를 기록했고 코인원과 코빗, 고팍스는 1%를 밑돌았다.
업비트가 점유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빗썸과의 격차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업비트는 지난해 9월까지 85% 넘는 비중을 차지한 반면, 빗썸은 10% 안팎에 머물렀다. 거래소 설립은 빗썸이 2013년으로 업비트보다 4년이 빨랐지만, 2019년부터 추월을 허용한 후 줄곧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자들은 선두 업체인 업비트로 몰렸고, 반대로 빗썸을 포함한 나머지 거래소는 거래량 감소가 지속됐다.
벼랑 끝에 몰리던 빗썸의 점유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초부터다. 국내 거래소 가운데 최초로 0.04~0.25%의 거래 수수료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 제작사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하는 가상화폐인 위믹스를 재상장한 점도 빗썸의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5대 가상자산거래소 연합체인 닥사(DAXA)는 지난 2022년 12월 유통량을 허위 공시했다는 이유로 위믹스에 대해 1년간 거래 지원 종료 처분을 내렸다. 빗썸은 당시 처분 시한이었던 1년이 지난 직후 위믹스에 대한 거래 지원을 재개했고, 이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한 달 만에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코인마켓캡에서 빗썸의 하루 거래량 점유율은 50%를 돌파하며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선두를 내줬던 업비트를 4년 만에 앞지르기도 했다. 최근 업비트의 점유율이 다시 반등했지만, 두 회사는 10% 안팎의 격차를 유지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장외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두나무보다 빗썸에 더 몰리고 있는 데는 상장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지난해 11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상장 목표 시점은 내년 말로 정해졌다.
빗썸이 상장될 경우 증시에 입성하는 국내 최초의 가상자산거래소가 된다. 빗썸은 4년 전인 2020년 상장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지난 2022년 뉴욕 증시 상장설이 나왔던 두나무도 이후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세계 3위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 등으로 코인 시장이 침체되면서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크게 오른 점도 빗썸 상장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초 33달러대였던 코인베이스 주가는 현재 173.9달러로 1년 만에 5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다만, 금융 시장에서는 빗썸이 내년 상장을 준비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많다. 수수료를 폐지해 점유율이 반등해도 실적을 개선하기는 아직 어려운 데다, 실소유주 논란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에 대해서도 한국거래소와 금융 당국이 문제를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빗썸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 지난해 2분기 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7억원의 손실을 내 적자가 지속됐다. 최근 점유율이 크게 올랐지만,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당장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 코인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은 아직 2022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라며 “빗썸이 수익 확보를 위해 수수료를 부활시킬 경우 다시 이용자들이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IPO 과정에서 공모가 산정과 투자자들의 청약 여부는 꾸준한 수익과 성장성 등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올해 실적 개선으로 회사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목표로 했던 내년 상장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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