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정치국 이인자 사망…고조되는 확전 위기

2024. 1. 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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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휴전 협상 중단 선언…요르단강 서안에선 총파업 예고
헤즈볼라 “그냥 넘어갈 일 아냐…저항세력 방아쇠에 손가락”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입지 좁아질 듯
이스라엘군, 알아루리 언급 않은 채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 유지”
지난 2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하마스 소속 건물들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화]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하마스 정치국 이인자 살레흐 알아루리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확전 위기가 커지고 있다. 중동 내 이스라엘 저항 세력의 후원자인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경고했고, 하마스는 이집트와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 중이던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지원하는 이란은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으로 하마스 정치국 이인자인 알아루리 부국장이 숨진 뒤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를 겨눠 공격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번 전쟁이 친이란 성향의 중동 주변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자 정권이 테러와 범죄에 기반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범죄”라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순교자의 피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온주의 점령자들에 맞서 싸우려는 저항의 동기를 다시 불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나니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의 알아루리 살해를 ‘암살’로 표현하며 레바논의 주권과 영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마스 역시 이번 공습으로 이집트와 카타르에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모든 협상의 동결을 통보했다고 신화 통신이 전했다. 하마스 정치국장인 이스마엘 하니예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외곽 사무실 공격을 ‘테러 행위, 레바논 주권 침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행위 확대’라고 규탄했다.

헤즈볼라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은 대응 또는 처벌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무함마드 시타예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총리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을 비난하며 “뒤따를 수 있는 위험과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이 이끄는 파타당의 라말라 지부는 알아우리를 살해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3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다. 총파업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하마스의 인기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짚었다.

앞서 이날 오후 6시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날 공격으로 알아루리 부국장을 포함한 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중에는 하마스 무장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지도자 사미르 핀디 아부 아메르와 아잠 알아크라아 아부 암마르도 포함됐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 방송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아직 이번 공습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아루리 사망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방어와 공격 모든 분야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마스와 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높은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살레흐 알아루리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겨냥한 기습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인물이다. 로이터 통신은 1987년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反)이스라엘 민중봉기)를 계기로 결성된 하마스에 초기 멤버로 합류한 뒤 요르단강 서안에서 하마스 작전을 지휘하는 핵심 인사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오슬로 협정 체결 1년 전인 1992년 무력 투쟁 지속을 주장하다가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고 2010년에는 이스라엘에서 추방됐다.

이후 시리아, 튀르키예를 거쳐 카타르나 레바논에 머물며 서안지구 내 주요 작전을 이끌어왔다.

살레흐 알아루리가 사망하면서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의 입지도 점차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와르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보는 이스라엘은 그의 제거를 이른바 ‘하마스 섬멸’ 작전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아직까지 신와르의 행방을 찾고 있는 상태다. 신와르의 체포에 도움이 되는 첩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40만 달러(한화 약 5억2000만원)를 지급하겠다며 거액의 현상금도 내걸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전황 평가회의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를 곧 이스라엘군(IDF)의 총구로 겨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와르는 이제 그의 위에 있는 이스라엘군과 공군의 폭탄, 작전 소리를 듣게 됐다”며 “군을 비롯한 국방 기관들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가자지구 북쪽에서는 우리가 설정한 목표인 하마스 해체와 지하 능력 제거를 점진적으로 완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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