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알지만 알지 못했던 작가,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제작한 김영원"

2024. 1. 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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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서울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과 청남대의 '역대 대통령 동상'. 아트홀릭 독자들도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혹시 이 동상들을 제작한 조각가가 누구인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작가 '김영원'입니다. 김영원 작가는 우리나라 조각의 선봉에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완성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인데요. 현재 그의 50여년 조각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전시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특히 전시는 김복진미술상의 첫 번째 수상자인 김영원 작가의 수상 작가전이라 의미가 큰데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김영원 : 실존 조각을 넘어 명상 예술로' 전시를 기획한 청주시립미술관 '정상수 학예팀장'을 만났습니다. ▮ 아트홀릭 독자들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상수 학예팀장(청주시립미술관)

안녕하세요. 청주시립미술관 학예팀장 정상수입니다. 저는 청주시에 시립미술관이 건립되기 전 국내외 및 지역작가 양성을 위한 레지던시 기관인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10년간 학예연구사로 근무했고요. 2019년 청주공예비엔날레 초대국가관 운영과 중국관 기획팀장을 했습니다. 현재는 청주시립미술관과 청주대청호미술관, 오창전시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 및 학예팀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 '김영원 : 실존 조각을 넘어 명상 예술로'가 관객을 만나고 있어요. 어떤 전시인가요.  

그림자의 그림자(길) Shadow of Shadow(The Load), 2016, Bronze, H800cm

이번 전시는 김복진 미술상 수상작가전이 큰 타이틀입니다. 제1회 김복진미술상 수상자로 김영원 작가가 선정됐고 그 첫번째 전시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청주와 충북에는 이름만 거론해도 알 수 있는 유명 거장들이 많습니다. 단색화에 정창섭, 윤형근 그리고 회화에 안승각 등이 그렇지요. 조각 부분에서는 충북을 넘어 한국 근대 조각의 시조인 분이 바로 정관 '김복진 선생님'입니다. 당시 조각의 기본인 모델링에서 사실 조각의 선봉에서 민족 예술혼이 담긴 조각을 구축한 작가인데요.

김복진 조각가

김영원 작가 역시 우리나라 사실 조각에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창작의 변화를 거듭했습니다. 실존 조각을 넘어 기(氣)를 통한 평면 예술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독자 영역을 구축한 예술가인데요. 이번 전시는 '실존 조각을 넘어 명상 예술로'를 주제로 김영원 작가의 시대별 변화 과정을 조명하고요. 작가의 일생을 살필 수 있는 전시로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작인 기(氣)를 통한 드로잉 작품까지 작가의 다양한 예술 세계를 조망했습니다.   ▮ 흥미로운 전시네요. '조각가 김영원'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영원 조각가

김영원 작가는 1947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습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1975)과 동 대학원(1977)을 졸업했는데요. 국내외에서 15회의 개인전과 120회의 초대전을 가졌습니다. 아시아 국제미술제(1983, 데카), 올림픽기념 한국현대미술전(1988,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미술-오늘의 상황(1990), 한일 현대 조각전(1983-91 서울 후쿠오카)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고, 동아미술상(1980), 선미술상(1990), 김세중 조각상(2002), 문신미술상(2008)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1회 김복진미술상을 수상(2023)한 것입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토탈미술관, 김해윤슬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고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로 퇴직하셨습니다. 김영원 작가는 '제3의 예술'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화합과 조화'를 추구하는 조각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선(禪)과 기공명상(氣孔瞑想)을 통해 '생명의 조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전시 전경

숫자와 의문부호, 바닥에 놓인 부처의 두상이나 반가사유상과 같은 좌선의 누드 인체, 또한 바닥에 엎드려 기원하는 불자의 모습 등 만들고 설치하면서 그는 '제3의 예술'로 새로운 조각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작품을 우리는 '선조각(禪彫刻)'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주요 동상 제작으로는 광화문의 세종대왕상(2009), 청남대 역대 대통령상 제작(2014)이 있습니다. ▮ 그렇다면 김영원 작가의 조각이 지닌 그 특별함은 무엇일까요.

