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현장] "난 포항에서만 잘할 수 있는 감독이 아니다"...김기동 감독이 서울을 택한 이유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상암 최병진 기자]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서울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은 지난달 14일 김기동 감독을 제 15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최근 거듭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다. 서울은 지난 시즌까지 4년 연속 파이널B에 머물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상 첫 유로관중 40만 돌파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지만 성적은 팬들의 기대와 달랐고 결국 반등을 위해 김기동 감독을 데려왔다.
김 감독은 현재 K리그에서 가장 ‘핫’한 감독이다. 선수로 K리그 통산 501경기에 출전하며 K리그 역대 필드 플레이어 출전 2위에 오른 김기동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도 화려하다.
2016년 포항의 수석 코치로 K리그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김기동 감독은 2019년에 포항 감독으로 부임했다. 김기동 감독은 2019, 2020시즌 2년 연속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며 2020시즌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시즌이 하이라이트였다. 김 감독은 FA컵 정상에 서며 지도자 커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에서는 2위에 오르며 K리그 최고의 지도자임을 입증했다.
김 감독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회견에서 “힘든 선택이지만 자신이 있다. 포항이기에 좋은 성적이 가능했다는 시선에 도전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김기동 감독 일문일답]
- 부임 소감
많은 생각을 했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5년 동안 포항에서 부족하다면 부족하지만 성적을 냈다. FA컵 우승을 하고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서울에서 제안을 했고 더 많은 고민을 했다. 주변에서는 ‘김기동은 포항이니까 그런 성적이 가능했을 것이다’라는 얘기가 있었다.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면서도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에 있어 부담감보다는 설렘이 더 크다.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서 서울에 오게 됐다. 서울이 예전의 찬란한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팬들에게 기쁨을 주면서 한 해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 서울 선택 요인과 그 순간의 감정
포항에서 더 있을 수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김기동이 포항에 적합한 지도자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걸 벗어나 새로운 팀에서 능력을 펼치고 싶었다. 그랬을 때 서울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서울에서 가장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관중이 많은 건 저한테도 좋은 일이다. 좋은 선수들이 있고 좋은 경기를 해야 팬들이 경기장에 온다. 서울이 현재 가장 바꿔야 하는 건 성적이다. 몇 년 동안 부진했기에 외부에서 봤을 때 아쉬움이 컸다. 서울이 성적이 좋아야 한국 축구를 이끌 수 있다. 올해는 상위권에서 있을 수 있도록,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개선 방안은?
서울하고 경기를 할 때 부담스러웠던 건 기술적인 선수들이었다. 황의조, 황인범, 윌리안, 기성용 등 여러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팀이 조직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기술만으로 승리와 우승을 할 순 없다. 조화를 이뤄내고 팀 모두가 하나가 돼서 축구를 하는 건 준비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그동안 성적을 못 냈기 때문에 6위만 해도 된다고 하는데 그거보다 높은 순위를 바라보고 있다. 당장 우승을 논할 수 없지만 올해는 ACL을 목표로 성과를 내려한다. 그래야 구단과 선수의 가치가 올라간다.
- 베테랑들의 거취
짧은 시간 팀에 와서 구단과 많은 미팅을 통해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몇 년 동안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감독들만 책임을 지고 떠난 상황이 됐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내린 선택이었다. 이제는 세대교체를 통해 활력을 가지고 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선수 영입에 대해서도 단장님과 소통을 하고 있다. 제가 왔는데 좋은 선물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 지도하고 싶은 선수들이 있었는지?
다 나갔다(웃음). 전방 압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기성용이 있어 쉽지 않았다. 탈압박과 패스가 좋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같은 팀으로 할 수 있기에 우리가 더 후방에서부터 안정적인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서울이 울산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지금 전북, 울산만 꺾으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팀만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준비한 적은 없다. 한 팀 한 팀 승리해야 높은 위치로 갈 수 있다. 경쟁팀을 이기지 못하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다. 두 팀뿐 아니라 모든 팀에게 승리해 더 높은 위치로 가고 싶다.
- 서울에서의 지도 방식은?
포항은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아직 서울에서는 생활을 해보지 못했지만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진다고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먼저 변화를 주려 한다.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감독이 아닌 축구 선배로 다가가서 고충을 들어주고 도움을 주려 한다. 그러면 서로 믿음이 생길 것이고 성적까지 이어질 것 같다.
- 니폼니시 감독의 영향은?
전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당시에도 현대 축구에 뒤처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었다. 선수들 입장에서 많이 들어주셨고 과격할 정도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 부분들을 나누면서 지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저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 서울에 주목할 어린 선수들이 있는지?
아직까지는 경기에 출전한 어린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다. 강성진이나 이태석은 국가대표까지도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앞으로 훈련을 통해 어린 선수를 지켜보고 키워낼 것이다. 그래야 건강한 팀이 될 수 있다.
- 성적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지?
두려웠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다. 분명 자신감이 있다. 서울다움이란 K리그를 주도해서 모든 면에서 이끌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성적, 관중 모두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제 책임이 크다. 성적이 좋은 게 서울 다운 것이다.
- 선수 영입 방향은?
기본적으로 축구 스타일이 개인보다는 팀에 맞추고 있다. 볼을 가지고 오래 끄는 선수보다는 직선적으로 볼을 전달할 수 있는 선수를 찾는다. 수비에서는 터프해야 한다. 축구에서는 같이 싸우고 부딪히고 해야 즐거운 것이다. 공격에서는 빠르고 골을 해결할 수 있는 선수를 원하는데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다.
- 동계 훈련 목표는?
체력적인 부분이나 정신적인 부분 모두는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할 기본이다.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새로 왔으니까 팀의 방향성에 대해 선수들과 이야기를 할 것이다. 방향성에 대해서도 논의를 할 것이다. 올해 어떤 축구를 할 건지 훈련을 통해 설정하려고 한다. 조직적인 훈련에 중점을 두려 한다.
- 선수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
몇 년 동안 하위에 머물면서 선수들의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김기동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줬으면 좋겠고 ‘믿고 따라오면 달라질 것이라는 걸’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 팬들에게 한 마디
올해 팬들이 환호하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 좋은 축구를 보여드리겠다.
- 앞으로의 도전은?
매 시즌이 도전하다. 이곳에서 또 도전을 하면 다음 단계가 나아올 것이다. 계속 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실에서 일단 서울을 먼저 살리고 그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서울을 살린다는 의미는?
자신은 있다. 일단 올해는 ACL 진출을 목표로 할 거고 그 후에 기회가 왔을 때는 우승에 대한 목표도 가져갈 것이다. 서울에 있는 동안은 우승을 하는 게 목표다.
- 기성용 또는 이전 포항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는지?
성용이가 외국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통화를 오래 했다. 빨리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 서울이 기성용이고 기성용이 서울이라고 했다. 서울의 얼굴이기에 함께 좋은 축구를 하자고 했다. 서울에 애정이 많은 친구라고 느꼈고 곧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포항에서 함께 한 선수들이 여기 오니까 있더라(웃음). 올해는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훈련을 하고 있다. 저의 스타일을 알고 있기에 기존의 서울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 구단과의 소통
유니폼 색이 비슷해서 마음이 편하다. 지금 단장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편안하다. 선후배 같은 느낌이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웃음). 앞으로도 소통을 하면서 구단이 저한테 문의하는 것도 함께 할 용의가 있다. 경기장에서 트레이닝복을 많이 입는데 서울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좋은 곳 알아봐서 잘 제작해 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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