중력 무중력 88-4, 1988, 브론즈, 75.5X26X60CM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김수진 미술평론가의 이야기로 대신하고 싶은데요. 그는 자신의 논문에서 작가 김영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1970년대 중반 조각가로서 본격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서양 조각 양식의 이식과 수용 그리고 추상이라는 당시 화단의 경향과는 다르게 사실적인 인체 조각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일찍이 시대와 현실을 꿰뚫는 비판적 인식으로 현대 인간의 실존 문제를 제기한 그는 인체 조각에서 숙명적으로 거론되는 모방, 재현이라는 전형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탐문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조각 예술로의 전환을 이뤘다. 작가는 50년 가까이 인간과 실존 그리고 명상 예술이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중력 무중력 연작으로 사실주의 조각기와 선과 예술을 접목한 전환적 시기, 끝으로 실존적 조각을 넘어 명상의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 전시에 대한 이야기로 가보죠. 전시는 어떻게 꾸며졌을까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했습니다. 50여 년 가까이 김영원이 추구한 작품세계를 '인간', '실존' 그리고 '명상 예술'이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조망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첫째 '중력 무중력' 연작으로 대표되는 사실주의 조각 시기. 둘째 '선(禪)'과 예술을 접목한 전환적 시기, 마지막으로 실존적 조각을 넘어 명상의 예술로 새로운 장을 연 그의 예술 여정입니다. 1. 형상(形像)의 모색과 상(像)의 해체 1970년대 중반 ~ 1990년대 초반 : 사실주의 조각과 '중력 무중력' 연작 2. ‘선(禪)’과 예술이 접목된 전환기적 작업 1990년대 초반 ~ 2000년대 초반 : 명상과 예술이 일체가 된 '선조각(禪彫刻)' 연작 3. 실존적 조각을 넘어 명상의 예술로 2000년대 초반 ~ 현재 : '그림자의 그림자' 연작과 '선조각(禪彫刻)'의 확장 ▮ 김영원 작가의 전시작 중 놓치지 말고 꼭 봤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요.

공(空)97-ll, 1997, F.R.P, 180X55X62CM(6)

모두 봐야겠지요. 하하. 전시작을 충분히 감상해 주시길 부탁드리고요. 저의 추천작은 2층 6전시실과 3층 11전시실 있는 '중력 무중력 연작'과 '제3의 조각을 위하여'라는 작품입니다. 이유는 작가의 작품론을 알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중력 무중력의 연작으로 작가는 인체 조각에 대한 확고한 모티브를 찾게 되었고요. 이를 통해 작업의 방향을 10년 동안 구축하게 된 작품입니다. 또한 제3의 조각 역시 선과 기에 대한 작가의 상태를 표현한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얼마 전에 끝난 한 인기 댄스 경연 TV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들이 안무를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포인트 안무를 넣었습니다. 이를 '와우(WOW) 포인트'라고 부르더군요. 이번 전시의 와우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라보다 05-2, 2005, F.R.P, 가변설치(36)

전시에서 와우 포인트 놓지 않은 게 조금 아쉽습니다. 전시장 규모가 조금 컸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런데도 이야기를 해보면, 2층 8전시실에 붉은 그림자 시리즈가 37개 설치됐는데요. 거울을 이용해 74개로 보입니다. 이 점이 와우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요즘 전시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높습니다. 전시작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곤 하는데요. 전시장의 포토 스폿으로 어디를 추천하시겠습니까. 전시장 초입에 있는 '중력 무중력- 밖으로, 안으로'라는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해보는 것과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 포즈로 취해 사진을 찍으면 재미있는 스폿이 될 거 같습니다.       ▮ 관람객들의 전시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셨을 텐데요. 도움이 될 만한 전시 감상법이 있다면요.

중력 무중력88-1, 1988, 브론즈, 182X75X65CM

전시 작품이 그리 어려운 부분이 없습니다. 사실 조각을 다룬 작품이다 보니 형상을 해석하는 데 크게 난이도가 없습니다. 각 전시실마다 작품에 대한 해설을 참고하시며 보면 이해가 더욱 잘 될 겁니다. 그리고 3층에 '작가 영상실'이 있습니다. 총 30여분 소요되는데요. 영상을 보고 전시를 보시면 관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김영원 : 실존 조각을 넘어 명상 예술로'가 아트홀릭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더불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최근 사실 조각을 다루는 전공과가 없습니다. 그리고 미술대학에서도 조소과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조각 부분은 미술 전공에서도 힘들고요. 3D과정입니다. 이번 전시는 조각가로서 50여 년 동안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해 온 작가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총 100여점의 작품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개별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과는 또다른 감흥을 경험하실 겁니다. 작가 영상실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작업는 농사꾼 처럼해야 한다.' 하나 하나의 전시실이 마치 작가가 경작한 작품들로 구성된 밭이며 농작물입니다. 작품을 감상을 하시면서 만지고 싶으시더라도 눈으로만 감상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전시 기간 내내 잘 보신 뒤 작가에게 잘 돌려드릴 수 있게 말이지요. 아트홀릭 독자여러분! 2024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전시 보러 오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김영원 : 실존 조각을 넘어 명상의 예술로  장소 : 청주시립미술관(~2024.01.28) / 관람료 : 1천원 / 휴관 : 매주 월요일 (사진 제공 : 청주시립미술관)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청주방송, TBN충북교통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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